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3년 6월 19일 월요일

“언어만 다를 뿐 특별하지 않아”… 농인·청인 함께하는 공동체

 

“언어만 다를 뿐 특별하지 않아”… 농인·청인 함께하는 공동체

[다시, 희망의 교회로] <1부> 땅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⑩ 청함교회

입력 : 2023-06-20 03:03
모상근 청함교회 목사가 18일 서울 강서구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수어로 설교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농인교회가 조용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예배시간은 설교자의 큰 목소리와 극적인 수어로 더 역동적이었다. 설교자 질문에 수어로 대답하는 농인도, 씩씩하게 외치는 청인도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각자가 싸 온 반찬을 갖고 20여명의 성도들이 식탁 교제를 나눴다.

18일 찾은 서울 강서구 청함교회(모상근 목사)는 농인과 청인이 함께 교제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모상근(53) 목사는 “8살에 목사로 서원하고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부터 농인 목회를 꿈꿨다. 1991년 안양대에 진학한 뒤에는 수어동아리 ‘예손’을 창립하면서 농인들과 꾸준히 만났다”며 농인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드러냈다. 그는 총신대 신대원 졸업 후 서울 평안교회 농인부에서 11년간 사역하면서 상도동 동광교회, 중계동 삼일교회, 송월동 서대문교회 등에 농인부를 세우는 일을 돕기도 했다.

“농인사역 특별하지 않아”

청함교회는 농인과 청인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님나라를 꿈꾸는 교회다. 사진은 성도들이 수어로 찬양하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2010년 청함교회를 개척했을 때 성도는 모 목사 가족 4명과 청인 후배 4명이 전부였다. “일부러 이전 사역지에서 먼 곳으로 개척을 했어요. 꾸준히 유튜브로 설교를 올리고 수어 강의를 했더니 조금씩 농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는 농인 복음화율을 2%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가르치면 복음을 금방 깨닫는다고 했다.

“농인 목회도 일반 목회와 다르지 않아요. 그저 언어를 수어로 쓴다는 것만 다르죠. 다만 설교 후에 농인들만 따로 모아서 오늘 설교를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어려운 부분은 다시 설명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청함교회에 온 지 9년 된 김영진(50) 안수집사·윤혜영(36) 집사 부부가 산 증인이다. 부부는 이곳에서 결혼하고 두 딸을 낳으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김 집사는 “처음 교회에 왔을 때는 목사님 설교를 잘 이해하지 못 했는데 3년 동안 설교를 듣고 성경을 읽으며 공부하다보니 점점 알아듣게 됐다”며 “지금도 오전·오후 예배를 다 참여하면서 복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따뜻한 분위기에서 성도들을 만나고 교제하는 것도 즐겁다”고 수어로 표현했다.

성가대 연습 장면. 신석현 포토그래퍼

농인들은 배운 복음을 전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김 집사도 다음 달 성도들과 필리핀으로 단기선교를 떠난다. 필리핀 농인을 만나 복음을 전하고 봉사를 할 계획이다. 필리핀 수어는 한국 수어와 다르기 때문에 수어도 다시 공부하고 있다. “필리핀에 두 번째 가는데 첫 단기선교는 덥고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이번에도 쉽지는 않겠지만 현지 농인들을 섬길 생각에 기대도 됩니다.”

“농인 사역자 키우는 게 목표”

청함교회에 모인 청인들도 농인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가진 이들이 많다. 농인들만 모인 곳이 아닌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곳을 꿈꾸기 때문이다. 청인들도 농인들과 교제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외과 의사인 정규성(40) 집사는 아내 동경원(39) 집사, 딸과 함께 청함교회에 다닌다. 정 집사는 농인들이 병원에서 불편함 없이 진료받기를 바라며 수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농인들이 아플 때마다 수어 통역사를 신청해 병원에 오는 게 참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다. 필담도 완벽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아파도 참는 경우도 많다”면서 “내가 농인에게 도움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보다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게 좋아 청함교회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개척멤버인 이은선(42) 집사도 수어 통역을 하면서 농인들이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다가가길 기도하고 있다. 이 집사는 “제가 설교를 잘못 통역해서 농인들에게 갈 은혜를 막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사역하고 있다”며 “가끔 설교시간에 졸고 있는 농인들을 보면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집중하는 그 눈빛을 보면 더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고 웃었다.

성도들의 단체 사진. 신석현 포토그래퍼

청함교회는 농인 사역자를 배출하는 것을 또 다른 비전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4명의 전도사가 교회에서 농인들과 사역했고 새로운 농인부를 맡아 떠났다. 모 목사는 현재 서울에 농인부가 있는 교회나 농인교회가 30여개 정도 되지만 농인 사역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인부를 맡은 사역자가 임지를 옮기게 되면 당장 그곳에 부임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농인 사역자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특히 농인교회는 자립도 어려워요. 저도 방송국에서 뉴스를 수어 통역하면서 자비량으로 사역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더디기는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반면 한국교회의 의식은 아직 그에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국교회의 관심도 부탁했다.

“수어 통역이 있는 뉴스도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어요. 그런데 신학대에 장애인 목회 관련 과목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교회 건축을 할 때 장애인 편의를 우선시하는 경우도 많지 않고요. 한국교회가 하는 여러 사역 중에 장애인을 향한 마음도 표현된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07647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