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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일 일요일

이 지독한 가뭄을 이겨낸 감자, 정말 고마웠다


17.07.02 20:47l최종 업데이트 17.07.03 09:1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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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며칠 지난주 고향에서 수확해온 감자 먹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어떤 날은 밥을 짓기 시작하면서 종이컵만 한 감자 두알 쓱쓱 껍질 벗겨 강판에 북북 갈아 부쳐 먹었고, 어떤 날에는 감자채 볶음을 해 먹기도 했습니다. 서너 개 껍질을 까 밥에 올려 쪄먹기도 했습니다.

자랄 때 자주 해주시던 대로 좀 작다 싶은 감자들을 골라 껍질을 벗긴 후 단맛을 넣어 쪄먹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쪄 먹을 땐 감자가 다 익었다 싶어도 불을 끄지 말고 뚜껑을 열어 좀 더 찐 후 불을 끄면 훨씬 맛있는 감자를 먹을 수 있답니다. 수분이 날아가 훨씬 포실 포실해지거든요.

냄비에 남아 있는 물이 완전히 없어질 때 불을 끄면 되는데, 전 약한 불로 조금 더 뒀다가 끄곤 한답니다. 냄비에 닿은 부분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노릇하게 눌은 감자의 그 부분 정말 좋아하거든요. 냄비에 눌어붙은 감자를 떼먹는 즐거움도 좋고요.

 아웃에게 나눠줄 감자를 담고 있는 친정엄마의 손.
▲  아웃에게 나눠줄 감자를 담고 있는 친정엄마의 손.
ⓒ 김현자

 큰언니 차에 묻어 갔는데, 언니는 친정부모님이 녹여서 데우는 것으로 간편하게 잡수실 수 있도록 을 수 여러 가지 국이며 반찬들과 우리와 함께 먹을 잡채와 갈비찜, 찰밥을 미리 만들어 얼려 놓았더군요.
▲  큰언니 차에 묻어 갔는데, 언니는 친정부모님이 녹여서 데우는 것으로 간편하게 잡수실 수 있도록 을 수 여러 가지 국이며 반찬들과 우리와 함께 먹을 잡채와 갈비찜, 찰밥을 미리 만들어 얼려 놓았더군요.
ⓒ 김현자

올해 82세인 친정엄마. 무릎이 좋지 않아 몇 년 전 인공관절 수술을 하며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고, 겨울이 시작될 때면 이미 오래전에 고질병이 된 산후병으로 팔 저림을 겪곤 하지만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그런 엄마가 설을 며칠 앞둔 1월 24일에 입원을 했습니다. 

일어서다 넘어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당할지도 모를 정도로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심한 어지럼증으로 입원했습니다. 우린 그리 오래지 않아 퇴원하실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넘게 입원했습니다. 그러고도 결과가 속 시원하지 않아 봄내 여러 병원들을 다녀도 크게 나아지지 않아 걱정이 많았고, 이러다 영영 활동하지 못하시면 어쩌나? 형제들이 모여 대책회의까지 할 정도로 엄마의 상태는 캄캄하기만 했습니다.

엄마보다 다섯 살 위인 데다가 날이 갈수록 작아져만 가는 아버지 모습을 뼈아프게 느끼며 그동안 시간이 닿는 형제들 저마다 고향집으로 내려가 농사일을 거들곤 했습니다. 와중에 엄마가 아프셔서 이제는 정말, 올해부터는 좀 힘들더라도 형편에 맞게, 한두 집씩 어울려 내려가 농사일을 해드리고 오자고 우리 형제는 입을 모았습니다.

봄. 엄마는 그 와중에도 '뭣도 심어야 한다. -씨를 뿌려야 한다….' 노심초사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옛날보다 훨씬 더 자주 가서 어지간한 일은 다 할 테니 엄마는 어떻게든 건강 회복하실 것만 생각하세요!"라고 말을 하고 또 해도 걱정 또 걱정. 당신 손으로 아무것도 심지 못함을 죄스러워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칠 남매입니다. 다음 주에 갈 수 있으려나? 농사일하러 며칠째 틈을 노리던 어느 날, 고향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들 셋과 막내 여동생이 고향집에 내려가 참깨도 뿌리고 미처 하지 못한 일을 하는 등 농사일을 하고 있다고, 새참 먹는 잠깐에 조카가 엄마 아버지 모습과 함께 소식을 형제 SNS에 올린 것입니다.

함께 가자 약속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함께 일하지 못함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마워(두 언니 댓글에서도 같은 마음을 느꼈습니다) 참여하지 못한 우리 딸 셋은 약속이나 한 듯 "그럼 감자 수확은 무조건 우리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캐온 감자랍니다. 받아만 먹을 때도 고향에서 온 감자라 남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얻은 감자라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고요.

고향이 김제라고 하면 끝없이 펼쳐진 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김제지만 모악산이 가까운 고향에선 밭농사를 많이 한답니다. 주변 지역들보다 가뭄이 좀 더 심한 것 같고요. 그래서 해마다 봄이면 되풀이되는 가뭄을 예사로 느끼며 자랐습니다. 그런 가뭄 속 세월들을 견뎌내신 부모님인데 올해는 가물어도 너무 가문다며 5월 어느 날 말씀하시더군요.

 감자를 캐며 감자를 준 흙과 가뭄 속에 자라 알을 키워준 감자가 어찌나 고맙던지요.
▲  감자를 캐며 감자를 준 흙과 가뭄 속에 자라 알을 키워준 감자가 어찌나 고맙던지요.
ⓒ 김현자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6월 22일~6월 24일) 감자도 캐고 마늘도 정리하고 이것 저것 나눠 먹고...힐링했습니다.
▲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6월 22일~6월 24일) 감자도 캐고 마늘도 정리하고 이것 저것 나눠 먹고...힐링했습니다.
ⓒ 김현자

 감자를 캔 후 고향에 가지 못한 형제들 몫의 마늘까지 잘라 먹기 좋도록 손질했습니다. 이른 아침밥 먹자마자 달려가 감자를 캤기 때문인지 오전에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  감자를 캔 후 고향에 가지 못한 형제들 몫의 마늘까지 잘라 먹기 좋도록 손질했습니다. 이른 아침밥 먹자마자 달려가 감자를 캤기 때문인지 오전에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현자

"내가 심었다고 내가 주인이간디(있나)…. 심기는 내가 심어도 주시는 것은 하느님 맘이다. 그러니 주시는 만큼 먹어야지!"

올해는 가물어도 너무 가물어 감자순을 걷어 올리는 순간까지도 감자가 제대로 맺혔을까. 너무 작은 것들만 나오면 어쩌나? 걱정됐습니다. 숱한 세월을 가뭄 속에 농사를 지어 어떻다 우리보다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처럼 말씀하시게 될 때까지 힘든 것들이 많으셨겠죠. 그래도 수확이 너무 형편없으면 얼마나 쓰리고 허망할까. 그리고 민망할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원체 가물어서 몇 개나 나올까 걱정했더니 이만하면 감사한 일이지. 보통 가무나(엄청 가문다) 작년보다 알이 많지 않아도 작은 것들이 별로 없어서 해 먹기에는 더 좋겠네. 다 먹지도 못할 것 너무 많이 심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자식들 말 믿고 두 고랑 더 심길 잘했구만!"

다행히 감자는 그리 섭섭하지 않게 나왔습니다. 작년보다 큰 것들이 훨씬 많다고 하고요. 부모님과 우리 칠 남매가 해마다 나눠 먹곤 하던 그 정도에다가, 그리 큰 상자로는 아니나 가까이 사시는 사돈에게도 한 상자, 가까운 두 이웃에게도 그리 적지 않게 나눠줄 수 있는 양은 나왔으니까요.

아니, 이토록 심한 가뭄에 정말 많이 나온 것이지요. 우린 감자를 캐며 저마다 다른 표현으로 묻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맛있는 감자를 준 흙에, 가뭄을 이기고 자라준 감자에 신기해하고 고마워 했습니다. 그리고 가을 수확을 약속했습니다.

"비? 해갈됐다! 그끄저께 비가 많이 왔거든. 그저께도 조금 왔고! (…)자식들이 (참깨 씨를) 뿌렸는데, 그만큼도 못 먹게 주시려나 싶어 좀 야속하기도 했는데 이제라도 비를 주셔서 참말 고맙지 않나(너무나 고맙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봄가뭄 속에서도 이즈음이면 가슴높이까지 자라기도 했는데 올해는 대부분 겨우 두뼘 정도의 키로 꽃 피운 참깨...지독한 가뭄을 견뎌내는 부모님과 작물들 보며 마음 아팠습니다.
▲  해마다 되풀이 되는 봄가뭄 속에서도 이즈음이면 가슴높이까지 자라기도 했는데 올해는 대부분 겨우 두뼘 정도의 키로 꽃 피운 참깨...지독한 가뭄을 견뎌내는 부모님과 작물들 보며 마음 아팠습니다.
ⓒ 김현자

 중년에 특히 좋다는 인디언감자(아피오스) 꽃입니다. 팔순 부모님. 농사를 놔야 하는데 놓지 못하시는 부모님을 설득해 몇년 전부터 인디언감자와 돼지감자, 도라지 등처럼 일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로 대체, 가급 형제들이 가서 심고 거두고 있습니다.
▲  중년에 특히 좋다는 인디언감자(아피오스) 꽃입니다. 팔순 부모님. 농사를 놔야 하는데 놓지 못하시는 부모님을 설득해 몇년 전부터 인디언감자와 돼지감자, 도라지 등처럼 일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로 대체, 가급 형제들이 가서 심고 거두고 있습니다.
ⓒ 김현자

여기까지 쓰다가 20분 전에 전화를 드렸더니 이처럼 말씀하시는데 목소리에서 기분 좋은 그런 들뜸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많은 비가 와줬나 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참깨가 다른 해 같으면 이즈음 가슴 높이까지 자라 꽃을 피우곤 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가장 많이 자란 것이 두 뼘 정도? 한 뼘 정도 자라 꽃을 피운 참깨들이 대부분이라 정말 마음 아팠거든요.

그저께(6월 28일), 충청도 어느 곳에서 올해는 너무나 가물어서 장마 소식이 있어서 이제야 모내기를 한다는 뉴스가 보이더군요. 그날부터 모내기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짜가 열흘, 장마 덕분에 그나마 수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모내기를 한다고요. 그 기사 후 가뭄이 심해 전국 여기저기에서 물 때문에 이웃들끼리 싸움이 많다는 뉴스도 보여 마음 아팠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온다는 장맛비가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모든 땅이 어서 빨리 해갈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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