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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2일 금요일

한국의 재벌체제로는 경제침체 돌파 어렵다

디지털 전환과 재벌체제
  •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
  • 승인 2019.07.12 12:59
  • 댓글 1
한국경제는 총수요를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하므로, 수출 대기업들은 국민들의 임금과 소득 향상보다는 외국자본의 요구를 우선하게 된다. 국가경제가 세계경제의 변동에 좌우되는 불안정성도 지속된다. 이러한 수출주도성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대침체 국면에서 한계에 직면했다.
수출주도성장을 추진한 결과, 국민총소득에서 수출입 비중이 2010년 100% 수준으로 상승했다가 2016년 이후 저성장 국면에서 80% 수준으로 하락하자,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떨어졌다.
▲ 국민총소득 대비 수출입 비중 추이 (자료 : 한국은행(2019) 국민계정에서 재작성)
한국의 수출입 비중(86.7%)은 주변국가 미국(34.8%), 일본(37.3%), 중국(45%)보다 매우 높다. 독일이 한국보다 높으나, 독일은 관세가 폐지되고 단일 통화가 실현된 국가연합 수준인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59%이므로 우리와는 기본 조건이 다르다.
▲ 주요국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액 비율 비교. 2015년 통계(자료 : OECD 「Nation Accounts」(2018))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침체 국면에서 자국 경제를 우선하는 보호무역과 관세전쟁으로 국제무역은 위축되고 있다. 대침체 국면에서는, 수출이 감소되므로 대기업의 투자에 의한 성장은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대안은 줄어든 수출 부분을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을 통해 보완하고, 과도한 대외의존 경제정책을 수정해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있는 성장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 GDP에서 민간소비 비중 추이(%), (자료 : 한국은행(2019)에서 재작성)
내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높여야 하며, 남북 경제통합으로 한반도 차원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한편, 세계 대침체 국면에서 주요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 또는 디지털 경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미국의 첨단제조파트너십(리쇼어링)’, ‘중국 제조 2025’, ‘일본의 Society 5.0’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2019)’을 통해 양적·추격형에서 벗어나 (수출규모기준)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을 제시하고 있다.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월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산업정책은, 수직계열화와 간접고용을 통해 이윤을 확보하는 재벌중심 산업 생태계에 기반하고 있으며, 기술중심·자본위주의 혁신성장으로 노동을 배제하고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있어 박근혜식 창조경제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의 재벌체제로는 제조업 침체를 돌파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재벌 대기업은 첨단기술보다는 중화학 장치산업의 대량생산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력은 디지털 시대에서 약발이 다한 상태다.
둘째, 디지털 시대의 핵심 경쟁요소는 중간재와 소프트웨어인데, 이는 창의적인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재벌의 수직계열화와 전속거래로 하청화 된 한국의 중소기업은 혁신의 기회와 유인이 부재하다.
최근 일본이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3개의 수출을 통제하자 한국 반도체 전체의 생산중단이 우려되고 있는 것은, 최종재 중심의 허약한 산업구조를 가진 재벌체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셋째, 한국의 재벌은 ‘노동배제’ 경영으로, 작업자의 숙련과 혁신적 제안에 기반하지 않고 외주화와 무인화를 추구하는 신기술에 올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래자동차로 인해 내연기관차 생산의 감소를 예측해 기존 공장의 신규채용을 중단했다. 그러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새로운 부품은 현대모비스나 현대위아 등 비정규직 공장에 배치하고 작업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서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기로 했는데, R&D세액공제가 22조원이나 된다. 그러나 고용부분에 있어서는 1만5천 명이 직영으로 채용되고 42만 명의 간접고용이 발생할 예정이다. 신기술이 개발되고 정부지원도 수십조 원이 제공되지만 질 좋은 고용은 미미하게 창출될 뿐이다. 이는 장치산업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외주화 위주의 고용형태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넷째, 저성장 국면에서 진행되는 산업구조재편에서도, 정부와 자본은 조선산업에서 보았듯이 모든 희생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며, 재벌과 사모펀드 중심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향후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으로 파급될 것이다.
대외의존 경제인 한국은 세계경제 장기침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제조업 쇠퇴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은 발굴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의 기술 추격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술무역수지(기술수출-기술수입)를 보면 미국에 대한 적자가 가장 크다. 선진국에는 만년 적자이며,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만 흑자를 보고 있다.
▲ 기술무역수지 나라별 추이, 단위 : 백만 달러 (자료 : 한국은행(2019) 「국제수지통계」에서 재작성)
시가총액 10위에 드는 글로벌기업들은 더 이상 제조업과 금융업이 아닌 ICT 플랫폼 기업들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공룡화되어 새로운 혁신기업이 등장하지 못하므로, 수십 년 째 30대 기업의 순위가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
정부는 요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보다는 실제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재벌체제의 수직계열화’, ‘과도한 간접고용과 외주화’, ‘노조의 경영참가와 작업자의 혁신적 제안을 거부하는 노동배제 경영’ 등을 먼저 시정해야 한다.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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