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5년 7월 22일 수요일

북한 고위급 인사 탈북을 전하는 언론보도를 보며

남북물류포럼 칼럼

2015. 07. 23
조회수 17 추천수 0
 전현준박사.jpg
 7월 들어 북한 고위급 인사가 탈북했다는 내용을 전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이들 보도들이 사실인 것을 전제로 한다면 다음과 같은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첫째, 북한의 핵심비밀이 밝혀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 고위 탈북자들이 노동당과 군부의 핵심 비밀을 어느 정도 제공했는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노동당 39호실이나 제2경제위원회 출신 고위인사가 맞다면 상당한 정도의 기밀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39호실이나 제2경제위원회는 북한체제의 핵심기구들이다. 그만큼 속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정은 비자금이 어느 정도인지, 북한 군사비가 어느 정도이고 핵무기 개발비가 실제 어느 정도인지 등은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은 일반 탈북자들은 알 수 없는 부문이다. 따라서 금번 고위급 탈북자들을 통해서 이러한 비밀들이 어느 정도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언론보도로 본다면 탈북자의 계급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탈북자는 약 27,000명에 이르고 있지만 대부분 신분이 노동자․농민이었다. 인민군 계급도 거의 인민군 상좌(중령급) 미만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고위급 탈북자들은 일반 탈북자와는 달리 우리의 차관급들이다. 북한의 최고위층은 아니지만 김정은 권력을 유지하는 주요 부서의 주요 인물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북한 핵심계층에도 ‘잠재적’ 저항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과 앞으로 ‘제2의 황장엽’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셋째, 북한 체제 변화 문제와 관련하여 매우 유의미한 일이 발생한 점이다. 그 이유는 북한 체제 유지의 가장 강력한 수단인 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관료 및 주민들에 대한 사상적, 육체적, 물질적 통제를 통해 체제를 유지해 왔다. ‘공포에 의한 지배’ 정책인 것이다. 김정은이 등장 이후 리영호․장성택․현영철․마원춘 등 최측근을 숙청한 것으로 밝혀지거나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은 철저히 김일성․김정일 노선을 따르는 ‘경로 의존적(path dependency)’ 통제방식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철저한 ‘마키아벨리스트(Machiavellis)t’인 것같다. 마키아벨리는(Machiavelli)는 “군주는 존경받기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부터 유지된다”라고 강조했고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작금의 고위급 탈북 사건들이 확인된다면 그러한 김정은의 공포를 통한 지배 정책을 무색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유념해서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북한의 통제장치는 상상을 초월하고 국가안전보위부는 그 어느 독재국가들의 통제기구보다 막강하다는 데도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은 보위부에 조차 맹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포에 의한 지배는 피지배자들이 이를 충실히 따랐을 때 효과가 있는 것이지 이에 저항하면 소용이 없게 된다. 오히려 지배자가 역공을 당하게 된다. 역사상 수많은 독재자들이 공포스런 지배에도 불구하고 민중혁명이나 군부 쿠데타에 의해 타도되었다. 국가안전보위부와 같은 통제기구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김정은도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한 체제의 변화 문제와 관련해 어떤 판단도 성급하게 내려서는 않된다. 그 이유는 최근의 탈북자들을 보더라도 자유주의 혁명 사상에 무장되어 있는 것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탈북한 이유가 이들이 자유주의 혁명 사상을 공부하여 “군주도 과오를 범하면 타도될 수 있다”라는 사상 때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김정은의 통치행태에 대해 불만을 갖거나 아니면 일정한 과오가 있는데 김정일 시대같으면 그냥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김정은이 조그만 과오도 숙청하는 것을 목도한 후 겁이 나서 탈북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조차도 그들의 탈북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고위급 탈북 사건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단발적이고 비조직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부서가 서로 다르고 시기나 장소도 다르다. 이들이 사전 모의에 의해 탈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은 촘촘한 상호감시망을 가지고 있다. 북한 국내나 해외나 일정한 지위 이상은 국가안전보위부에 의해 거의 모두 도청당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통제가 느슨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충성을 다하고 있고 전반적인 통제는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사전 모의나 상호 통화가 이루어지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북․중 국경을 통한 대량탈북은 아니다. 대량탈북이었다면 역사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1989년 11월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년 후 동서독이 통일을 이루게 된 배경이 동독 주민들의 인접국인 헝가리로의 대량 탈출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북한 고위급 인사 탈북은 개별적이며 극히 일부다.
   따라서 북한내에 대안 사상과 대안 집단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사건들을 김정은 정권 붕괴나 북한 체제 변화와 직접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이를 무리하게 연계하면 잘못된 대북 정책을 낳는 결과를 초래하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김정민, 고영환 등 중간급 인사 탈북, 1997년 당 서열 21위였던 황장엽 비서 망명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는 유지되고 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이 글은 남북물류포럼에 게재한 것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