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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4일 목요일

앵무새는 왜 먹이를 낭비할까


조홍섭 2019. 11. 14
조회수 1371 추천수 0
나무 밑에 버린 열매·씨앗이 86종 먹여 살려…‘솎아내기’일 수도 

pa1.jpg» 땅콩을 먹는 마코앵무새. 끝까지 먹는 일은 거의 없다. 생태계 순환을 돕는 행동이란 주장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연에 낭비란 없다’고 흔히 말한다. 한 생물의 배설물까지 다른 생물의 유용한 자원이 된다. 그러나 앵무새를 보고도 이런 격언이 맞는다고 느낄까.

앵무새는 야생이든 집에서 기르는 개체이든 음식을 낭비한다. 과일이든 씨앗이든, 아니면 비스킷 조각이든 한 두입 먹고는 바닥에 팽개친다. 

앵무새는 왜 먹이 귀한 줄을 모를까. 이런 행동에는 무슨 진화적, 생태적 의미가 담겨 있을까. 에스터 세바스티안-곤살레스 스페인 미겔 헤르난데스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이런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세계 5개 대륙 17개국의 앵무새 103종을 조사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조사한 모든 앵무새에게서 먹이를 낭비하는 행동을 관찰했다”며 “이런 보편적 행동은 당사자인 앵무새와 식물뿐 아니라 버려진 음식물로부터 혜택을 입는 다른 많은 종 그리고 생태계의 기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pa2.jpg» 오렌지를 먹는 검은앵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앵무새는 열대와 아열대, 그리고 남아메리카와 호주의 온대 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관찰 결과 앵무새는 주식인 열매와 씨앗뿐 아니라 꽃, 잎, 가지, 싹, 기생충, 껍질 등을 먹다 나무 아래로 떨구었다.

버려지는 먹이의 비중은 새장에서 기르는 앵무새는 21.2%에 이르렀고, 야생에서는 씨의 14.6%, 열매의 11.8%가 버려졌다. 따낸 열매를 입도 대지 않고 버리기도 했고, 씨앗의 80%를 먹지 않고 버린 사례도 있었다. 앵무새가 깃든 나무 밑에서는 평균 53개의 먹다 남은 열매와 42개의 씨앗이 발견됐다.

이처럼 버려지는 먹이를 찾아 모이는 동물도 많았다. 연구자들은 개미부터 등에 혹이 난 소인 제부에 이르기까지 86종의 동물이 앵무새가 버린 먹이를 찾아온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7종은 식물의 씨앗을 다른 곳으로 퍼뜨리는 구실을 하는 동물이었다. 앵무새는 일방적으로 식물의 열매와 씨를 가져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퍼뜨리는 방식으로 보답하는 셈이다.

버려지는 먹이는 배고픈 새끼들이 먹이를 보채는 번식기보다는 비번식기에, 낯선 외래식물이나 덜 익은 과일을 먹을 때 더 많았다. 그러나 앵무새가 며칠을 굶었든 간에 버리는 양은 차이가 없었고, 버려진 과일에서 기생충이 발견된 비중도 4% 미만이었다. 버리는 행동에 무언가 의도가 깔렸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앵무새가 발로 움켜쥐고 부리로 이리저리 물어뜯은 뒤 버리는 행동은 일종의 먹이 가공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앵무새가 반쯤 먹다 버린 열매는 크기가 작아지고 딱딱한 부위를 제거해 다른 동물이 먹기에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과일이나 씨앗을 일찍 땅에 떨어뜨려 먹이 순환을 빠르게 하는 효과도 있다.

pa3.jpg» 오스트레일리아의 검은앵무가 나무 열매를 따먹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앵무새가 먹다 버린 먹이로 생태계의 순환이 촉진되고 식물도 혜택을 본다면, 앵무새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무얼까. 연구자들은 “솎아내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과수원에서 크고 양질의 과일을 얻기 위해 꽃과 어린 열매를 솎아내는 것처럼 앵무새도 자신의 ‘과수원’을 가꾸는 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실제로 버리는 열매 가운데는 덜 익은 것이 많다.

연구자들은 무엇보다 앵무새가 지능이 뛰어나다는 점에 주목했다. 덜 익은 열매를 따버림으로써 나중에 더 크고 맛있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sther Sebastián-González et al, The extent, frequency and ecological functions of food wasting by parrots, Scientific Reoports, (2019) 9:15280 https://doi.org/10.1038/s41598-019-51430-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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