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트렌드 보면
‘컨텐츠’는 현재도 상당한
비율로 사용되고 있다
커피·컨퍼런스·컨디션
‘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 용환승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 용환승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감에서인지 언론에서 일제히 ‘키에프’를 ‘키이우’로 부르기 시작했으나 국립국어원에서 아직 표준어로 정하지는 않았다. 컴퓨터는 디지털시스템의 하나로 초기부터 ‘디지탈(digital)’

로 써왔지만, 외래어 표준을 정하면서 ‘디지털’로 변경되었다. 2004년 1월에도 50%는 ‘디지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약 3%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디지틀’이라고 쓰지는 않는다.

공공분야에서 외래어 표기가 금지된 시대에 우리는 컴퓨터를 ‘전자계산기’로 사용했다. 그러다 외래어 표기가 가능해지면서 ‘컴퓨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데이터(data)는 우리말로 ‘자료’를 사용해오다가 ‘데이타’와 ‘데이타베이스(DB·Database)’

를 오래도록 사용했었다. 외국어에 대한 우리말 표준을 국립국어원에서 정하기 시작하면서 어느날 ‘데이타’가 아닌 ‘데이터’가 표준이 되었고 오늘날 모든 표기에서 ‘데이터베이스’라고 쓴다. 그래서 ‘빅데이타’가 아닌 ‘빅데이터’로 써야 한다.

구글 트렌드로 비교해 보면 정확히 2004년 3월을 기점으로 ‘데이터’가 자리잡기 시작했으니 이때 표준어로 발표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데이타’라는 말도 사용 중이다. 2014년에 설립된 상장회사 ‘모아데이타’는 기업 명칭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옳지 않은 것을 바로잡는 것, 보다 더 좋은 것으로 변경하고 수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타’를 ‘데이터’로 변경하는데 동의했고, 지금 잘 사용하고 있다.

컨텐츠(contents) 산업이 대두되고 날로 중요해지면서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는 ‘컨텐츠’라는 단어는 비표준어다. 표준어는 ‘콘텐츠’다. 2001년 설립된 한국디지털컨텐츠학회(2005년에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로 명칭변경)에서 알 수 있듯이 ‘컨텐츠’라는 단어가 먼저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2006년 4월을 기준으로 ‘콘텐츠’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음을 보면 2006년에 표준어로 제정되었다고 추정된다.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2009년 5월)과 많은 대학의 콘텐츠 관련학과 등 공식명칭에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상장기업인 ’TIGER 미디어컨텐츠’와 김건희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배우자가 설립한 ‘코바나컨텐츠’, 구글 트렌드를 보면 ‘컨텐츠’는 현재도 상당한 비율로 사용되고 있다. 이 사실은 검색어를 입력할 때 ‘검색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컨텐츠(contents)는 발음기호(미국과 영국의 발음이 통일되어 있다)로 봐도 ‘어’ 발음이 맞으며 세상 모든 음운을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을 사용하는 이상 컨텐츠가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어떤 이유로 과거부터 사용되어 오던 ‘컨텐츠’를 버리고 ‘콘텐츠’를 표준으로 정했는지 알 길이 없다. 우리는 커피(coffee), 컨퍼런스(conference), 컴퓨터(computer), 컨디션(condition)

에서도 모두 ‘어’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이상하게 ‘콤퓨타’를 표준으로 사용한다. 과연 어느 것이 더 적합한 우리말 표기인지에 대해 이제라도 재고해야 한다. 그 이유는 디지털컨텐츠 산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빈번하게 사용될 단어이고 그 영향력이 특히 지대하기 때문이다.

표준은 중요하다. 그러나 올바른 표준이 더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