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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9일 일요일

이부영 "위성정당? 병립형 회귀? 이재명다움 잃지 말라"


[인터뷰] 민주화 원로의 쓴소리 "위성정당 안 만들어 손해날까 걱정? 민주당 대선 망한다"

/박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3.11.20. 05:06:03


"'이재명다움'을 잃고 있다. 소탐대실하지 말라."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비례대표 선거제 개편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21대 이전의 '병립형 회귀'로 입장을 굳힌 반면,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과 병립형 사이에서 또렷하게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 소수정당과 당 일각에선 지도부가 여당과 병립형으로 돌아가기로 '밀실 야합'을 한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당 바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재야 민주화운동 원로들로 구성된 '검찰독재·민생파탄·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전국비상시국회의'는 지난 9일 이재명 대표를 찾아 연동형 선거제도 유지·발전과 비례위성정당 방지, 진보정당과의 선거연대와 협치를 요청했다. 비상시국회의는 다음날 긴급 성명을 내고 이 대표에게 이같이 요구한 이유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폭거를 막기 위해서뿐 아니라 민주당이 진보정당을 비롯한 소수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를 혁신해야 한다는 시민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간담회에 참석한 이부영 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은 최근 <프레시안>과 만나 이 대표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지켜내려는 강한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상임고문은 9일 간담회에 앞서 이 대표 단식 중에 선거제 문제로 독대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 상임고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역구로만 150석 이상 된다는 확신을 토대로 비례제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이 상임고문에게 "병립형으로 가면 180석 가까이 얻는 것 아니냐", "위성정당을 안 만들면 (민주당) 사표가 생기는 것 아니냐. 그걸 누가 책임지냐"며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 대표가 '이재명다움'을 잃고 있는 것 같다며, 병립형으로 회귀하거나 위성정당을 방치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차기 대선 도전마저 위태로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정의당 등 진보 선거연합이 이 악물고 수도권에 후보를 내보내면 민주당은 사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에게 '소탐대실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은 이같은 판단 때문이다. 

그는 대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세계사적 흐름을 제대로 대응하고, 국내 친(親)미·일 세력을 극복하기 위해선 민주·평화·진보진영 내 분열을 막는 선거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과제가 바로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지켜내는 일이다. 그는 "병립형으로 돌아간다든가,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면 그 사람(이재명)을 더 이상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이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다음은 지난 16일 서울 충무로 인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사무실에서 이 상임고문과 한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미·일 상위 체제 인정하는 尹 정부…분열하면 진다"

프레시안 : 전국비상시국회의 결성 배경, 목표가 궁금하다. 

이부영 : 지난해 연말 함세웅 신부, 임헌영 선생 등등이 내장산 선운사에서 하루 지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윤석열 정권 하에서 검찰 독재는 물론이고 민생이 어려워지는데 윤석열 정권은 경제에 도통 관심이 없고 외교·안보도 위험선을 넘지 않나 하는 걱정들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에 가까워지려고 중국과 러시아와 멀어지는 것을 보고 '큰일 났다, 이대로 있어선 안 되겠다'고 해서 우리 같은 나이먹은 사람들이 이렇게 경색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서보자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고 있으면 2008년이 떠오른다. 남녀노소 촛불 들었던 그 시대로 돌아가서 '광화문을 점령하라, 용산을 점령하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는 이제 그럴 역량도 있고 경험도 충분히 쌓고 했으니, 그런 걸 선도하기 위해 비상시국회의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권의 구체적인 문제를 짚자면? 

이부영 : 첫째는 외교. 지금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나토(NATO) 국가와 러시아가 부딪히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과 그 나라들에 식민 지배에서 받았던 개발도상국이 있다. 그런데 일본 식민지배를 받은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가들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식민지였고 개발도상국 출신인데 자기네 나라들을 외면하고 미국·일본·서유럽 이런 데만 추종하니까 실망을 하거나 적대적 감정을 보이고 있다. 중국·러시아에 등 돌리는 게 윤석열 정권, 윤 대통령 기호에 맞을지는 몰라도 긴 눈으로 보면 세계 시장은 개발도상국에 널려있다. 우리가 가진 건축 기술, 철도 기술 등은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거 아닌가. 시장은 그 쪽이 넓은데 왜 좁은 길을 찾아가나. 이런 걸 보면 윤석열 정권의 외교 노선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실패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가 되면서 남북이 유엔(UN)에 동시 가입하고 4대국 교차 승인(한반도 긴장 완화를 도모하기 위해 한국은 중국과 소련, 북한은 미국과 일본이 동시 승인하는 것)을 하기로 했는데 어기고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북의 핵개발, 핵무장이었다. 30년 사이에 북한은 탄도미사일, 핵무기를 장착해서 미국과 일본열도에 떨어질 상황이다. 지난번 미국 토니 블링컨-로이드 오스틴 전 미국 국무부·국방부 장관 왔을 때도 성명을 내고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대북정책, 인도·태평양 정책은 파산했다. 실패했다. 인정하라'고 했다. 근데 그걸 따라가는 윤석열 정권은 뭔가. 오히려 한·미·일 군사 동맹을 추진해서 북·중·러 동맹을 강화시키고 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약 지역인 조지아주 이런 데에 기업은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18조 원의 미국 무기를 사들였다. 중국하고는 무역이 막히고 미국에는 우리가 퍼준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IRA법(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제재나 가하고 있다. 밑지는 장사 정도도 아니고 천치 같은 장사다. 

그리고 언론. 이 정부의 언론 정책이 너무 심각하다. 마치 KBS(한국방송공사)를 군부 쿠데타 일으키듯 다루고 있다. 50년 전 그때 시절이 재현되는 것 같다. 한국 국민들은 그간 민주화·반독재·평화 운동을 거쳐온 국민 아닌가. 그 국민을 우민 취급하는 것 같다. 여기에 언론이 거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서울 가려면 과천에서부터 긴다'는 말이 있지 않나. 정부가 겁을 좀 주니까 무릎 꿇고 기어 오는 격이 됐다. 불경기이고 취직 문도 좁고 그래서 밀려나면 끝장이라는 위기가 언론계에 있나 보다. 식민지였던 나라가 독립 투쟁을 벌이고 민주화, 산업화를 거쳐 문화 국가로서의 위상을 세운 나라가 결국 이런 정도의 대통령과 언론밖에 가질 수 없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프레시안 : 비상시국회의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 왜 중요하다고 보는 것인가.

이부영 : 군부 독재가 다시 나타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 독재가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박정희 시대나 이승만 시대로 돌아가려면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접속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미·일 상위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 다음에 일본, 그 다음에 한국, 계서제라고 할까, 하이어라키(hierarchy)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4.19, 87 혁명. 촛불 혁명을 지낸 국민에게는 안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그런 친미·친일 세력을 중심으로 한 분단세력을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중요한 건 분열을 막는 것이다. 우리가 87 항쟁을 겪으면서 직선제만 바뀌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결과는 노태우 당선이었다. 내가 그때 징역을 살고 있었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기념 사면으로 나오게 됐다. 우리 편이 분열해서 진 것이었다. 기가 막히더라. 직선제만 바뀌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노태우가 당선이 되니 그때부터 어떤 일이 있었나. 87 이후로 체제에 합법성이 생기니 군사 독재 때처럼 데모하면 불법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전두환·이순자 구속하라'고 요구하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다시 구속되기도 했다. 

분열하면 진다. 그래서 우리는 선거 구조를 어떻게 바꿀까, 그걸 놓고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걱정이 진보정당이 지금처럼 하나만 있어도 제대로 존재감을 내세우기가 어려운데, 너덧 개가 되면 어떻게 되겠나. 미·일 상위체제를 인정하는 지배구조를 뚫고 진보 정당이 원내교섭단체라도 얻어내려면 하나만 되어도 시원치 않은 판에 (분열해서) 안타깝다.

프레시안 : 진보정당이 약화된 배경이 무엇이라 보는가. 

이부영 :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학교 급식 문제라든지 아주 사소해 보이는 국민 복지 정책이 공표됐을 때 노동자나 농민이나 중소상공인, 청년, 노인, 나아가 부자들까지 다 공명을 했었다. 오세훈 시장이 그걸 거부했다가 떨어진 거 아닌가. 민주당이 학교 급식 문제나 이런 문제를 어떻게 동의 안 하겠나. 이렇게 정책으로 나라 전체를 건강한 개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문제는 원내교섭단체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나선 것이다. 

지금 유럽에서도 극좌파 정당들이 다 소멸하고 있고 일본도 사회당도 소멸해가고 있다. 진보정당이 아직도 통일 주장하고 노동 해방, 마르크시즘 꿈꾸다가 다 소멸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물론 통일은 가야 할 길이지만 학계나 시민운동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지, 정치집단이 통일하자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2045년이 해방 100주년인데, 그때까지 '진보정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되고 민주·평화·진보 세력이 집권을 해서 남북 간에 핵을 안 쓰겠다는 평화협정을 맺자, 미국·일본·중국이 뭐라고 하든 우리끼리 평화협정을 추진해보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2045년까지가 굉장히 세계적인 격동의 시대라고 본다. 미국이 전 세계적인 지배 국가였다가 퇴조하면서 많은 세력의 공백 지대가 생길 것이다. 앞으로 20~30년 사이 대격변, 대전환을 경험할 텐데 그때 정치체제가 굉장히 유연해야 이런 세계적 흐름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프레시안(박정연)

"민주당, 이번에도 욕심 차리면 크게 잃는다. 대선도 못 간다" 

프레시안 : 대전환의 시기에 제1야당인 민주당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부영 : 세계사적인 변환의 국면에서 한국이 먹고 살 길, 한국이 가야 할 민주주의의 길, 이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런 정책을 우리가 우리(민주당)만 의석이 많으면 안 되고, 같이 협치, 거버넌스를 해야 한다. 협력해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서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그렇게 가야 하지 않겠나.

국회에서 3,4당 정도가 협상하면서 가고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당이 나와야 하고 과반 지지를 얻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선거 연합을 하면 국정을 아무렇게나 할 수 없다. 최소 장관 몇 자리라도 합의하지 않나. 그런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대전환기를 유연하게 흡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자기 의석을 조금 더 많이 가져오려고 병립형으로 간다든지 준연동제의 흠결을 이용해서 위성정당을 만든다든지 이럴 경우 민주당이 국민에는 신망을 잃을 것이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표현대로,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빼앗으려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나라를 맡을 깜냥이 안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하고, 나머지는 3, 4당에 줘서 협치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들(소수 정당)도 지지하는 국민이 많은데 원내에 들어올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민주당이 이번에도 욕심 차리면 작은 걸 얻으려다가 크게 잃을 것이다. 그럼 대선도 못 가는 거다. 

그리고 미리 배부른 정당이 되어선 안 된다. 민주당은 지금 윤석열 정권이 너무 못하니까 지지율이 높지 않으니 가만히 있어도 과반이 될 거라는 지나친 낙관, 행복감에 빠져있다. 자기들이 새로운 걸 안 하고 윤석열이 잘못하는 거에 기대고 있으니 걱정이 된다. 

프레시안 :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선거연합을 하기에는 관계가 과거와 달리 굉장히 허약한 상황이다.

이부영 : 지난 대선에서 쌓였던 불신, 이건 지나간 일이라고 본다. 지금 무지막지한 윤석열 세력을 앞에 두고 이미 지나간 일들을 가지고 아웅다웅한다? 그래서 진보정당에 원내교섭단체 될 기회를 주기보단 우리(민주당)가 다 먹겠다? 그럼 민주당은 망하는 것이다. 정의당은 이미 약자다. 더 짓밟을 게 없다. 이미 무력화됐는데 왜 그렇게 미워하고 짓밟으려고 하나. 국민이 보기에 민주당 마음 쓰는 게 좁쌀 같아 보이지 않겠나. '저 당은 국민의힘이나 별 차이 없구나' 싶을 거다. '이재명 저 사람은 초심 지키는 줄 알았는데 별 거 아니었네' 국민이 이런 생각이 들면 민주당은 다음 대선까지 망치는 거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의당 하는 걸 보면 비명(非이재명)파도 '우리 여기 있을 수 없겠구나' 생각할 것이다.

프레시안 : 선거제와 관련해 지난 9일 이재명 대표와 면담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이부영 :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신낙균 전 장관, 임헌영 선생 등과 함께 가서,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가기로 (국민의힘과) 이면에 합의했다는 보도 있었다는데 사실이냐' 물었다. (이 대표는) '아무것도 정해진 거 없다. 고민하고 있다' 그러더라. 우리는 '소탐대실하지 말라. 큰 정당이 골목 상권까지 다 말아먹으려고 하면 왜 정치하느냐. 남에게 좋은 일하려고 희생한 정치세력과 공존도 안 하고 속 좁게 자기들이 휩쓸고 가겠다면 다음에 정치할 길이 안 보일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나는 아직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대한 희망이 있다. 소년공에서 시작해 굉장히 어렵게 자라서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 난 경우다. 한국 사회에서 김대중이나 노무현 같은 사람, 이재명 같은 사람이 저 지위까지 올라가는 걸 보면 나는 한국 사회가 그래도 괜찮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일류 대학 안 가도, 유학 안 가도, 고시 안 붙어도 희망 가지고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이재명 존재 하나가 많은 희망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당 대표 되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랑 점점 다른 길을 가는 느낌이다. '이재명다움'을 잃고 있는 것 같다. 

지난번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나를 감옥에 보내달라'고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랬으면 비명파도 찬성 못 했을 거다. 감옥 보내달라는 사람한테 차마 감옥 가라고 찬성표를 찍을 수 있겠나. 김대중처럼 되려면 멀었다 싶다. 아직은 성남시장 수준인 것 같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거법 합의 과정이나 사람들 영입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자가 됐는지 아닌지가 드러날 것이다. 나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이재명을 위해 보이지 않게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병립형으로 돌아간다든가,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면 나도 그 사람을 더 이상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 

프레시안 : 이 대표에게서 '이재명다움'이 왜 사라지고 있다고 보는가. 

이부영 : 민주당 안에 지금은 아주 복잡다단한 세력이 국회의원으로 들어와있다. 옛날보다 부자들도 많고 국민의힘에서 내놓는 법안에 찬성할 법한 분들이 많다. 그 사람들이 민주당 내에서 사람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을 거다. 고위 공무원이었다든지 하는 사람들은 관료 사회 카르텔이 있다고 본다. 정보를 많이 쥐고 있는 그런 기득권들이 병립형을 지지해서 그 숫자가 70~80은 될 것으로 보인다. 잘 보면 당 내에서 준연동형 유지하라고 성명서 내는 의원들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게 결국 그런 의원들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본다. 그 사람들이 이재명 대표의 선택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라 본다. 이 대표는 아직 사법 올가미에서 벗어난 사람은 아니니까.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상관없이 도와온 사람들, 개천에서 용 나는 걸 정말 바라는 사람들과 상의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내가 잃는 게 있더라도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해야지, 자기가 공천 준 사람만 잔뜩 모아놔서는 득이 아니라 해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이 상임고문의 옛 보좌관이었던 조정식 의원이 이재명 대표 지근거리를 지키면서 총선 국면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사무총장 자리에 있다. 지금은 당직을 내려놓았지만 이 상임고문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이해식 의원도 조직부총장이었다. 그분들에게 조언을 따로 하지 않나. 

이부영 : 나하고는 가깝지만 내 말을 안 듣는다(웃음). (조정식 의원이) 벌써 5선이니까. 내가 열린우리당 대표 했을 때가 25년 전인데 (조 의원은) 그 이후로 의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프레시안(박정연)

"이재명, 병립형 가면 180석 가까이 얻는 것 아니냐 하더라" 

프레시안 : 이재명 대표에게 자주 조언을 한다고 들었다. 가장 최근에 독대한 건 언제인가.

이부영 : 지난번에 이 대표 단식 시작하고 나서 3일째인가 보는 눈이 있어서 밤 10시 반에 국회 본관에 찾아갔다. (국회 경호처에서) 잘 안 들여보내주더라. 천준호 비서실장을 불러서 겨우 이 대표를 만났는데,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다. 그때도 선거법 얘기를 했다. 이 대표가 그때 고민을 이야기하더라. '고통스럽다'고. 나는 그때도 '소탐대실하지 말라'고 했다. '이재명다움을 잃어버리면 총선이고 대선이고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그때까진 조국·송영길 신당 이런 얘기가 없었을 때였는데, 이 대표가 그런 이야기는 하더라. 민주당이 비례 아니고 지역 의석으로만 150석 이상 된다는 확신이 있더라. 이탄희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탄희와 이재명 두 사람의 차이가 있다. 이탄희 의원이 '150만 해도 많은 거다. 이걸로 족하지 뭘 더하냐'는 입장인 거고. 이 대표는 '병립형으로 가서 (비례 의석을) 20석 이상 가져올 수 있으면 180석 가까이 얻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준연립형으로 가서 비례대표 되는 게 아무 의미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도 있는 것이지. 

연동형으로 갔을 때도 위성정당이 2개 정도 있다고 하면 거기서도 비례 한 열댓 석은 가져올 수 있으면 180석 가까이 되는 거다. 그런데 위성정당도 안 만들고 준연동형으로 가면 나머지는 사표가 되는 것 아닌가. 그걸 누가 책임지냐(는 고민이 있다더라). 정치인이 되면 내 것을 하나라도 빼앗아와야 한다는 집착이 강해진다. 특히 이 대표 경우에는 자기 감옥 가느냐 마냐 두고 표결을 했으니 더 피가 말랐을 것이다. 

프레시안 :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선거 판도가 어떻게 될까. 

이부영 : 병립형으로 가고, 또 만약 더군다나 권역별로 갈 경우엔 진보 세력은 (원내 진입 가능성이) 바닥일 것이라 이 악물고 단일 선거연합이 수도권에 후보 내보낼 것이다. 그렇게 풀어놓으면 아마 민주당이 사색이 될 거다. 서울·경기·인천 이런 데다가 확 풀면 아무리 표를 못 받아도 한 지역에서 2~3000표 가져갈 텐데 수도권은 1000표로 승부가 갈린다. 그런데도 자기들(민주당이)이 저질러놓고 (진보 세력에) 배신자라고 할 건가. 소탐대실하지 말란 얘기가 그 이야기다.

이해찬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20대 때 이해찬 전 대표가 위성정당 만들면서 당이 승리는 했지만 이해찬 전 대표는 그걸로 (정치인으로서) 끝난 거라고 본다. 그때 위성정당 안 만들고 소수 정당 20석 더 들어왔으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 정치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아마 (이 대표가) 대통령도 됐을 거다. 

프레시안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신당 창당설이 파다하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부영 : 조국 같은 사람이 이번에 국회로 오면 무슨 정치를 할까. 그렇게 상처를 크게 받은 사람이 국회에 오는 것은…. 그보단 학교 같은 데서 좀 있다가 민주당이 집권하고 나서 역할을 하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끝)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는 별개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방식이며,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이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비례대표에서 모자란 의석을 채우는 방식을 말하는데, 현행 준(準)연동형 제도는 모자란 의석의 50%만 채우도록 돼있다. 

**이 상임고문은 1974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뒤 동료 기자들과 동아투위를 결성했다. 정계에는 1990년 꼬마 민주당으로 입문했다가 1997년 민주당과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으로 합당하자 이에 동참했다. 이후 김영춘, 안영근, 이우재, 김부겸 전 의원 등과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며 탈당 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 합류,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서울 강동갑에서 3선을 지낸 뒤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지냈으나 지난 2015년 탈당계를 제출하며 정계를 은퇴했고, 그 후로는 재야에서 활동해왔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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