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7년 7월 4일 화요일

먹이 물에 씻어 먹는 연미복 신사가 갯벌 지킨다


윤순영 2017. 07. 04
조회수 1176 추천수 0
표현력 뛰어나고 까탈스럽지 않아 사람과 친근
장소 마땅치 않으면 도로 위에 둥지 틀기도

크기변환_DSC_7016.jpg» 붉은 눈과 부리, 다리에 검고 흰 무늬가 선명한 검은머리물떼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법정 보호종이다.

검은머리물떼새를 보면 무엇보다 오렌지 빛이 도는 붉은 색의 긴 부리가 도드라진다. 눈은 붉은색, 다리는 분홍색이며 검은색 깃털과 흰 배가 선명한 대조를 이뤄 연미복을 입은 신사를 연상케 한다. 이 신사는  갯벌에서 게, 갯지렁이, 맛살, 어류 등을 잡으면 먹기 전에 물에 꼭 씻어 먹는 깔끔한 습관이 있다.

크기변환_DSC_4338.jpg» 사냥감을 물고 얕은 물로 향한다. 깨끗이 씻어 먹기 위해서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번식장소가 한번 정해지면 그곳에서 해마다 번식하며 쉽게 옮기지 않는다. 모래 혹은 돌 위에 아주 작은 돌멩이, 조개껍질로 둥지를 튼다. 형식적으로 나무 가지나 마른 풀을 살짝 깔아 둥지를 만들고 2~3개의 알을 낳는다. 알을 품는 기간은 22~25일 전후다.

크기변환_DSC_7644.jpg» 알이 다칠까 애지중지 조심조심 다루는 어미 검은머리물떼새의 모습.

크기변환_DSC_4444.jpg» 먼저 태어난 검은머리물떼새가 어미와 함께 알 옆에 기대어 있다 새끼는 알과 똑같은 색이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알이 눈에 잘 띄지 않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주변의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안전한 번식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에 간척지의 도로 위에 둥지를 트는 일도 종종 있다. 그래서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로운 모습이 매년 되풀이된다.  

알을 품는 기간에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면 번식을 포기하기도 한다. 암컷이 주로 알을 품으며 수컷은 주변 경계에 더 열중한다. 다른 새들이 그렇듯이 수컷은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하며 암컷은 모성애가 강하다.

크기변환_DSC_1296.jpg» 간척지 도로 위에서 알을 품고 있는 검은머리물떼새(붉은 깃발 왼편).

크기변환_DSC_4343.jpg» 새끼가 태어나자 수컷 검은머리물떼새가 경계 근무에 철저하다.

다른 검은물떼새가 번식 영역에 들어오면 소리로 경고한다. 경고음에도 침입자가 반응이 없으면 쏜살같이 달려가 부리를 아래로 숙이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종종걸음으로 따라다닌다. 머리를 숙여 저돌적으로 상대에게 들이대며 밀어낸다. 역부족일 때는 부부가 합세하여 물리친다.

크기변환_DSC_8186.jpg» 검은머리물떼새 부부.

어설픈 방어란 없다. 침입자가 도망가면 다시는 오지 못하게 따라가 혼쭐을 내는 단호함도 보인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집단번식과 집단월동을 하지만 번식 영역에 대해서는 경계구역을 엄격하게 지킨다. 사람이 접근하거나 방해요인이 발생해도 거리가 지나치게 둥지와 가깝거나 큰 위협이 없으면 태연히 둥지를 지킨다.

■ 검은머리물떼새의 침입자 몰아 내기 행동

변환_DSC_1903.jpg» 둥지 근처에 침입자들이 나타났다.

크기변환_DSC_8101.jpg» 재빨리 침입자를 향해 날아간다.

크기변환_DSC_8104.jpg» 침입자들 때문에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인다.

크기변환_DSC_1593.jpg» 몸을 움츠리는 침입자들.

기변환_DSC_1595.jpg» 달아나기 바쁜 침입자 검은머리물떼새.

크기변환_DSC_1603.jpg» 침입자들 앞에서 고개를 낮춰 경고 행동을 한다.

크기변환_DSC_1875.jpg» 영역 밖으로 나가라는 경고음을 내며 밀어내기를 한다.

크기변환_DSC_1881.jpg» 밀려나는 침입자들.

크기변환_DSC_1982.jpg» 미련이 남아 버티던 침입자가 강력한 공격에 다급해진다.

크기변환_DSC_1983.jpg» 쫓기다 미처 날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지는 침입자. 체면이 구겨졌다.

크기변환_DSC_1938.jpg» 암컷 검은머리물떼새도 수컷을 뒤따라와 침입자를 향해 날아든다. 침입자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다.

크기변환_DSC_1939.jpg» 검은머리물떼새 부부의 협공이 시작된다. 바짝 긴장한 침입자.

크기변환_DSC_1944.jpg» 줄행랑을 치는 침입자. 버티다 혼쭐이 났다.

크기변환_DSC_1959.jpg» 상대가 달아나도 추격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맹렬하게 몰아낸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주변의 상황을 앞서 계산하여 정확한 판단을 한 뒤에 행동한다. 잔망스럽거나 경솔하지 않은 점잖은 새다. 새끼가 태어나면 새끼 보호를 위해 소리를 내거나 주변을 선회하며 안전해질 때까지 천적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기도 한다. 사생활에 대한 간섭을 몹시 싫어하는 새이기도 해서 서식지를 침범하거나 번식을 방해하면 불편한 심기를 몸동작으로 표현하고 부리로 물을 튀기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크기변환_DSC_2030.jpg» 침입자를 밀어내고 후련한 기분으로 둥지로 돌아오는 검은머리물떼새.

크기변환_DSC_2031.jpg» 영역관리는 하루 중 일과다.

크기변환_DSC_2032.jpg» 날갯짓이 가볍다.

크기변환_DSC_0349.jpg» 침입자들 때문에 둥지를 비우는 일이 종종 생긴다.

크기변환_DSC_0347.jpg» 둥지를 오래 비워두어 새끼가 궁금하다.

기변환_DSC_0348.jpg» 여러 가지 방해요인으로 새끼 키우는 일이 녹록하지 않다.

변환_DSC_1738.jpg» 둥지로 돌아온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가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행동하는 모습은 확연히 티가 나고 몸짓과 소리는 사람들이 보고 들어도 알 수 있다. 특히 알을 포기하고 새끼를 잃었을 때 큰 슬픔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표현력을 뛰어난 새다. 다른 물떼새들에 비해 예민하게 행동하지 않고 유순하며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 친숙함을 보이는 새다. 그래서인지 일부 몰지각한 사진 촬영자들의 표적이 되어 힘겨운 번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크기변환_DSC_4474.jpg» 태어난 지 이틀 된 어린 검은머리물떼새는 어미가 둥지를 떠나면 석축 틈새에 숨었다가 안전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온다.

방해요인이 심하면 다른 새들은 둥지의 알을 포기하지만 검은머리물떼새는 웬만하면 둥지와 알 새끼를 끝까지 지켜낸다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개체가 있지만  간척 사업으로 인해 서식환경이 변했고 열악한 번식지는 검은머리물떼새의 번식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갯벌에서 생활하는 검은머리물떼새는 갯벌 생태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종이기도하다.

크기변환_DSC_0729.jpg» 검은머리물떼새 부부의 사랑은 돈독하다.

크기변환_SY3_1704.jpg» 서천 유부도에서 월동하는 검은머리물떼새 무리.

자연 번식지가 부족한 곳에는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인공번식지를 마련해 주는 일도 시급하다. 동북아 북쪽의 번식 집단과 러시아, 캄차카반도, 중국 동북지방에서 번식을 마친 2000~4000마리의 큰 무리가 한반도를 찾는다. 이들은 서해안 무인도에서 남쪽으로 신안군 앞바다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분포하는데, 군산 외항과 서천 유부도에서 해마다 큰 무리가 월동을 한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필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