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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3일 수요일

같은 공시가격제, 미국과 한국 이렇게 다르네

19.07.04 09:50l최종 업데이트 19.07.04 09:50l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한국감정원이 최근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 포레 아파트 전체 230가구의 공시가격을 통째로 조정하면서 "공시가격이 제대로 책정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전문가들도 평가인력의 비전문성 등 현행 공시가격제도 운영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공시가격제도를 운영하는 미국과 비교해 보면, 허점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문인력만 활용하는 미국... 한국은 하루 교육 받고 공시가격 평가
   
먼저 미국은 공시가격을 평가할 때 전문 인력을 활용한다. 감정평가사 국가자격증을 보유한 과세감정평가사들이 공시가격 평가 업무를 맡는다. 법률로 명시된 부분이다. 미국 각 주(州) 세정과는 이들을 공무원으로 고용해 공시가격을 책정한다.

한국의 공시가격 평가는 이원화돼 있다. 표준지(토지) 공시가격은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맡고,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이 담당한다. 표준지의 경우, 부동산감정평가자격증을 가진 평가사들이 책정한다.

그런데 한국감정원이 맡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조금 다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1339만 호의 공시가격을 책정하는데 투입된 인력은 550여 명이다. 평가원 1명이 대략 20만 호 이상의 아파트 공시가격 책정을 담당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500여 명의 평가원이 어떻게 그 많은 아파트 현장 조사를 다 담당할 수 있겠나"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문제는 또 있다. 여기서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200여 명 정도다. 나머지 300여 명은 감정평가사 자격증 없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업무를 맡는다. 이들 평가원들은 업무에 투입되기 전 1~2일 정도 소양, 자격 교육만 받는다. 부동산 공시가격 평가를 '감정평가자격증을 갖춘 사람'으로 제한하는 미국과는 차이가 크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부동산 감정평가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이 걸린다"면서 "그런 감정평가사들도 가격 조사를 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그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평가 상세 공개하는 미국... 한국은 전면 비공개
 
 미국 주택가격 공시 내역서. 주변 시세까지 공개하고 있다.
▲  미국 주택가격 공시 내역서. 주변 시세까지 공개하고 있다.
ⓒ 한국지방세연구원


 
 한국감정원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누리집. 공시가격 외에는 어떤 정보도 찾아볼 수 없다.
▲  한국감정원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누리집. 공시가격 외에는 어떤 정보도 찾아볼 수 없다.
ⓒ 신상호

미국은 공시가격과 함께 공시가격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상세하게 공개한다. 납세자에게 과표(공시가격)를 통지할 때, 인근 실거래 가격도 함께 공개하고, 어떤 감정평가 방식이 적용됐는지도 공개한다.

정 교수는 "미국에선 납세자가 이의신청 하면 담당 지자체가 3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보내 설명하고, 과세 평가를 담당하는 담당자 이름도 명시한다"며 "정책의 투명성과 과표의 정확성은 정비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공시가격 산정 과정은 전면 비공개다. 공시가격 금액 외에는 어떤 자료도 공개하지 않는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공시가격 산정 과정을 공개할 경우 불필요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를 물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듣기 어렵다. 경기 과천에 사는 A씨는 "내 아파트 공시가격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세부적인 내용을 물었지만, 한국감정원 측은 '시세를 기준으로 합리적으로 책정했다'는 뻔한 답만 반복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거래 가격에 맞게 현실화시키겠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이 보수 세력의 집요한 공세를 받는 가운데, 공시가격 산정 과정을 비공개로 하면서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에버랜드 공시지가 논란 등 그간 공시지가 논란은 산정 과정 자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나왔던 문제"라며 "산정 과정을 비밀로 하고 논란만 키운다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 달성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어떤 시세를 기준으로 했는지 과정을 제대로 공개한다면, 국민들도 이의 신청을 할 때 막연한 내용이 아니라 제대로 된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된다"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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