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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1일 일요일

"'촛불 대통령' 문재인의 역사적 책무, 개헌"

[개헌 좌담] '포괄적 개헌' 회피하면 정쟁만 남는다
2018.01.22 08:18:02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한 사람의 변심이 30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개헌 기회를 시계제로 상태로 몰아넣었다. "곁다리 개헌" 한마디로 대선 공약을 팽개친 홍 대표 탓에,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홍 대표의 심술에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카드는 '최소 개헌'이다. 권력구조 문제는 추후로 미루고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등 합의 여지가 큰 내용만으로 6월 개헌을 우선 추진하자는 제안이다. 많은 논박이 오간다. 개헌 추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이해에서부터 오히려 개헌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반박까지.  

지난 18일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박갑주 변호사와 함께 최대 고비에 처한 개헌 논의를 짚어봤다. 최태욱 교수와 박갑주 변호사는 국회 개헌자문위원회의 개헌보고서 성안 과정에 참여했으며, 하승수 대표는 시민사회 진영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개헌 및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해왔다. 


▲ 좌측부터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박갑주 변호사,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체제 변화를 개헌의 핵심으로 보는 이들은 문 대통령에게 '정공법'을 입 모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개헌 논의의 핵심으로 들어가서 정면으로 답해야 한다."(최태욱)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권력 배분과 선거제도를 논의해야 한다."(하승수) 
"개헌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은 권력 분립의 문제다."(박갑주)

6월 개헌을 위해 불가피하게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직접 발의한다면, '포괄적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또한 지방분권과 기본권 강화도 정치체제의 의미있는 변화가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데에 의견이 같았다. 

하 대표는 "개헌안을 포괄적으로 던지면 역사적 의미가 크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긍정적 작용이 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대통령이 보여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새로운 한국 민주주의 체제를 위한 개헌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고 부분적으로만 그럴싸한 개헌안을 내놓으면 오히려 사회 분열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박 변호사는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던지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입법예고 형식처럼 한 번 더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상대를 궁지에 몰아붙이면 오히려 개헌이 어려워진다"고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자유한국당과 진지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한국당 내에도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다수인 만큼 "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빅딜'의 내용은 간명하다. 한국당 다수가 바라는 권력구조를 수용하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양보를 얻어내 다당제와 협치의 정치구조를 안착시키는 것이다. 이뤄진다면, 문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이라고 해도 손색없겠다. 

다음은 좌담 전문. 

사회주의 개헌안? 정치 공세!
 

프레시안 :
 촛불의 제도적 완성이란 의미에서 촉발된 개헌론이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진전을 못 보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지만, 개헌의 동력을 살리고 이를 실현시킬 수단에 대한 의견들을 듣고자 한다. 우선 국회 개헌자문위원회가 마련한 개헌보고서 논란이 향후 개헌 정국의 예고편이 아닐까 싶은데, 자문위에 참여했던 분들의 의견부터 듣겠다.

박갑주 : 나는 경제 분과를 담당했다. 타깃이 된 '사회주의 개헌안'이라는 비판에 대해 먼저 짚어보자. 경제 분과에 국한해 말하자면, 논란의 핵심은 사회적 경제였다. 사회적 경제에 관한 안이 만들어지자 공동위원장 중 한 분이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그걸 처리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라는 표현은 과거 새누리당이 썼던 표현이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용어는 외국에선 일반적으로 쓰인다. 사회적 경제에는 협동조합도 포함된다.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은) '사회적'이라는 표현을 가지고 사회주의라고 말한다. 의미를 오도한 정치 공세다.

실제로 우리 분과는 논의 과정에서 사회주의 개헌은커녕 중도적 개헌안을 만들고자 많이 타협했다. 자문위원들 모두 추천경로가 다르고 성향도 다르다. 그럼에도 자문위조차 타협안을 못 만든다면 여야가 합의하는 개헌안을 만들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제로 합의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가장 처음 합의 한 부분은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이었다. 보수 쪽 분들은 이것 때문에 국가가 시장에 개입한다고 비판한다. 진보 쪽은 국가개입이 더 가능하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이걸 손대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그래서 이건 손대지 말되 우회적으로 다른 조항을 손보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합의된 단일안이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보려고도 했다. 원래의 헌법정신 그대로를 향했다. 자문위 안을 보면 상생협력참여조항이 존재한다. 이 조항은 제헌헌법에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보수 측이 받기 힘들다. 노동 쪽에선 논의될 수 있는 이야기지만 합의하기 힘들다. 그래서 '생산주체는 생산자, 노동자, 소비자가 있다. 그러니 그 모든 주체가 전체과정에서 참여하고 상생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조항이 들어간 것뿐이다. 이렇게 합의될 수준의 안을 지향해 나온 결과를 사회주의 개헌안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다.


▲박갑주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최태욱
 : 선거와 정당이 내 분야였다. 우리 분과 위원들은 대부분 정치학자였고 시민단체에서 몇 분들도 계셨지만 논란이 크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가장 큰 문제는 비례성 보장 정도였다. 보수와 진보가 함께 했지만 적어도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에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초반에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오갔을 뿐이다.

하승수 : <조선일보>가 개헌안에 대한 이념공세를 폈는데, 이는 자유한국당이 잘못 짠 프레임을 방어해준 것이다. 한국당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했다가 파기했지만,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자문위의 개헌안 보고서를 트집 잡아 사회주의 좌편향이라는 프레임을 친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프레임도 잘 먹히지 않고 있다.

30년 만의 개헌 기회, 핵심은 정치체제 변화 프레시안 개헌이 될지 안 될지 몰라도 적어도 지방선거까지는 살아있는 이슈다. 개헌을 정치세력 간의 논쟁에서 끌어내 의미를 되살릴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하승수
 : 개헌의 현실성도 중요하지만, 개헌이 어떤 내용인지도 중요하다. 이번 개헌은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가 권력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폭 넓은 의미에서 권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권력배분과 선거구조가 그것이다.

물론 시민사회에선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에도 관심을 많이 갖는다. 그러나 기본권 강화를 더 폭넓게 보자. 다들 말은 국민이 주권자라고 하지만 실제로 국민이 국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통로는 제약되어 있다. 직접민주주의를 하려면 개헌안에 국민소환제보다 국민발안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도 헌법을 국민들이 손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지방분권도 그렇다. 지방분권은 중앙정권과 지방정권 간 권력배분의 문제다. 

의원내각제, 대통령제, 국민발안제 등 그 모든 문제와 다 연결된 것이 선거제도다. 지금처럼 정당이 얻은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선 분권을 하려해도 제대로 안 된다.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서 권력배분을 손봐도 마찬가지다. 국회구성이 정당득표율대로 이뤄져야 한다. 즉, 표심 그대로 의석수가 반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저는 기본권 강화보다 정치시스템 강화를 말한다.  

따라서 다들 정부형태를 강조하지만 직접민주주의와 선거제도야말로 개헌의 핵심인 것이다. 이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답을 잘못 한 점이 있다. 권력구조가 합의 안 되면 최소 개헌을 하자고 했는데, 이건 개헌이 안 되는 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단계적 개헌이나 최소 개헌은 야당이 모두 반대한다. 이래서는 개헌이 안 된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배분, 주권자 참여, 마지막으로 선거에서 유권자 의사가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선거제도가 비례성이 보장된 제도로 뒷받침되지 않은 분권은 위험성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바뀌면서 지방 선거제도도 바뀌고 지역 내에서 민주적인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을 때 지방분권도 좀 더 파격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 하승수 공동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박갑주
 : 많은 부분 동의하지만 대의민주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직접민주주의 이야기가 약간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국민소환은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해서 소환하는 것이다. 그런 걸 넘어선 국민소환이라면 조직력이 강한 보수세력이 진보정당이나 소수파 의원에 대한 흔들기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또한 해외 사례에서 보면 국민발안제 역시 우파적 의제를 관철시키는 쪽으로 힘이 실렸다. 건설 예산을 관철시키거나, 난민 수용을 좌절시키는 식이다. 국회는 정치의 시장에서 벌어지는 힘의 역관계를 교정해주는 역할도 한다. 정치의 시장에 내맡겨버리면 훨씬 보수적으로 갈 우려가 있는데, 이런 점을 국회가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분권은 강화돼야 하지만 연방제적 지방분권은 한국사회에 맞지 않다고 본다. 모든 갈등이 지역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중앙적 갈등은 중앙에서 다뤄져야 한다. 국가적 의제와 국민적 의제까지 지역에서 다뤄질 필요는 없다. 

최태욱
 : 87년 체제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개헌 이야기가 나왔다. 강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핵심은 민주주의 체제를 개혁하자는 것이다. 기본권이나 경제조항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시민들은 여전히 삶이 어렵다.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불만이 생기는 것이고, 그 불만이 쌓여서 개헌론이 나왔다. 

개헌은 헌정체제의 개혁이다. 조항 몇 개를 고치는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계속 외쳐왔다. 핵심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작동하는 정치시스템에 대한 요구다. 따라서 선거구조, 권력구조, 정당체제, 이 세 가지를 고치는 것이 골자다. 이 지점이 합의가 안 되면, 합의 되는 다른 것부터 하자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조차도 어려울 것이다.  

개헌 논의의 핵심을 피해가면 개헌을 왜 하려고 하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예컨대 헌법 119조 2항만 제대로 지켜도 경제민주화는 이뤄진다. 하지만 이 조항은 사문화됐다. 정치가 작동을 안 해 경제민주화가 안 된 것이다. 119조 2항은 정치체제가 작동해야 같이 작동한다. 만약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헌법조항을 고치지 않는다면 119조 2항 꼴이 또 나올 수 있다. 골자를 피해 갈 거라면 왜 개헌하는가. 문 대통령이 좀 더 핵심으로 들어가서 정면으로 답하면 좋겠다.  


▲ 최태욱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文대통령 2단계 개헌론은 비현실적
 

박갑주
 : 개헌에서 반드시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은 권력분립의 문제다. 지난 정부의 실패는 헌법 문제만이 아니지만, 민주적 통제가 되지 않아 생긴 문제다. 따라서 권력분립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이 지방분권이고 마지막이 기본권이라고 본다.

하지만 개헌에 대한 생각과 개헌의 동력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개헌의 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기본권을 개헌의 핵심으로 본다. 헌법이 내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개헌의 동력은 국민들과 지방분권론자들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본다. 그들이 개헌의 동력을 낼 수 있다.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지방분권으로부터 개헌동력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다. 개헌은 두 가지가 함께 간다. 첫째로 정부와 국민의 관계다. 다음으로 권력문제와 기본권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87년 이후 30년 동안 변화한 시대를 지금 헌법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승수
 : 기본권이 강화되려면 정당구조와 정치체제가 달라져야한다. 제헌헌법에도 노동자들의 이익균점권이 나온다. 사기업 이익도 노동자가 받아낼 수 있다는 권리이지만 이는 '종이 속 권리'에 불과했다.  

국민이 기본권 강화를 말하는 것은 내 삶이 나아지기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에 해당조항을 넣는다고 기본권이 곧바로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정당이 약자나 소수자를 위한 제도적 정치에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국민들 의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정치구조가 돼야 한다. 이것의 전제는 선거제도의 개선이다. 기본권 강화를 위해서라도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박갑주
 : 국회를 통해 의결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의결해야 개헌이 발효되는 현실적인 절차를 감안했을 때 개헌의 동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단계로 개헌을 할 것이라고 한 발언은 신중했어야 한다. 대선 때 내놓은 개헌공약을 지킨다는 진정성이 오히려 개헌을 안 되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국회 의결을 통해 국민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2단계 개헌이 될 수만 있다면, 한걸음이라도 나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 헌법을 경성헌법에서 연성헌법으로 바꾸고 추후에 다시 개헌을 하자는 말에도 의미는 있다고 본다. 

최태욱
 : 기본권 강화는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물론 지방분권도 강하게 원한다. 하지만 정치체제에 의미 있는 변화 없이 기본권이 강화되고 지방분권이 이뤄질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권력구조를 뺀 개헌을 하겠다면 현재의 정치체제를 변화시킬 대안으로 설득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문 대통령이 개헌 발의 옵션까지 열어둔 것처럼 말을 했는데, 이는 국회에 긴장하라는 뜻을 담은 메시지로 보인다. 국회가 합의 못하면 자신이 발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헌은 국회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의결은 무조건 안 된다. 국민투표에 회부 할 수가 없다. 한국당을 설득하고 타협할 전략이 무엇인 복안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현실적인 의미가 없다. 

만일 문 대통령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골라서 정말 매력적인 개헌안을 공개한다면 반응은 좋을 것이다. '역시 우리 대통령'이라고 할 것이다. 이를 반대하는 쪽은 엄청난 공격을 받을 것이다. 매력적인 개헌을 하겠다는데 반대한다고. 이러면 정쟁이 심각해질 것이다. 이걸 문 대통령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6월 개헌은 필수인가?
 

프레시안
 : 그동안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하승수 대표의 견해는 좀 다를 듯하다. 

하승수
 : 그래서 대통령이 개헌을 포괄적으로 발의해야 한다고 본다. 권력작동과 관련된 정부 형태, 지방분권, 직접민주주의 확대, 선거제도 개편 등을 포괄적으로 담아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설령 부결되더라도 엄청난 의미가 있을 것이다. 87년 이후 제대로 된 개헌안이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 시킬 수 있는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야당도 함부로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태욱
 : 포괄적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같은 생각이다. 87년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한국 민주주의 체제로서의 개헌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고 부분적으로 그럴싸한 개헌안을 내놓으면 오히려 사회 분열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갑주
 : 정말로 그럴 수 있으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여야 간에 이견이 많은 권력구조 문제와 선거제도 문제가 걸려 있다. 대통령이 한국 사회 전체를 바라보고 개헌안을 던지더라도 자유한국당은 그 안을 받지 않을 것이다.  

최태욱
 : 부분적 개헌안을 던져도 한국당은 받지 않는다.


▲ 하승수 공동대표 ⓒ프레시안(최형락)
하승수 : 개헌안을 포괄적으로 던지면 역사적 의미가 크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긍정적 작용이 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대통령이 보여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가진 헌법에 대한 전체적 그림이 좋다. 역대 지도자 중에서 87년 체제를 극복할 가장 훌륭한 그림을 가지고 있다. 100대 국정과제에나 공약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 그림을 헌법안으로 하면 된다. 물론 갑자기 발의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일종의 입법예고처럼 하면 된다. 쟁점이 되는 부분에 관해선 1안과 2안을 내놓는다면 야당과 협상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국민들도 개헌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도 있다.

박갑주
 : 그 의견에 동의한다. 전제는 대통령이 진정성 있게, 그리고 당파 이익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를 보고 개헌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전제가 충족된다면 개헌안 발의를 고민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던지는 것은 부적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입법예고 형식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다. 한 번 더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상대를 궁지에 몰아붙이면 오히려 개헌이 어려워진다.

프레시안
  : 세 분 의견은 포괄적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을 결부시킬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에서 다소 차이가 보인다. 
박갑주 : 1단계 개헌안은 통과가 안 될 거라고 본다. 개헌안을 협상용이 아니라 공세용으로 쓸 생각이라면, 이는 철회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사회를 생각하고 포괄적 개헌안을 만들더라도 6월 처리를 걸고 야당 압박용으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승수
 : 나는 포괄적 개헌안을 6월에 맞춰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 스타일이 약속은 지킨다는 것이다. 개헌 관련해서 기존 정치인들은 말을 너무 많이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기도 약속을 했으니 최대한 진정성 있게 노력해 볼 필요가 있다. 개헌안 내용은 평소 대통령의 소신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물론 곧바로 개헌을 발의하기 보다는 지방선거에 맞춰서 논의를 진작시켜보되, 최종적으로 발의할지 말지는 마지막에 판단해도 된다.  

박갑주
 : 6월 개헌에 반대하는 한국당이 걸린 문제다. 한국당은 현재 덫에 걸렸다. 대선 공약으로 지방선거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고 약속했다가 철회했고, 이제는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를 하지 않더라도 올해 안에는 하자고 한다. 이 말의 속 뜻은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한번 정도 더 여유를 두고 이야기해볼 수 있다.

하승수
 :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마지노선은 4월이다. 3월 경 입법예고안을 낸다고 생각하고 2월에 사전공청회나 토론을 하면 어떨까 싶다. 이런 과정을 거쳐 4월에 최종 발의할지 말지 판단해도 된다고 본다.  

홍준표 몽니에 복잡해진 한국당 속내
 

프레시안
  : 개헌 시기도 그렇지만, 한국당을 어떻게 개헌 테이블에 앉도록 할 것이냐가 개헌의 현실화를 위한 최대 관건이다. 

하승수
 : 한국당을 보는 영남 여론이 안 좋다. 대구 지역의 보수적인 일간지가 연일 홍준표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개헌이 안 되는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다고 공격하는 사설이 나온다. 영남권의 보수적 언론들과 여론주도층도 한국당이 연말까지 개헌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지방이 살려면 지방분권 개헌 정도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보면 개헌 시기를 연기하자는 자유한국당의 전략은 먹히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생각하는 개헌 방향이 국민들 생각과 너무 다르지만, 보수도 어쩔 수 없이 출구를 찾을 것이라고 본다.  

▲ 최태욱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최태욱 : 나는 자유한국당의 곤궁한 처지를 문재인 대통령이 받아줬으면 좋겠다. 한국당에 한 가지 명료한 것은 분권형 권력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에서 정치체제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가장 선명한 대통령이라면, 진정성과 의지를 가지고 개헌 논의를 더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권력구조 개편에 목매고 있다면, 문 대통령이 87년 체제에 대한 개혁 의지를 그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도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개편 이야기를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권역별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 이슈로 내놓았다. 그 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가 되었을 때, 2015년 2월 중앙선관위가 권역별 연동제를 제안하자 이를 당론으로 받았다. 민주당 당론은 아직까지 변함없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하지만 만약에 선거제도를 바꾼다면 분권형이나 의원내각제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얼마나 박수 받을 이야기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 지점에서 물꼬를 틀 수 있는 사람이다. '자유한국당이 분권형 권력구조 개편을 원한다면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참여하라. 나도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참여하겠다'면서 협상테이블을 만들 수 있지 않나. 자유한국당과 협상해야 선거제도 개편하는 일도 가능하다. 협상을 시작하면 중간 어느 지점에서건 만날 것 아닌가. 한국에 적합한 분권형 권력구조를 가지면 되는 것 아닌가. 적절한 선에서 한국당에 양보를 하고, 또 한국당으로부터 선거제도에 관한 양보를 받을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살릴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일하다. 

박갑주
 : 나는 개헌의 기회는 올해 말까지라고 본다. 대통령 의지가 강하더라도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통령이 진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한국당은 개헌에 대한 유불리 문제를 놓고 아직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다. 한국 보수 세력이 어떤 제도를 받아들여야 살아남는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들은 개헌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하승수
 : 나는 자유한국당에도 6월 개헌을 원하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지. 한국당이라는 정당 입장에서 보면 선거제도를 일정하게 양보하더라도 지방분권이나 권력구조 문제를 바꾸는 게 유리하다. 또한 선거제도가 개혁되는 것이 반드시 한국당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지금대로라면 2020년 총선에서 한국당은 수도권에서 거의 전멸할 수 있고, 부산경남도 만만치 않다. 당장 올해 지방선거만 봐도 수도권 의회에선 거의 전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제도가 비례성을 보장한다면 한국당에도 나쁘지 않다. 전국적인 보수정당으로 가려면 조금 양보하더라도 선거제도 개혁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지방분권은 영남 지역의 보수층도 원하고 있다. 

반면 홍준표 대표는 지금 권력구조 그대로 두고 자기가 대통령이 되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그게 아니면 지금 행보를 해석 할 수가 없다.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많은 의원들의 생각이 다른 것이다. 영남권도 그래서 홍 대표에 불만이 쌓여가는 것이다. 홍 대표와 한국당을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 결국 홍 대표 개인이 한국당 내의 개헌 요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인데, 문 대통령이 포괄적 개헌을 가지고 협상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한국당도 내부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박갑주
 : 홍준표 대표와 한국당 국회의원을 나눠서 보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의원들은 아직 선거제도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은 상태다. 당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버텨보고 다음 총선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입장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는 건, 역으로 개헌의 동력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올해 말까지 개헌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많고, 동력도 살아있다고 보고 싶다. 충분히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개헌이 될 수 있다.

프레시안
 : 단순하게 정리하면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양측이 서로 빅딜하는 방안이 현실적이고, 문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진정성과 의지를 가지고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로 좁혀지는 듯하다. 

최태욱
 : 그게 현재 유일한 방법이다. 

하승수
 : 물론 어느 정도까지 타협이 될지는 협상을 해봐야 안다. 국민들 의견도 중요하다. 국민들은 순수 의원내각제는 원하지 않는다. 이처럼 대통령과 야당,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다보면 절충점이나 타협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헌법 개정으로 어느 쪽도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 일정 정도 타협이 불가피하다. 물론 밀실 논의가 되면 문제이지만, 공개적으로 논의하면 가능하다. 

30년 동안 개헌을 하지 않은 나라는 많지 않다. 만약 이번에 되지 않더라도 개헌논의는 계속 살아있을 것이다. 정치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임기 중에 개헌하는 것이 국가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제대로 된 개헌을 문재인 대통령 때 하면 좋다는 생각이다.최태욱 :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문제를 풀어나갈 동력의 문제라면,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같은 제3정당도 주목해봐야 한다. 문 대통령이 포괄적 개헌에 소극적이라면, 이에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치세력이 제3정당으로부터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쪽도 정치적으로 살 길은 그 방법이다. 박지원 의원 등이 만드는 개혁신당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입법을 돕겠다는 것 아닌가. 이처럼 선거제도 개혁에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자유한국당을 뺀 모든 정치세력이 함께 할 가능성이 있다. 

박갑주
 : 그런 측면에선 저는 온건다당제를 말하는 안철수-유승민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에 주목한다. 

하승수
 :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다당제를 선호한다. 보수도 합리적인 국가운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의 권력구조나 선거구조는 보수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본권 강화를 바라는 국민들 요구를 받아주는 것도 보수가 사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의 보수는 정말 지리멸렬하다.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비전도 없다. 

프레시안
  : 권력구조에 앞서 선거제도 변경을 우선순위에 놓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하승수
 : 정치제도 개혁의 입구는 선거제도 개혁이고 출구는 정부 형태라고 본다. 물론 이를 따로 논의하지 말고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이 좋다고 본다. 중도 보수적인 시민사회 분들과 얘기해보면 그분들도 표심 그대로, 민심 그대로 국회의원을 나누는 방안에 동의한다. 이 같은 선거제도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부형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같이 가도 꼭 상호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최태욱
 : 라틴아메리카 나라 대부분 대통령 중심제이면서 선거제도는 비례대표제다. 소위 연정형 대통령제인데, 유럽 학자들은 라틴아메리카를 보면서 어려운 조합, 곤란한 결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도 DJP 연합의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라도 유력한 당이 여럿 있다면 그에 부합하는 제도적 조화를 모색하게 된다. 연정과 협치다. 제도화가 되지 않으면 불안정하겠지만, 나름대로 그 안에서 진화를 모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더라도 개헌이 되면 분권은 일어난다. 지금처럼 절대왕정은 될 수 없다. 4년 중임제 방안에도 대통령 권력 분산이 포함된다. 만일 비례대표제를 통한 다당제와 대통령제가 맞부딪치게 되면 또 다시 권력구조 개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당장 부딪친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은 아니다. 비례대표제에 기반한 다당제로 운영을 해보다가 제도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그때 또 다시 부드럽게 변화를 모색해 갈 수 있다고 본다.

하승수
 : 우리나라는 국무총리라는 완충장치가 있기 때문에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제와 맞지 않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다당제 국회가 제도적으로 마련되면 국회와 협치하게 될 수밖에 없다.  


▲ 박갑주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박갑주 : 권력구조 문제의 핵심은 행정부를 누가 장악하는가의 문제다. 기존 대통령제가 왜 문제인지를 보면 예산, 인사, 법률안을 대통령이 다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도 행정부가 다 짜고 법률안도 제출권도 대통령에게 있고, 인사권도 대부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쥔 많은 권한을 넘기자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이렇게 되면 누가 행정부 권한에 다가가더라도 분권이 일어난다.

하승수
 : 제도보다는 정치 과정으로 풀릴 문제가 많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지금과 같은 대통령제를 유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4년 중임제에도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큰 방향에 동의가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답이다

프레시안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세 분의 입장이 일치하는데, 선거제도 개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중대선거구제다. 하승수 대표는 이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입장으로 안다. 

하승수
 : 지방의회에선 해볼 수 있다고 보지만 국회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는 답이 아니라고 본다. 민주당 당론은 권역별이긴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국민의당은 당론은 아니지만 지난해 안철수 대표가 중대선거구제보다 비례대표제를 하자고 했다. 선거제도는 개별 국회의원들의 선호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이 당론을 가지고 협상해야 하는 문제다. 중대선거구제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익숙하게 들리지만 논의 지형으로 보면 중대선거구제는 채택 가능성이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도 중대선거구제가 약간이라도 효과적이려면 한 구역에서 서너 명을 뽑아야 한다. 이 방법은 한국당과 민주당이 동의를 안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선거구 감당도 안 될뿐더러, 지역대표성도 많이 떨어진다. 3~4인 선거구가 되면 구역이 너무 넓어지고 지역대표성이 애매해 국회의원들도 싫어한다. 그래서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수렴될 것이다. 

프레시안
 : 비례대표제 강화에는 의원수 증원이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여론의 반발은 엄청난 장벽이다.  

박갑주
 : 자문위 내에서도 국민정서를 고려해 의원수 문제를 건드리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자문위는 과감하게 500명 정도를 늘리는 방안도 제안해보는 게 어떤가 싶었다. 기존의 국회예산 범위 내에서 증원한다면 국민들을 설득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야 가능한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것을 내려놓기는 싫고 여론은 무서우니 손을 대지 말자는 쪽으로 가서 안타깝다. 

하승수
 :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 정원을 늘릴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대선후보로서는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정치시스템 개혁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분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과 국회 특권 내려놓기가 맞물릴 필요가 있다.

최태욱
 : 학계, 시민단체, 언론에서 꾸준히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할 필요성을 말해줘야 한다. 국회의원 월급을 중위소득자 월급에 맞추면 500명까지 뽑아도 된다. 국회의원들도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녀봐야 안다. 보육비 때문에 고생 해보고, 교육비 걱정하고, 부모 모실 일 생각하며 고민도 해봐야 한다. 머리로 하는 것과 가슴으로 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야 그 현실을 정치에 반영할 수 있다. 

박갑주
 : 국회 예산은 더 늘어날 필요가 있지만, 국회의원 연봉을 중위소득에 맞추자는 점에는 동의한다. 따져보면 우리나라 의원들의 특권이 미국 의원들에 비해서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려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승수
 : 정말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개헌을 하자고 해서 협상테이블에 진지하게 앉으면 우리 국민들 여론을 감안했을 때,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고 여러 가지 문제들도 풀릴 것이다.  

프레시안
 : 자유한국당을 뺀 모든 정치세력이 개헌에 동의한다. 자유한국당의 개헌 공약 파기가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한국당에 대한 포위 구도가 강화되면 좀 달라질 수도 있을까? 

최태욱
 : 문재인 대통령이 포괄적 개헌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제3신당이 대박이 나고 홍준표 대표가 정신을 차릴 가능성은 크게 없다.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개헌이 된다. 이는 모두 정치권 소관인데, 가능성이 별로 없다. 특히 이 과정에 국민들이 배제되어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개헌여론이 상당히 뜨거워진다면 이걸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당제와 비례성 강화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면 그럴 수 있다. 

하승수
 : 시민들 관심이 제도개혁으로 모여 있지 않은 실정인 것은 맞다. 정치권 논의만으로는 그런 계기들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솔직히 지금은 개헌이나 선거제도 개편이 제대로 될 전망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한국은 늘 최후의 보루인 시민들이 돌파구를 만들어 냈다. 

당장은 홍준표 대표가 입장 바꾸기 어려울 것이고, 제3 정치세력이 제 역할 못 하는 상황이라서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본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려면 시간이 걸리고 계기가 있어야 한다. 결국 대통령이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점을 모르지도 않고 촛불혁명 결과로 당선된 역사적 책무도 있다고 본다. 

어차피 문 대통령은 5년 단임제 대통령이라서 이번에 개헌을 해도 임기나 권한에 변함이 없다. 이 다음에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대통령 나와서 선거제도와 개헌을 마무리 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문재인 대통령 성공을 바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야말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영화 <1987>을 600만 이상이 보는 시대인데, 이런 시점에 이 체제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해보자면 국민들이 관심을 충분히 가질 것이라고 본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정규 기자 faram@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프레시안 이정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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