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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8일 화요일

[단독] 정부, 한미정상회담 앞 ‘남북관계 독자성 확보’ 미국에 요구

 등록 :2021-05-19 04:59수정 :2021-05-19 07:13


미국 지지 확인 위해 협의 나서
남북관계 개선 주요 고빗길마다
미, 대북제재 명분으로 제동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로 두 정상이 일정 부분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확인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겨레>가 18일 복수의 정부·여권 관계자를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첫 만남에서 앞으로 남북관계 복원의 기회가 생길 경우 북-미 협상의 속도에 제한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미국 쪽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남과 북이 독자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영역과 관련해 미국 쪽의 ‘지지’ 의사를 미리 확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쪽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애초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기간에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6·12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바탕을 둔 외교적·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며, 남북관계의 독자성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미국 쪽에 밝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용적 접근법 등에서 한국이 바라고 있는 방향과 거의 부합한 것으로 드러나자,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가 독자적으로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는 데 외교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은 다소 소극적인 미국 쪽의 최종 방침은 한-미 두 정상의 단독회담에서 결론이 날 개연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환영한 미국의 대북정책의 골자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 간 충분한 이해”가 전제된 것이어서 이번 회담에서는 “외교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첫 회담에서 이런 접근을 하는 데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으로 대변되는 미국 제재 시스템이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인식이 깔렸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도 남북관계가 기대만큼 개선되기는 커녕 장기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는 미국 제재망의 과도한 작용 탓이 크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미국 쪽은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금강산 행사에 동행한 취재진의 노트북 반출을 막거나,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운반용 트럭이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거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 고빗길마다 ‘제재’를 명분으로 개입했다. 정부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남북 철도 연결 사업 북쪽 구간 공동점검도 유엔군사령부의 불허로 수개월 지연됐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도 북-미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고집한 결과라는 평가가 따랐다. 북-미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대상이 아닌 인도적 협력까지도 사실상 막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독자성’ 문제를 다루려는 데에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가 깔려 있는 셈이다.


아울러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만한 ‘선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정부가 이런 접근을 취한 배경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는 북한이 응할 수 있는 구체적 유인책이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힘을 쏟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어떤 형태로든 다음 정권에 이어주기 위해서도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필수적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미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의 일정한 독자적 협력에 공감해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 북한이 국경 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가시적 성과를 낼 실마리를 찾기가 마땅치 않은 문제가 있다. 정부 소식통은 “총론적으로 미국과 합의를 해놓으면 디테일은 (여건이 조성될 때) 북한과 협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995783.html?_fr=mt1#csidx048be342ff4d85eb6fec3bc5bfad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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