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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1일 월요일

'콩글리시'를 사전에 실은 옥스퍼드의 열린 자세 [광화문]

 


머니투데이
  • 김주동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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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2 04:07
국립한글박물관 직원들이 한복근무복을 입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공식블로그
국립한글박물관 직원들이 한복근무복을 입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공식블로그
올해 한글날을 앞두고 영국에서 전해진 '대박' 소식이 주목받았다. 영어의 본고장인 이 나라에서도 권위 있는 영어사전인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한국에서 쓰이는 단어 26개가 지난달 최신판에 무더기로 들어갔다는 얘기였다.(물론 한글과 한국어는 다른 개념이다.)

이는 최근 드라마 '오징어게임', 가수 BTS 등 한국 문화의 큰 인기와 맞물려 들린 신기하고 반가운 소식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좀 더 새길 만한 부분이 있다.

옥스퍼드는 공식 블로그에서 "Daebak!(대박!)"이라는 제목과 함께 한국어 추가 사실을 전하며, "우리는 모두 한류의 절정을 타고 있고, 이는 영화·음악·패션뿐 아니라 우리 언어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한국에서 쓰는 말들에도 세계인들이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사전에 공식적으로 들어간 한국어에는 △삼겹살 △잡채 △누나 △오빠 △대박 △애교 같은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도 있고, △한류(hallyu) △K드라마(K-drama) △한복 △만화 △먹방 △K-(한국의) 등 한국의 문화를 가리키는 말도 포함됐다. 심지어 '먹방'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말이다.(국립국어원 사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더 특이한 것은 우리가 '콩글리시'(한국식 영어)라며 스스로 비판해온 단어들도 들어갔다는 것이다. △파이팅 △PC방 △스킨십 △치맥 등이다. △콩글리시(Konglish)도 등재됐다.

'치맥' 단어 설명에는 "치킨과 맥주가 합쳐진 말"이라면서, 한국의 치킨(chikin)이라는 말은 영어 치킨(chicken, 닭)과 달리 '튀긴 닭'만을 뜻한다고 자세히 적어놓기도 했다.

옥스퍼드 사전은 왜 콩글리시까지 반영했을까. 한국에서 쓰이는 말들이 한류를 통해 영어권에서 쓰이고 사전에까지 오른 데 대해 옥스퍼드는 "어휘 혁신이 더이상 영국, 미국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영어가 비영어권인 아시아의 영향으로 변화하는 것도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틀을 깬 것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공감과 수용을 통해 만들어간다. 자연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매일같이 접하는 한식도 한국어도 100년 전, 200년 전과는 차이가 있다. 과거와 달라졌다고 해서 한식이나 한국어가 아닌 것은 아니다.

이번 옥스퍼드 사전 뉴스를 보면 우리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다른 K-문화들이 떠오른다.

한복, 한옥, 국악…. 잃어버릴 수 없는 고유의 것으로 잘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쓰고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역사의 어느 시점에 멈춰진 이들을 각자의 '마음 속 박물관'에 보관해온 측면이 있다.

만약 아픈 근·현대사 속에서 격변의 시기를 겪지 않았다면 이들 문화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자주 쓰는 콩글리시가 영어 본토 문화에까지 영향을 줬듯, 대중들의 삶 속에서 조금씩 변화해왔다면 분명 현재와는 달랐을 것이다.

요즘 이 문화계에도 대중에 가까워지려는 노력들이 눈에 띈다. 최근 몇몇 방송사는 국악을 소재로 한 경연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국악을 대중이 익숙해하는 다른 음악 장르와 접목시키는 시도다. 이에 앞서 판소리를 재해석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는 큰 인기를 얻었다.

한복도 마찬가지다. 국립한글박물관은 4일부터 한복근무복을 입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연내 6개 기관이 한복근무복(각기 다른 디자인) 입기에 동참할 예정이다. 공개된 사진(위↑)을 보면 한복의 특징은 살리면서도 고정관념 속 모양과 많이 달라 신선함을 준다.

일상에서 조금 떨어져 있던 K-문화에도 편안함, 재미, 멋이라는 변화가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콩글리시'를 사전에 실은 옥스퍼드의 열린 자세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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