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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2일 토요일

"여성가족부 없앤다고 20·30 남성 문제 해결되나"

 [인터뷰]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22.03.12 18:35l최종 업데이트 22.03.12 18:35l
2022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의제가 실종되고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으로 얼룩진 제20대 대선정국을 규탄하며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 사회 실현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2022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의제가 실종되고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으로 얼룩진 제20대 대선정국을 규탄하며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 사회 실현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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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과 가정 폭력의 피해자들을 가해자로부터 지켜내고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일.' 

현재 여성가족부가 담당하고 있는 주요 업무들이다. 이는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가부가 추진 중인 사업을 면밀히 살펴보면 정작 문제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보는 데다,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단순히 '여성이 싫다'는 혐오 속에 촉발됐기 때문이라는 것.

양이현경 대표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가부 하나 폐지한다고 2030 남성들이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이 대표는 "엄밀히 따지면, 청년세대들의 어려움은 정치와 기득권층이 만든 문제"라면서도 "남성들은 마치 여성들 때문에 그들이 설 자리가 없어졌고 여가부가 남성들을 역차별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고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의식 속에 지난 10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을 포함한 여성단체들은 윤석열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양이 대표는 "여성을 향한 불만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나선 정권은 처음"이라며 "젠더를 정략적으로 활용해 청년세대를 남녀로 갈랐고, 여성과 남성간의 싸움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선거로 각기 다른 생각을 지닌 20·30 남성들이 '이대남'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에 씌워졌다"며 "결과적으론 20·30대 남성들 또한 분노하게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이 대표는 "(윤석열 당선인 측은) 여가부를 폐지하기로 공약했으니 추진은 해야 하는데 여성쪽 반발도 만만치 않을 테니, 여가부에 '여성'이라는 글자를 넣느냐 여부로 싸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과연 이런 분쟁이 우리 사회에 바람직할지 묻고 싶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가부를 폐지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을 부각시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저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가부 추진 사업들, 보면 반대할 사람 없을 것"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여성단체로서도 이번 대선 국면을 나면서 많은 생각을 했겠다.
"솔직히 말하면, 여성을 향한 불만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나선 정권은 처음이다. 어느 정부든 여성들이 원하는 만큼의 성평등 정책을 펴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이진 않았다. 무엇보다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구상에서 등장했다기보단 정략적 목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더 안타깝다.

20·30 청년 세대들은 가뜩이나 힘들다. 일자리처럼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이 모든 문제가 여성들, 아니 여가부라는 부처 하나 때문인 것처럼 몰아갔다. 청년 세대를 남녀로 갈라 여성과 남성간 싸움으로 만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한 공당 대표로서 적절치 않은 언행을 했다고 봤다."

- 왜 그런가?
"여성을 조롱하기 위한 수많은 가짜뉴스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 같은 허위사실을 오히려 정략적인 수단으로 이용했다. 작은 정부 부처인 여가부를 폐지하는 일을 선거를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건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이다.

정치인이라면, 여가부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할 일이다. 대선 후 해외 언론들과 이야기할 때면 뭐라 이야기하기가 창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나는 이번 사건이 20·30 남성들에 오히려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 어떤 낙인일까?
"20·30 남성들이 '이상한 사람들'로 내몰렸다. 이번 대선으로 여성들은 20·30대 남성에 대해 색안경을 끼게 됐다. 그게 바로 이준석 대표가 가져온 효과다. 모든 20·30 남성들은 각기 다르다. 20·30대 남성들 가운데서도 성차별 등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도 많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남성도 있겠지만 이재명이나 심상정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들 모두가 성평등이나 젠더 감수성이 없는 '이대남'의 프레임에 씌워지게 됐다. 결과적으론 20·30대 남성들도 분노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20·30 남성들을 중심으로 여가부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본인들이 처한 어려움이 여가부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다. 또 여성들이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게 되면서 본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여성들도 공부를 하고 일을 해야 하지 않나? 그건 당연한 이야기다.

엄밀히 따지면, 청년세대들의 어려움은 정치와 기득권층이 만든 문제다. 그런데도 일부 남성들은 마치 여성들 때문에 남성들의 자리가 사라졌고 여가부가 남성들을 역차별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러니 여가부를 없애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여가부가 추진 중인 사업을 들여다보면 정작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 왜 그런가?
"현재 여가부는 한부모 가족을 보호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또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들을 보호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사람이 있을까? 여가부만 없앤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2022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의제가 실종되고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으로 얼룩진 제20대 대선정국을 규탄하며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 사회 실현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2022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 의제가 실종되고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으로 얼룩진 제20대 대선정국을 규탄하며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 사회 실현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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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에서 '여성' 빼면 문제는 해결될까?"

- 이런 문제의식 속에 지난 10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을 포함한 여성단체들은 윤석열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문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구조적 차별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인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윤석열 당선인은 우리 사회에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젠더와 관련해 개인적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핵심은 여성들이 차별 받는 환경을 없애는 것이다. 여성이 노동 시장에서 성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거나 성폭력, 가정폭력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의 말대로 우리 사회에 정말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다면, 최근 일부 관계자에 실형이 확정되기도 한 국민은행의 성차별 채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국민은행은 남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올려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키지 않았나? 또 현재도 가정폭력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존재하는데 왜 여태 가정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있나? 단순히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 하지만 여가부 관련,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여성단체들도 여가부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한다. 미흡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여가부가 모든 성차별이나 성폭력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부처를 없애자는 건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문제가 많아 없앤다면 지금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부처는 국토교통부가 아닌가?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국토부를 없앨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여가부 폐지'가 대통령 당선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건, 사실상 여가부가 별 것 아닌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무엇보다 세계 수많은 나라에 성평등이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부처가 존재한다. 여가부의 존재는 한국이 성평등이나 인권을 위해 전담 부처를 만들 만큼 선진적인 나라가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 이번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여가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사회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여가부가 담당할 업무는 점차 늘어난다. 그런데도 여전히 조직은 작고 권한도 부족하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여성이나 성소수자, 장애인을 혐오하는 발언을 학습해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다. 이는 성차별의 문제임과 동시에 과학·기술 윤리의 문제다.

이처럼 복합적인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모든 정부 부처는 성인지 감수성의 관점에서 정책을 바라봐야 한다. 현재 여가부는 이런 문제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여가부의 입김은 '권고' 수준에 그친다. 남녀간 성평등을 보장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여가부엔 더 많은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일각에선 다양한 '대안'도 제시된다. 여가부를 없애고 다른 부처로 기능을 넘기거나 여가부라는 명칭에서 '여성'을 없애면서 조직은 유지하는 방식 등이다. 
"여성가족부라는 부처명을 바꾸는 건 논의할 수 있는 문제다. 이미 여성가족의 영문명 또한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다. 여성이라기 보단 '성 평등(Gender Equality)'이라는 글자가 들어간다. 다만 이름을 바꾸려는 그 의도가 문제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성평등을 강화하고, 추가적인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 그냥 여성이 싫은 것이다. 현 상황을 돌아보면 결국은 '여성'이라는 글자를 넣느냐 여부로 싸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가부를 폐지하기로 공약했으니 추진은 해야 하는데 여성쪽 반발도 만만치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분쟁이 우리 사회에 바람직할지 묻고 싶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

- 윤석열 당선인을 포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들은 공약대로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계획인가?
"단체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할 듯하다. 무엇보다 왜 여가부 폐지가 문제인지를 부각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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