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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6일 토요일

윤 대통령은 과연 기시다 앞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 동의해줄까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03.16. ⓒ뉴시스

7일 예정된 한일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관해 어떤 방향으로 견해를 모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4일 오염수 방류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우리가 현안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제 포함 여부를 부인하지 않았다.

일본은 최근 공개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5차 검증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및 당위성을 우리 정부에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IAEA는 5차 보고서에서 일본 규제 당국의 방사성 핵종 점검 대상 중 주요 핵종이 배제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는 일본 당국의 오염수 관리·감독 활동에 일종의 신뢰성을 담보해주는 취지로 해석된다.

오염수 방류에 관한 일본의 태도는 명확하다. IAEA가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 한국 등 주변국들이 오염수 방류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IAEA 1~5차 보고서 내용에 근거해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측의 사전 동의를 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들 관심은 오염수 문제에 관해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과 태도를 보이느냐에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면전에서 동의를 구하는 기시다 총리를 향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윤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보여온 태도에 비춰본다면 비관적이다.

그간 윤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는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과학적·객관적 관점에서 안전하며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지난 3월 방일 당시 윤 대통령이 일본 정치인들에게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을 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간 중 일본 측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검증, 그 과정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을 분명히 했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이는 곧 IAEA의 최종 결론을 토대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을 정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IAEA 외에 다른 옵션을 일본 측에 제안하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한국 전문가가 검증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정도였다. 이 역시 IAEA 검증을 전제로 한다.

결국 일본이 IAEA 결론을 근거로 오염수 방류를 이해해달라고 했을 때 우리가 반대한다고 할 대외적 명분이 없는 셈이다.

그런데, IAEA의 결론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IAEA라는 기구 자체가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한 부정적인 내용을 부각하는 것을 꺼려한다. IAEA는 외형상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설립된 UN 산하 기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핵 기득권을 유지해주고 원자력을 진흥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런 IAEA가 원전 오염수의 위험성을 인정해서 원자력 기득권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론을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다이이치(제일) 원자력 발전소 전경. 2021. 2. 22. ⓒ사진 = AP

IAEA가 이미 8년 전에 일본에 오염수 방류를 권고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상황이다. ‘민중의소리’가 지난달 27일 확인한 IAEA 2015년 8월 보고서는 일본에 대량의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으면 누출 사고 등의 위험이 있다면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바다로의 통제된 방류를 재개하는 옵션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2021년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고 IAEA에 검토를 요구하기 전, 2015년에 이미 IAEA가 일본에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당시 IAEA 사무총장은 일본인 아마노 유키야였다.

이와 관련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그때부터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것”이라고 했고,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IAEA가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한다는 것은 애초 어불성설이었다”라며 “IAEA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IAEA의 성격과 일본이 생각하는 시나리오를 우리 정부는 전혀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객관적·과학적’ 검증을 말하면서 IAEA를 신뢰하는 듯 순진한 척을 해온 것일까.

IAEA 최종 결론은 예측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일본이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 무엇인지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쟁점은 하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답이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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