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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5일 목요일

알에서 깨지 않은 아기 갈매기도 ‘진동’으로 소통한다

알에서 깨지 않은 아기 갈매기도 ‘진동’으로 소통한다

조홍섭 2019. 07. 25
조회수 1599 추천수 1
어미가 전해준 포식자 정보 나눠 부화 뒤 대비

g1.jpg» 알 속 배아 때부터 새들은 포식자가 주변에 있는지 등 세상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대비한다. 정보는 어미에서 알로 전해지기도 하지만 알에서 알로 전파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험한 세상에 태어나는 어린 새는 알에서부터 준비한다. 알끼리 진동으로 바깥세상의 위험 정보를 나눈다는 사실이 갈매기 실험으로 밝혀졌다.

어린 새가 백지상태로 알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은 최근 조류 생태학자들이 활발히 연구하는 주제이다. 포식자를 경고하는 어미의 신호는 깨어나기 전 알 속 배아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주변에 포식자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태어나는 새끼가 당연히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위험을 피하는 행동과 신체발달을 준비해 알에서 깨어나기 때문이다.

어미의 경고 신호는 소리와 접촉을 통해 알로 전달된다. 알 속 배아들은 포식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단체행동’을 하기도 한다. 알에서 일제히 깨어나 잡아먹힐 확률을 낮춘다. 일부 새와 악어는 알 속에서 배아끼리 소리를 내어, 또 거북은 진동을 이용해 알에서 깨어나는 타이밍을 맞춘다.

문제는 드문드문 알을 낳아 알 사이의 ‘나이 차’가 큰 경우로, 어미와 알의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미처 듣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배아는 정보를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어미-알뿐 아니라 알-알 사이의 소통이 중요하지 않을까. 호세 노게라 스페인 비고대 생태학자 등은 유럽과 북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노란다리갈매기를 대상으로 실험해 이런 의문을 풀었다.

g2.jpg»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등에 서식하는 노란다리갈매기. 포식자인 아메리카밍크에 알과 새끼를 종종 잃는다. 알베스개스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갈매기는 외래종인 아메리카밍크에게 종종 새끼와 알을 잃는다. 밍크가 나타나면 어미는 날카로운 경고음을 지르고, 이 소리를 들은 새끼는 움직임을 멈추고 땅에 바짝 엎드린다. 이런 방어 행동은 알 속 배아일 때부터 형성된다.

연구자들은 부화를 1주일 앞둔 갈매기의 알 일부를 꺼내어 매일 경고음에 노출한 뒤 돌려놓는 실험을 했다. 놀랍게도 경고를 들은 배아와 그렇지 않은 배아가 알에서 깨어나기 전과 후에 하는 행동과 신체발달이 같았다.

경고음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알은 외부의 경고음에 더 자주 진동을 일으켰고 소리는 덜 냈다. 게다가 이런 정보는 알끼리 접해있던 경고음에 노출되지 않은 알로 전파됐다. 배아 때 경고음에 노출된 어린 새에 드러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증가 등 생리변화가 노출 경험이 없는 알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배아가 알 바깥의 특정 단서를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그런 정보가 바깥에서 전달될 뿐 아니라 한 배아에서 다른 배아 사이에 전파될 수도 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g3.jpg» 드문드문 간격을 두고 알을 낳는 갈매기 알이 깨어나면서 포식자 정보를 얻는 창구. 접촉 자극을 감지하는 능력(파란 막대)이 가장 먼저 나타나고 이어 청각 능력(녹색)과 강한 진동을 내는 능력(회색)이 발달한다. 마지막에 낳은 알의 배아는 청각은 덜 발달해 어미의 경고음을 들을 수 없지만 처음 낳은 알의 배아로부터 접촉 자극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호세 노게라 등 (2019)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 제공.

알 상태에서 경고음에 노출됐던 새끼는 그렇지 않은 새끼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 포식자가 꼬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어미에게 먹이를 조르는 소리를 작게 내고, 경고음을 들으면 잽싸게 바닥에 웅크렸다. 

이런 대응이 가능한 이유는 배아 단계에서 포식자에 대비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런 대응은 새끼가 포식자에게 붙잡힐 확률을 낮춰 당장에는 이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이다.

연구자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어난 새끼는 성장이 느리기 때문에 결국 다 자라서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무조건 포식자 위험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얘기다.

배아끼리 사회적 소통이 진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연구자들은 “정보를 사회적으로 획득하는 행동은 배아가 포식자 위험에 관한 더 폭넓은 정보를 모으고 더 정확하게 감지하기 위해 진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배아 대 배아 정보 교환은 노란다리갈매기뿐 아니라 다른 생물종에도 널리 퍼져 있는 현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ose C. Noguera and Alberto Velando, Bird embryos perceive vibratory cues of predation risk from clutch mates, Nature ecology & evolutionhttps://doi.org/10.1038/s41559-019-0929-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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