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서 가전제품 수리를 하는 강모(47)씨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예전에 전화로 고장 난 에어컨을 고치는 법을 알려줬던 한 20대 고객이 연락해 “에어컨이 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고객에게 “예전에 유선(有線)상으로 안내한 것처럼 하시면 된다”고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그러자 이 고객이 “저는 ‘유선상’이 누구인지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10~20대 젊은 층과 그 위 세대가 즐겨 쓰는 언어가 크게 다른 탓에 세대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자어나 순우리말, 과거에 많이 사용하던 관용어 등이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은 중장년층이 자주 사용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중장년층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줄인 말이나 신조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라서다.

최근 온라인에서도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라는 표현을 두고, 일부 사람이 “심심한 사과라니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등으로 반박한 게 화제가 됐었다. 매우 깊고 간절하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심심(甚深)’이란 뜻을 지루하다고 할 때 쓰는 ‘심심’으로 오해하면서 생긴 일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29)씨는 최근 시골에 농촌 체험을 갔다가, 한 할머니가 “오늘 욕 봤다, 욕 봤어”라는 말을 들었다. 할머니는 “수고했다”라는 의미였지만, 박씨는 본인 때문에 힘들었다는 뜻으로 한참 동안 오해를 했다고 한다.

정반대 상황도 종종 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박모(56)씨는 20대 딸과 대화하는 게 가끔 버겁다. 얼마 전 딸이 아끼던 옷이 거실에 널브러져 있어 치웠더니, 딸이 “내 ‘최애템’이 어디 갔냐”며 소란을 피웠다는 것이다. 박씨는 당시 ‘최애템’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못 알아들었다. 하지만 나중에야 ‘최고로 아끼는 아이템(물건)’을 뜻하는 신조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서울 노원구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김모(51)씨도 서로 다툰 중학생들을 화해시키려다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애를 먹은 적이 있다. 한 아이가 “쟤가 먼저 킹받게 했어요”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는 “‘열받게’라는 말과 왕(王)을 뜻하는 ‘킹’을 합쳤다는데 처음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제대로 꾸짖지도 못하겠더라”고 했다.

김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