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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8일 일요일

[김애화 칼럼]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2년밖에 안된 가사근로자 보호법


2021년 6월 16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되었다. 이로 인해 가사노동자도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최저임금, 연차휴가 등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되었다. 가사노동자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후, 68년 만에 노동자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22년 6월 16일, 한국노총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가사·돌봄 유니온)’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이는 ILO가 가사노동자협약을 채택한 해인 2011년 이후 10년 동안,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싸워 온 가사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이다.

가사근로자법의 한계는 분명하다. 근로기준법 상 11조(적용범위)에서 가사사용인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적용제외 ‘독소조항’이 그대로 유지된 채 ‘특별법’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가사근로자법이다. 따라서 가사근로자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파견하는 가사근로자만이 포함된다. 즉 간접고용 노동자이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은 중요하다. 그런데 가사근로자법에서는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에 대한 조항이 빠져 있다. 민간기관이 중심이 된다. 이에 대한 우려가 높다. 가사근로자법이 아니라 가사사용자법이 아닌가하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6월 16일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맞는 가사노동자들에게는 1년 전과 다른 심각한 상황에 부딪히고 있다. 세계최저 0.78명이라는 초저출생율을 해결하겠다고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 주장들은 한국사회의 초출생율이 여성의 육아부담 때문이니, 이 육아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도우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을 최저임금 대상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10여명의 여당의원이 동참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부터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번에는 약 100여명 정도가 될 것이라 한다.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았다.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노동조합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아직도 대부분의 가사노동자들이 비공식 노동으로 남아 있고, 가사근로자법을 통해 그 가치를 공식화하고 평가·측정을 못 받고 있다. 현재의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과제가 넘쳐난다. 그런데 노동법도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라니.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5월 21일 국회에서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 통과, 환영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5.21
홍콩 이주가사노동자 그 실상

적극적으로 외국인가사노동자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정치계는 그 참고 사례로 싱가포르와 홍콩을 들고 있다. 조선일보는 “월급 100만원? 그럼 가죠.”라는 제목의 기사로 싱가포르와 홍콩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소개했다. 월급 100만원이면 동남아에서 올 가사노동자가 많다는 것이다.1) 싱가포르, 홍콩의 근로조건과 비교할 때 좋은 조건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를 참조하면, 홍콩의 가사노동자 임금은 홍콩 국민 월평균 급여의 최소 25 %, 싱가포르는 8~12% 수준이다.

홍콩을 여행한 독자라면, 주말에 빅토리아 공원이나 시청 주변에서 낯선 장면을 맞닥뜨리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원과 주말에 문을 닫은 공공건물 주변에 옹기종기 종이상자나 신문지를 깔고 앉아 있는 동남아 가사노동자들이다. 각 나라별로 서너명 씩 앉아 가벼운 식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즐기고 있었다. 한두팀이 아니다. 그들이 모여있는 곳 사이를 지나가면 다양한 언어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 입주 노동자들로서, 주말에 그들이 일하는 집에서 나와 있는 곳이다. 그들이 일하는 집에 그들만의 방이 있다해도, 휴일에 그 공간에서 편하게 쉴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각종 비인권적 대우, 폭력에 대한 사례는 넘친다.

FADAU(Hong Kong Federation of Asian Domestic Workers Unions)에 따르면 장시간노동과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홍콩 가사노동자은 평균 하루 16시간 노동했다. 이동의 자유 침해를 받고 있으며, 46.3%가 신선하지 않은 음식, 남은 음식 등 부적절한 식사를 제공받았으며, 55% 이상이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학대를 경험했다.2)

보수정치인과 조선일보가 싱가포르, 홍콩를 들먹이는 것 자체가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합법적으로 차별하고, 반노동사회를 지향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싱가포르는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홍콩은 특별법으로 가사노동자를 대우하면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

현대판 노예제

그렇다면 싱가포르와 홍콩의 출생율은 어떤가? 그들의 주장대로 두 나라에서 이주가사노동자 제도로 저출생을 해결했는가? 이 제도를 도입하길 찬성하는 자들은 그것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경우를 보면, 외국인가사노동자 도입된 해인 1978년에는 출산율이 1.79명이었으나, 2022년도 합계 출산율은 1.04명이었다.3) 2022년 홍콩의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다.4) 이 두 국가는 세계적으로 최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의 사례가 저출생을 위한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한국사회에서도 실패할 것이 뻔하다.

그런데 왜 이런 해법이 나오게 되었을까? 추진하는 자들의 무지 탓인가. 자료 조사를 소홀히 한 탓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적극적으로 사실을 보여주지 않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돌봄, 가사노동자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외국 국적 이주민은 재외동포에만 허용된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상류층 가정은 이미 필리핀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땅콩 회항사건으로 유명한 대한항공의 집이 그렇다. 조현아와 그의 모, 이명희는 필리핀 국적 여성 6명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위장해 가사노동자로 고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어디 대한항공뿐이겠는가. 현재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가사노동자 월급은 최저임금을 지키는 200만원 선이 될 것이다. 현재 재외동포 여성들이 담당하는 가사나 육아 담당비용보다 평균 30% 적다. 그렇다해도 보통가정에는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가구는 중산층 이상만이 가능하다. 이미 동남아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상류층에게는 불법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결국 이 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명백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06.13. ⓒ뉴시스

이는 단순히 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사노동과 육아를 여성이 전담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질서를 더욱 강고히 한다. 성평등이란 과제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글로벌 가족위계를 만들어 가사노동을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성에게 맡기면서, 한국여성들은 성평등사회를 즐길 수 있을까. 외국인 가사노동 사용이 출생율을 높일 수 없다고 기존 사례가 증명하고 있지만, 설사 출생율이 높아진데도 미래의 자녀들은 어떤 사회에 살게 되는가. 인종적 위계와 차별이 확실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에게 한국 사회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로 인식될 것인가.

현재의 돌봄, 가사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재외동포 입주가사노동자들의 조건은 홍콩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들의 노동조건을 더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사노동자법이 시행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찾아주지도 못하고 있다.

최근에 캐나다에서 LOP(Live-in Care Program), 노르웨이에서는 오페어(Au Pair)가 폐지되었다. LCP나 오페어나 모두 입주가사노동자제도이다. 이 제도가 ‘현대판 노예제’로 인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노동권 실현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 폐지 이유이다. 고용과 관련한 세세한 제도적 장치들이 부족해서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이 제도에는 이주가사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상세한 규정들이 있었다. 문제는 구체적인 노동의 현장에서 이 법들이 지켜질 수 있냐는 것이다. 언어 소통이 어려운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 체류 지속 여부에 관한 결정권을 가진 고용주, 폐쇄적인 사적 공간인 일터. 이런 조건들은은밀한 착취 관계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다양한 국가에서의 실패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하는가. 현재 진행되는 외국인가사노동자 도입은 계급·젠더·인종 차별을 일상화할 것이다. 결국 한국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한국사회를 거꾸로 돌리려는 의도가 아닌 이상, 이 제도의 도입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필자주
1)조선일보, 2023.3.31
2)국제기준 및 법 제도 정비 실태와 해외 이주노동자 현실, 최혜영, 윤미향의원실 토론회 자료집
3)www.singstat.gov.sg
4)www.statista.com/statistics/317215/hong-kong-fertility-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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