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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5일 일요일

내 돈으로 지뢰 제거했더니 불법이랍니다


15.07.05 19:18l최종 업데이트 15.07.05 19:18l




지난 6월 초의 일이다. 늦은 오후, 파주시에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녹색연합에는 전국각지에서 수많은 문의전화가 온다. 본인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토로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보를 해 오시는 분들이다. 

연락을 하신 분은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이하 민통선)에 출입하며 콩 농사를 짓는 분이었다. 여느 전화와 마찬가지로 답답한 마음이 한가득 수화기 건너에서 느껴졌다. 자신의 농토에서 지뢰를 발견해서 지뢰제거를 자비로 했는데, 국방부와 관할 부대에서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불법을 저질렀다며 엄포를 논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 발견했을 때는 관할부대에 지뢰제거를 요청했으나 부대 여건상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서야 민간지뢰제거업자를 통해 자비를 들여 제거를 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200여 발의 지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관할부대에 수거라도 요청을 했지만 불법을 저질렀다는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는 것이다. 

우연치 않게 며칠 동안 DMZ 일원의 지뢰 지대 자료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1968년부터 민통선에는 민간인들의 정착이 시작되었고 부분적인 출입을 통해 영농이 가능하게 되었다. 민통선 정착 1세대들은 "전쟁과 같은 개척을 통해 땅은 옥토로 변해갔다"라며 한 잡지사와 한 인터뷰에서 그 시절을 회상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민통선 주민들의 어려움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며칠 후 파주시 장단으로 급히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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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대교 통일대교의 끝자락이다. 저 너머 관문을 지나면 민간인통제구역이다. 파주시 장단면이다.
ⓒ 녹색연합

"지뢰 제거가 군인의 임무 아닙니까?"

자유로를 쉴 새 없이 달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통일대교 끝자락까지 왔다. 민통선 출입절차를 마치고 차량내비게이션에는 표시되지 않는 도로를 20여 분 남짓 지나 한적한 농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여느 농촌 농지들과 다름없어 보였지만 곳곳에는 얇은 철조망과 함께 역삼각형의 붉은 안내판에 '지뢰, MINE'라고 적혀있다.  

그곳에서 제보전화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다. 본인을 예비역 중령 출신이라고 소개한 이 분은 누구보다 지뢰와 군 시설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시는 것과 동시에 본인의 답답함을 연신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우리와 동행한 군 관계자들에게도 뼈있는 일침을 놓는 걸 잊지 않으셨다.

"군인이면 군인답게 행동해야 할 것 아닙니까! 지뢰를 매설하는 것도 또 제거하는 것도 군인의 임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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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뢰지대표시 제보농민의 농지 바로 옆에 위치한 지뢰지대 표식이다.
ⓒ 녹색연합

개인의 사유지 VS 군사시설 

제보를 한 농민의 입장과 이 지역을 관할하는 군 당국의 입장은 엇갈렸다. 문제의 논점은 이러했다. 

- 제보농민의 입장
"민통선 이내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엄연히 개인의 사유지이다. 설사 그 안에서 미확인지뢰가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군에서 제거를 해주어야 한다. 관할사단과 국방부에 지뢰제거를 수차례 요청했고, 해당 지자체와 지적공사에 행정조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험을 무릎 쓰고 스스로 지뢰제거를 한 것이다. 지뢰제거를 해야 해당 농지에 대한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군사시설을 자꾸 운운하는데 그렇다면 사유지가 안에 있으니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 군 당국의 입장
"해당 농민이 문제를 제기한 농지는 최초 민원이 접수된 2010년에 미확인지뢰지대로 확인되었다. 해당 지역의 미확인지뢰지대는 군사시설로 분류되고, 민간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출입금지를 권고했었다. 미확인지뢰지대는 군 작전상 보호되어야 하고 군인들만이 공식제거장비를 통해 제거할 수 있다. 민간업자에 의해서 군의 통제 없이 지뢰를 제거한 것은 군사시설을 훼손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24조 1항에 의거하여 군사시설을 손상시킨 자는 3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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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 = 지뢰밭? 제보농민이 지뢰를 제거한 밭이다. 96년부터 제보농민은 지뢰의 존재를 모른 채 15년 이상 콩농사를 지어왔다.
ⓒ 녹색연합

미확인지뢰지대 = 군사시설?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명백히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은 있었다. 이 지역이 미확인지뢰지대는 확실한데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서 미확인 지뢰지대를 군사시설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맞다, 아니다" 서로 주장은 하고 있지만 그 판단근거를 확실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뢰를 두고 유관법률을 적용함에 있어 분명한 공백이 있었고, 입법상의 미비함이 분명히 드러나는 지점인 것이다.

하지만 군은 판단근거로 이야기하고 있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을 두고 명확한 유권해석 없이 자의적인 해석만을 해왔다.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의 법리해석과 군교본 상의 정의를 두고 불법을 운운하고 있었던 것이다. 법무부의 공식적인 견해도 없었고, 명확한 판례도 없었다. 

'해당 미확인지뢰지대는 군 작전상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현재 관할 사단은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당시에는 작전성이 소멸된 지역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할사단 내부에서도 지뢰지대를 명확한 현황파악 없이 관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또한 군에서 설정한 지뢰지대 안에는 실제로 지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고, 지뢰지대로 규정하지 않은 이 같은 곳에 지뢰가 더 많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 동행한 민간지뢰제거업자의 주장이었다. 실질적인 조사 작업 없이 문서상으로 인수인계만 60여 년 동안 해오다 보니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군당국은 해당 지역을 지목상으로 '임(임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상에는 '전(밭)'으로 분류하고 있다. 민통선 안은 군 전체가 관할하는 지역이 아니다. 행정부가 관할하는 곳이기도 하고 명백히 민간인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뢰지대에 대한 국방부와 행정부 간에 유기적인 관리 가이드라인도 없을뿐더러, 가장 기본적인 문서에서조차 손발이 맞지 않아 보인다. 

"제거를 하기에는 군의 능력이 부족하다"라면서 군이 보낸 공문은 모든 사안을 종식시킨다. 시간과 예산의 문제이다. 광활한 지역을 모두 처리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예산도 많이 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뢰를 제거하는 데 약 400년이나 걸린다는 것이다. 합참의 지뢰제거예산 상에는 평당 20만 원이 드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민간지뢰제거업자들은 평당 3만5천 원의 공임비를 받고 있다. 제거 시간도 현격히 차이난다.

군의 장비로는 하루에 10m 정도를 탐지(제거) 할 수 있지만 민간의 기계장비로는 하루에 200평을 평균적으로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 업자의 주장이다. 물론 편차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현격한 편차이다. 비용과 시간을 어려움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군 당국에서 가용한 지뢰제거기술과 기준을 모두 적용하였는지 또는 상식적인 비용산출이 되었는지 의문이 드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군 당국과 정부의 의지문제가 이 사안에서는 더 두드러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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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지와 도로, 그리고 지뢰지대 지뢰지대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다.
ⓒ 녹색연합

"내가 왜 시민단체에까지 연락을 해서 이 난리 피는 줄 아느냐?" 

1시간 여의 논쟁 끝에 제보 농민이 마지막으로 이야기한다.

"내가 왜 시민단체에까지 연락을 해서 이 난리를 피우는 줄 아느냐? 여기 주위에 사람들! 서부전선 전체에서 나처럼 미확인지뢰지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렇게 어렵게 농사짓고 있어요. 어떤 이야기인가 하면, 민간인들은 지뢰가 있다고 신고 안 합니다. 그냥 묻어 버려요. 신고가 들어가는 순간, 경계병 2명 데리고 와서 테이프치고 아무 것도 못 하게 해요. 농사 못 짓게 하는 거예요. 지뢰제거를 돕지는 못할망정, 막는 것만이라도 하지 말아주세요."

오늘과 같은 일은 흔치 않은 사례다. 해당 민원인이 예비역 육군공병출신이어서 군 관련 지식이 있고 또한 의지를 가지고 대응을 해왔기에 적어도 관할 부대 측과 논쟁이라도 가능했다. 하지만 민통선 내에서 경작하는 주민들은 지뢰와 엮이면 쉬쉬하는 것이 보통이다. 군대에 밉보일까 벙어리 냉가슴 앓는 주민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실제로 제보농민의 밭 건너에서 지난달에도 폭풍지뢰(M14 대인지뢰)가 터졌으나 신고가 된 건 없었다. 

지뢰사고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로 ▲ 보상 및 배상에 대한 절차를 몰라서(128명) ▲ 군부대에 밉게 보이면 불이익을 당할까봐(33명) ▲ 사고가 나도 본인 책임이라는 각서 때문(11명)이라는 내용이 발표된 바도 있다(평화나눔회 2011년 조사, 228명 대상). 심지어 지뢰사고 피해를 당해도 이 정도인데 이외의 일들은 오죽할까. 6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국방부의 근거 없는 불도저식 대응에 주민들은 벙어리로 살아온 것이다.

잿밥에만 관심 있는 정부, DMZ 일원 교통정리부터 서둘러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뢰는 군인만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또한 명확한 법률적 근거는 없다. 국방부의 주장이다. 어디까지나 군 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에 근거한다. 하지만 때에 따라 민간제거업자에게 용역을 맡기고 대대적으로 지뢰를 제거한 사례는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의선 개발사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최근에는 DMZ생태평화공원을 만들겠다며 대규모 지뢰제거용역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부의 의지와 의도가 어디에 쏠려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55마일, 248km의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2km씩 한계선을 설정한 지역이 DMZ이다. DMZ 외곽의 민간인통제구역을 포함해 DMZ 일원이라고 부른다. 철책선을 따라 이어진 DMZ 일원은 60여 년의 분단역사가 만들어 놓은 지구상 유례없이 특수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백두대간, 연안·해양과 함께 보전해야 할 3대 생태축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정부는 겉으로 평화적인 생태계 보전이라 말하고 그 안에는 다른 속셈을 늘 갖고 있은 듯하다. 생태계 보전이라는 구호만 흩날리고 있고 생태평화적인 가치를 빙자한 대형개발사업들만이 DMZ 일원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정전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부작용들은 정부의 뒷전에서 계속 쌓여가고만 있다. 제보농민이 겪고 있는 군사보호구역과 민간이용지역의 충돌문제가 대표적인 정부의 관심 밖 사안이다.

DMZ 일원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입장과 실질적인 법규의 부재로 인해 국방부는 자의적으로 기존 법규들을 해석하고 있다. 근거 없이 주민들의 사유지에서 엄포를 놓고있는 것이다. 호랑이 없으니 여우가 왕 노릇 하는 꼴이다. 생태계 보전의 가치, 대북평화적인 가치, 주민들의 삶이 모두 고려되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입장과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DMZ생태계 보전적 가치는 정부가 이용할 할 잿밥이 아니다. 오롯이 그 생태적 가치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DMZ 일원 주민들의 삶 또한 국방부가 좌지우지 할 사안이 아니다. 정전 후, 60여 년 동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정리되어 온 것이 없다. 정부는 무엇이 먼저인지 교통정리부터 서둘러야 한다. 지뢰지대의 등기부등본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군부대의 문서부터 제대로 파악하길 바란다. 

메르스가 온 나라를 들쑤셨다. 정부가 국민들을 셀프방역으로 내몰았는데 셀프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지뢰 제거도 셀프시대인가?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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