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5년 7월 1일 수요일

정치풍자 코미디의 ‘암흑시대’ 노무현 시절이 그립다



장관은 기본에 대통령까지 정치 풍자 소재였던 참여정부 시절
임병도 | 2015-07-02 10:39:45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KBS<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이 받은 ‘행정지도 제재’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습니다. 7월 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의원회 박효종 위원장에게 KBS<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이 제재를 받은 이유를 질의했습니다.

지난 6월 2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하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개그콘서트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5호를 적용 ‘의견제시’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6월 14일 방송된 ‘민상토론’의 주제는 메르스 관련 이야기였습니다.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은 왜 제재를 받았나?’


코미디의 단골 소재 중 하나가 ‘정치풍자’입니다. 시기에 적절한 정치 사건과 인물에 대한 풍자는 시청자의 관심과 호응이 높습니다. 메르스를 개그 소재로 삼았다고 왜 ‘민상토론’이 제재를 받았을까요?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이 행정지도를 받은 것은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지적사항 때문입니다. 유승희 의원이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준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박효종 방심위 위원장은 ‘특정인에 대해서 혹시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이유’라고 답했습니다.1

유승희 의원이 ‘어떤 특정인에 대한 인격침해입니까?’라고 묻자, 박 위원장은 ‘인격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답변만 했지, 특정인을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6월 14일 방송된 ‘민상토론’에서 개그 소재로 등장한 인물 총 3명입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 속 문형표 복지부 장관과 티셔츠에 인쇄된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세 명 중 누가 과도하게 인격권을 침해받았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방심위 함귀용 심의위원도2 ‘특정인의 인격과 관련한 부적절한 내용이므로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고만 주장했지, 정확히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3
‘문형표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인격권을 침해 받았는지를 물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제는 정치 풍자가 어렵다는 개그맨’
미래창조방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이하 미방위)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이 받은 ‘제재’를 문제 삼은 이유가 있습니다. 2014년 10월 22일 미방위 소속 의원들은 KBS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을 찾아 개그맨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개그콘서트의 서열 1위 개그맨인 김준호씨는 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몇 년 전에는 정치나 사회적 풍자를 신랄하게 했었는데 (이제는) 좀 어렵다….”는 정치 풍자 개그의 어려움을 말했습니다.4

개그맨 김준호씨의 얘기에 미방위 국회의원들은 “더 세게, 많이, 더 신랄하게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국회의원이 세비를 많이 받는다는 내용도 많던데 의원들에게도 출연료를 좀 줘야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까지도 했습니다.
의원들이 ‘더 세게, 더 신랄하게 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개그맨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결국, 역시나 특정인을 풍자했더니 곧바로 ‘행정지도’라는 ‘제재’를 받았습니다.

‘장관은 기본에 대통령까지 정치 풍자 소재였던 참여정부 시절’


정치 풍자 코미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코미디언 김형곤씨의 KBS ‘유머 1번지’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코너를 기억하는 시청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정치 풍자 코너가 등장한 전성기는 참여정부 시절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KBS, MBC, SBS 방송 3사의 코미디 프로그램마다 정치 풍자 코너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KBS 2TV <폭소클럽2>의 ‘응급시사’, ‘서민이를 살려주세요’, ‘뉴스야 놀자’와 MBC <코미디 하우스> ‘10분 토론’,<개그야> ‘뽀뽀뽀 유치원 회장선거’와 SBS 버라이어티 쇼 <라인업>까지 TV에서 손쉽게 정치 풍자 코미디를 볼 수 있었습니다.5

코미디에서 정치 풍자 코너가 대거 등장한 이유에 대해 KBS 김웅래 제작위원은 “참여정부가 등장하면서 코미디 소재의 제한이 많이 풀린 게 원인”이었고, “제작진의 체감지수가 높아 어느 시기보다 코미디가 꽃 피울 환경”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6
참여정부는 언론의 왜곡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지만, 코미디 프로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코미디 프로에는 강금실 법무장관이나 유시민 의원 등은 물론이고 박정희나 노무현 당시 대통령까지도 코미디 소재로 등장했었습니다.
시청자들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정치인의 성대모사나 분장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고, 단순한 코미디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오히려 재밌다는 반응이 높아 우후죽순 정치 풍자 코너가 생겼습니다.
정치 풍자 코미디의 전성기는 참여정부가 끝나면서 함께 막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MB정권 출범 한 달 만에 전, 현직 대통령을 풍자했던 <폭소클럽 2>’뉴스야 놀자’, ‘응급시사’가 폐지됐고, OBS <시사코미디포커스> ‘명반장과 어르신들’ 코너도 방송 한 달만에 종영됐습니다.7

외압이 아닌 시청률 저조라고 PD들은 말했지만, 개그맨들은 프로그램이 폐지된 시점이 ‘고소영, 강부자 내각과 한반도 대운하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8
정치 풍자 코미디로 인기를 누렸던 코미디언 김형곤씨는 2006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그 암울했던 5공 시절에도 시사 풍자 코미디가 있었는데. 참여정부 들어와서는 시사코미디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개인기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형곤씨가 보기에는 성대모사 등의 개인기 위주의 정치 풍자 코미디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암울했던 5공 시절에도 있었던 정치 풍자 코미디가 2015년에는 제재를 받으며 점차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현실을 본다면 과연 그는 어떤 말을 할까요?
민상토론이 받은 제재가 별거 아닌 행정지도라고 하지만 개그맨들에게는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대한민국 코미디史에 ‘정치 풍자 코미디의 암흑시대’로 기록될 사건입니다.

1. 국회영상회의록 제334회 국회 (임시회) 제3차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2015년 7월 1일
http://w3.assembly.go.kr/jsp/vod/vod.do?cmd=vod&mc=352&ct1=19&ct2=334&ct3=03#
2. 새누리당 추천 인사
3. ‘민상토론’ 문형표 비판이 불쾌감 줬다고? 미디어오늘 2015년 6월 24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3768
4. “풍자 어렵다”는 김준호, “더 세게 하라”는 국회의원들? 오마이스타 2014년 10월 23일.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046309
5. 시사코미디 어제와 오늘. PD저널 2007년 12월 4일.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25
6. 코미디 프로 제2전성기 활짝. 중앙일보 2005년 5월 21일.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42028
7. “정치 풍자가 안 웃겨? 판 벌여야 웃기지!”시사IN 2008년 11월 24일.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3337
8. 개그맨 노정렬, 시사IN 인터뷰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848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