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9년 3월 10일 일요일

남북 관계, 정치 교루를 넘어서야 한다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보건복지 교류·협력의 필요성



2018년 봄부터 시작된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이행은 중대한 고비에 놓였다. 앞으로 다시 회복의 길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남북관계가 정치적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에만 치중할 경우 평화의 이면에 북한 “사회”가 구조화되는 불평등과 불안정성의 문제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정치·안보적 차원이나 경제적 차원의 남북 협력 이외에 사회적 차원의 남북 협력도 비슷한 속도와 비중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정적으로 한반도 통합체제로 이행할 수 있는가는 남북 간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대한 고비 
지난 2월 27일에서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2차 북미회담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언적 의미에 그치더라도 평화선언이나 종전선언 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결국 북미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아쉬운 회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계를 2년여 전으로 되돌려보면 양국의 정상이 직접 만난다는 것조차도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17년 9월 3일 있었던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직후에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넘어 군사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올 정도로 긴장관계가 고조된 상태였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까지 이어지자 UN은 연이은 제재조치(UNSCR 2375, 2397)로 북한을 압박했고 북한은 2017년 20년 만에 최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런 점을 생각해볼 때 이번 북미회담의 합의 결렬은 아쉽지만 지난 2년의 관계진전만으로도 앞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향해갈 수 있는 역사적인 변화였다고 평가한다. 2018년 4월 27일에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과 이후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조종자 역할을 통해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북미관계가 극적으로 회복되고 종전선언과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린다고 한들 한반도의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인 관계 회복 이후에는 우리가 좀 더 긴 호흡으로 대처하고 노력해야 할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과제들을 만날 수도 있다. 특히 보건복지를 비롯한 민생영역에서, 남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문제에 초점을 놓고 생각해볼 때 우리가 같이 해결해야 할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 있다. 우리는 경제적 번영과 함께 한반도 사회통합을 위한 다음 걸음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남북 대화 국면에도 불구하고 대북 경제제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UNSCR, 22, 2321, 2371, 2375, 2397)과 미국의 양자제재(HR 3364)는 당분간 유효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제재의 완전 해제 이전에 우회하는 적절한 교류·협력의 물꼬를 열어야 한다. 중국의 UN 대북제재 동참으로 민생 부문을 포함한 북한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며, 국제제재를 우회하여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것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따라서 대북제재의 대상이 아닌 인도주의적 교류가 남북 대회국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심적인 영역일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에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즉 영양, 건강, 교육 등의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은 한반도 전체의 미래에 중요한 투자가 된다. 북한 인적자원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평화 정착 이후 한반도 잠재성장 능력을 높이는 한편,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통해 사회격차를 줄여서 통일 이후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 2월 27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서 1차 정상회담 이후 약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정치를 넘어 사회에 대한 고려가 필요 
앞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강조한 것은 북한 체제에 대한 인권 관점의 비판을 위한 것은 아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시장 요소를 계획경제에 편입시키고 식량생산과 소비재 생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소비 부문에서 양적·질적으로 어느 정도 성장하는데 이르렀다. 최근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이나 베트남식 개혁·개방 노선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시장 요소를 활용한 전체 경제의 성장이 계층화 문제로 이어져서 주민생활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정치적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에만 치중할 경우 북한 '사회' 내에 구조화되는 불평등과 불안정성의 문제를 놓일 수 있다. 또한 누구를 위한 평화체제인지, 정당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안보적 차원이나 경제적 차원의 남북 협력 이외에 사회적 차원의 남북 협력도 비슷한 속도와 비중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은 1990년대 식량 위기 이후 상당기간 동안 전 주민의 기본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위기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2000년대 이후 경제의 회복을 통해 완화되어 가고 있지만, 우리의 관점에서 보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생활여건에 놓여있다. 특히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태어나고 성장했던 영유아·아동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은 지체되었고, 지체된 성장은 임신·출산 과정을 통해 다음 세대의 성장·발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전체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는 시급히 이들의 생활 개선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의 시장화, 계층화의 진행은 앞으로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사회주의 배급체제에 조응하여 꾸려진 보건·복지 제도들은 시장화 된 사회구조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사회보장의 현대화도 요구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북미 정상회담이 잘 진행된다면 이후 남북미 또는 6자회담의 틀에서 종전 선언과 한반도 평화선언의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그 이후에는 남북 간의 정치적 통합보다는 각각의 체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해나가면서 평화체계를 안착시키는 과정이 지속될 것이다. 해방 이후 70여 년간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대립했던 두 사회가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줄여나가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같은 민족이라는 것만으로 금새 하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오히려 시간을 두고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단점과 문제를 수정해나가는 것이 한반도의 번영을 위해서는 바람직하며, 필요한 과정이다.  

경제적으로는 낙후된 북한의 인프라를 지원하고 남한의 자본을 투자하여 성장동력을 극대화하고, 군사적으로 불필요한 무기와 인력을 감축하여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사용하도록 점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 보건복지 분야의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구의 질을 끌어올려 장기적인 성장의 토대를 닦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건복지 교류·협력은 남한과 북한 사회 각각의 정책 변화와 목표를 고려하되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의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사회통합은 단순히 북한을 지원한다는 차원을 넘어 서로의 사회가 갖고 있는 어려움들을 공유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동의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을 뜻한다. 

남한과 북한은 해방 직후만 하더라도 서로의 격차는 매우 미미하며, 각 사회 내에서의 격차 역시 크지 않았던, 식민지 지배에서 막 벗어나 개발에 나서는 상태의 신생국가였다. 그러나 1960~70년대를 거치면서 남한은 개발국가 단계를 거쳐 급속히 성장한 반면, 북한은 집단주의에 기반한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를 구축하였다. 이 과정에서 남한 사회는 내부적 계층화의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총규모를 증가시키는데 성공하여 남한과 북한의 격차는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1990년대 북한의 경제적 위기를 지나면서 이제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남한과 북한은 양과 질 모두에서 이질적인 사회가 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서 북한은 시장화를 수용한 경제 회복을 추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새로운 상류계급이 형성된 결과, 남한과 북한 모두를 한반도라는 하나의 시각에서 파악할 경우 매우 이질적이고 다양한 계층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반도 공동의 미래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정치적 통일의 속도와 별개로 남북한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지속, 사회계층화에 따른 사회갈증의 확대, 인적자본 격차와 삶의 질 격차라는 유사한 문제를 서로 다른 양상으로 경험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흔히 북한과 인적 교류가 확대될 경우 우리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곤 한다. 그러나 북한 역시 1990년대 이후 저출산이 지속되어 이미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시장화에 따른 사회계층간 갈등이 가시화되었으며, 앞으로 개혁·개방에 따라 북한 사회 내에서의 소득불평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사회보장 제도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제1선의 사회정책이다. 연대성(Solidarity)에 기반한 사회정책을 발전시킬수록 사회통합은 촉진되며, 반대로 사회정책의 연대성이 떨어질수록 이중화된 사회에 가까워져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여러 국가들의 역사적 경험으로 입증되었다. 한국 사회 역시 아직까지 충분한 수준의 사회보장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나마 북한보다는 다양한 제도를 포괄적이고 통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보장 제도의 발전과 지속성은 남한 내에서의 가능성만으로 논의될 수없으며 한반도 전체를 범주에 두고 지속가능하며 실효적인 사회보장제도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적자본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북한 사회 구조의 계층 간 격차를 선제적으로 줄이는 것은 향후 장기적으로 통합된 사회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장기적 과제이다. 예를 들어 아동기의 영양결핍은 성인기의 다양한 문제로 연결되며 이 상태로 가임기에 접어들 경우 다음 세대로 다시 부정적 영향이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 연쇄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대규모 사회투자가 북에 제공될 필요가 있다. 즉, 경제적 차원의 투자와는 별도로 사회적 투자가 고려되어야만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부합하는 체계적인 대북 보건복지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보건·복지 분야의 통합적 접근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적 접근을 위해서는 우리가 좀 더 북한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오랜 기간 폐쇄적인 사회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를 파악하기 어렵니다. 2000년대 이후 국제기구를 통해 이전보다 구체적인 자료가 수집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자료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인구자료조차도 2008년의 인구센서스 이후 아직까지 새로운 자료수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통합적 접근을 위한 기초 자료로서 보건·복지 분야의 구성 체계와 변수 선정에 대한 논의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류협력의 목표를 설정하고 체계적이고 계량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남북교류·협력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한반도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더욱 장기적이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각 분야의 실효성 있는 교류·협력 방안을 도출하고, 특히 저개발국가의 사회개발 모델과 같이 직접 적용이 가능한 경험틀을 반영하여 사회 전반에 대한 통합적 접근 체계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둘 것을 제안한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반도 전역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다양한 협력 추진 
앞서 살펴본 거시적인 목표를 염두에 두고 실천적으로 필요한 정책적 과제 몇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아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한반도 통합체제로 이행할 수 있는가는 남북 간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남북한 정치, 안보 문제와는 별도로 비정치분야인 사회복지・사회보장 분야에서 북한과 주기적으로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남북교류·협력은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국내외의 대북 민간단체나 국제기구들이 주도하였다. 하지만 앞으로의 교류·협력이 보다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기구를 포함하여 준공공기관들이나 협회·협의회와 같은 대표체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식적인 교류·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적절한 시점에 남북보건복지협정이나 남북사회보장협정 등 상호의 중장기적 목표를 합의하는 과정으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동서독통일보다 십 수년 이전에 보건분야의 교류·협력이 공식화되었다는 점을 참고하여야 한다.  

현 시점에서 보자면 북한에게 반드시 필요한 대북 보건의료 지원과 교류나 아동・노인・장애인 등을 위한 시설 설립과 운영지원 등은 북한 당국이 적극적으로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지원을 위해 필요한 우리 사회내의 다양한 자원을 체계화하고 이를 계기로 비정치적 교류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바탕을 두고 이후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해 사전에 다양한 정책 대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사회보장제도 측면에서 남북한 제도 간의 이질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양 제도의 장점을 혼합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학술적 교류가 선행되어야 하며, 사회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인구, 법제 등 다양한 정책적 협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남북 사회보장에 대한 연구 성과가 미진하였다.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과학적이고 엄정한 연구로 발전시키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앞서 제시한 남북교륙의 공식적 채널이 활성화된다면 북한 사회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정보 수집과 분석에 보다 많은 자원을 투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통합적인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정보의 수집과 축적을 통한 분석은 남북한 교류단계의 기초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통합의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나아가 남북한이 함께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정례화하여 인구, 사회보장에 대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들은 합리적인 대북 교류의 기초자료이자 근거가 되고 분야별 통합을 대비하는 유용한 자료가 된다. 매우 빠르게 급변하기도 하는 북한과 주변국의 정세, 북한 사회의 구조적・문화적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매해 달라진 변수들을 반영하여 한반도 사회통합의 이슈들을 재점검하고 보완・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북한 지역의 낙후된 보건복지 인프라를 확대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재원이 요구되므로 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칭)남북보건복지기금’을 적립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 사회통합에 경제적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어떠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가정하는가에 따라 기존 여러 연구에서 매우 큰 편차가 나고 있어 정확한 값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독일의 경우 통일비용의 절반 이상이 사회보장에 소요되었다는 점과 남한 역시 고령화에 따라 사회보장재정의 압박이 거세진다는 것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비용을 적립하여 사회적 부담을 시간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목적이 아니라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요구와 욕구의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요구된다. 이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모금액의 일부를 통일과정을 위해 적립하였는데 이러한 노력이 민간, 공공 영역에서 다양하게 전개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 주민이 실질적으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이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남북 교류·협력은 정치적 상황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주로 일회적으로, 대표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직전인 2007년에도 남북한 사회문화협력의 교류 건수는 350건, 교류인원 7,639명에 그쳤다. 독일의 경우 서독의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통일 이전부터 민족 동질감 인식을 위해 청소년들의 직접 교류를 위해 대 동독 견학 여행을 장려하였던 사례도 있다.  

단순히 제도와 제정을 이전하는 것보다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통합의 효과가 더 크다. 특히 보건복지 영역에서 다양한 전문직, 예를 들어 의료인력(의사,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장애인 전문인력, 정신보건 전문인력 등이 북한의 상응하는 전문인력들과 만난다면 이 과정에서 상호 제도·지식·기술의 차이를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의 구체적이며 전문적인 내용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문적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대북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개별 기구들의 접촉보다 향후 정책적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각 기관·단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가 해결할 새로운 과제들 
급속한 남북관계의 개선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남북 철도 연결을 통해 중국·러시아를 거쳐 유럽에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여 제조업의 활로를 찾을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또 북한에 매장된 지하자원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모두의 희망이 현실화된다면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주어질 것도 분명하다. 한반도의 남쪽만을 고려하며 구축한 보건복지 체계가 이제는 한반도 전체를 고려한 새로운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교류·협력해야할 새로운 파트너가 등장하고 있다. 남북 사회 통합의 장기적 과제는 정부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민간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준비가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관심과 노력을 모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다른 글 보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