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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8일 금요일

땅속에 묻혀있는 진실, 유해의 주인 찾아낼 수 있을까?

충북 보은 보도연맹 학살 매장지 유해발굴 시작, 16일까지 진행
보은=임재근 객원기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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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8  20: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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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부터 16일까지 유해발굴이 진행되는 충북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15-1번지 일대(방앗골 아치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3월 8일부터 오후부터 충북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15-1번지 일대(방앗골 아치실) 매장추정지에서 유해발굴이 시작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국전쟁 당시 청주지역 보도연맹원들이 경찰과 군인에 의해 학살당해 암매장된 충북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에서 유해발굴이 시작됐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 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3월 8일부터 아곡리 15-1번지 일대(방앗골 아치실)에서 발굴을 시작했다. 발굴은 3월 1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오후 1시경부터 본격 발굴이 시작되었다. 암매장지가 마을 입구 농장 진입로 바로 옆이어서 발굴에는 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또한 해당 지역에서는 이미 지난 2014년 6월에 청주·청원 보도연맹유족회, 충북역사문화연대가 시굴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유해 매장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했다. 포크레인이 작업을 시작하자 표층에서 50cm가량 아래에서부터 유골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3월 8일부터 오후 유해발굴이 시작되자 유골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곳에 약 500m 떨어진 산 중턱도 발굴 예정지다. 아곡리에서 희생된 민간인은 청주․청원지역 국민보도연맹원 및 예비검속자들로 150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곳에는 이와는 별도로 여성 박덕순, 최재덕 씨 등 여성 보도연맹원 3명만 따로 학살되어 암매장된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박정순 씨의 유해는 1951년경 친정어머니가 매장된 장소를 찾아내 선이장했다고 알려져 있어, 나머지 2명의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유해가 발견된다면 최재덕 씨의 조카와 가족들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DNA 감식을 통해 신원을 밝혀낼 가능성이 존재한다.
충북역사문화연대 박만순 대표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유해발굴 활동을 통해 1617여구를 발굴했고, 진화위 해산 이후에도 민간과 지자체 차원에서 500여 구를 발굴했는데, 단 한 구의 신원을 밝혀내지 못했다”며, “이번 발굴조사와 DNA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된다면,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덕 씨의 제적등본에 사망 장소가 보은군 내북면으로 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사망일시도 1950년 7월 12일 오전 10시로 되어있어 이들이 학살된 시기도 뚜렷해졌다. 그간 이들이 희생된 시기는 증언에 의해 7월 6일로 알려져 있다가, 지난 2008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는 7월 10일경으로 추정했다.
박만순 대표는 최재덕 씨와 박정순 씨의 제적등본을 근거로 “그간 증언에 의해서 7월 6일 경에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었는데, 증언이라는 것이 집에서 나간 날로 알려져 있었다”며, “청주의 보도연맹원들은 청주경찰서 무덕관에 길게는 1주일씩 구금이 되어 있다가 지금의 공군사관학교 근처 쌍수리, 분터골에서 죽이고 오다가 맨 마지막에 여기서 죽인 건데, 여기서 죽은 분들의 날짜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주에는 북한 인민군이 7월 13일에 들어 왔다”며, “7월 12일에 대한민국 국군들이 후퇴를 하면서 보도연맹원들을 학살한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가 여성보도연맹 3명이 학살당해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최재덕 씨의 제적등본. 최 씨의 제적등본에는 그가 1950년 7월 12일 오전 10시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본격적인 유해발굴에 앞서 오전 10시 30분에는 개토제가 진행되었다.
이날 개토제 추도사에 나선 전국유족회 김보경 회장은 “하루빨리 과거사법이 통과되어 전국에 수백여 군데에 묻힌 마지막 한 분까지 밝은 세상으로 모시길 바란다”며, “올 상반기에는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되어 더 이상 이 땅에 억울한 유해가 없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조사단 박선주 단장도 “공동조사단이 오늘부터 앞으로 열흘간 유해를 발굴할 것”이라며, “땅속에 묻혀있는 진실을 끄집어내는 일에 많은 분들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 홍성문화연대 소속 윤해경 씨가 유해발굴 현장에서 진행된 개토제에서 진혼무를 올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개토제에서 충북보도연맹유족회 이세찬 회장이 헌작 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공동조사단은 “이번 유해발굴 공동조사는 노무현 정부 이후 중단된 과거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를 인도적 차원에서 발굴·안치하는데 있다”며, “특히 이번 발굴조사는 충청북도의 지방보조금 지원사업이며, 충청북도가 광역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유해발굴조사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20대 국회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개정안’ 등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어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법안심사 중에 있으나 법안 심사만 2년이 넘고 있다”며,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조속히 개정안을 처리해 국가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향후 공동조사단은 지속적인 유해 발굴을 통하여 민간인학살 사건의 실상을 기록하고, 하루속히 국가가 나설 수 있도록 강력하게 촉구하고 요구할 것”이고, “이를 위해 국민들 또한 힘과 지혜를 모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지난 2014년 경남 진주 명석면 용산리 유해발굴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대전광역시 동구 낭월동에서, 2015년 11월과 2016년 초에는 충남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한 바 있다. 2017년에는 경남 진주 명석면 용산리 제2학살지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했다. 지난 2018년에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아산시가 유해발굴사업을 지방보조사업으로 선정함에 따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 일대에 대한 5차 유해발굴 조사를 벌였다.
5차 발굴지는 아산지역 부역혐의사건의 희생지로서 희생자의 상당수가 부녀자와 어린아이들이었으며, 최소 208명의 유해를 비롯해 M1과 카빈의 탄두와 탄피, 비녀, 귀이개 등 다수의 유품을 발굴하였다. 이번 유해발굴은 6번째다.
  
▲ 3월 8일 오전 10시 30분에 유해 발굴지에서 개토제가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개토제에는 발굴관계자와 전국의 유족회 회원들을 비롯해, 청와대시민사회수석실, 행안부 과거사지원단, 충청북도 관계자와 충북도의회 의원들, 보은군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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