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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1일 금요일

동고비도 안다, ‘가짜뉴스’ 전파 조심


조홍섭 2020. 02. 21
조회수 508 추천수 0
박새 경계음 엿듣지만 확인된 경보만 ‘리트윗’

d1.jpg» 북아메리카에 사는 붉은가슴동고비는 박새 무리를 따라다니며 경계음을 엿들어 포식자를 피한다. 그러나 정보의 신뢰도에 신경 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내리는 작은 새 동고비는 활발하고 떼를 짓는 박새와 어울리며 박새의 경고음을 엿들어 동료에 전파한다. 그러나 동고비는 불확실한 정보를 함부로 ‘리트윗’하지 않는다. ‘가짜 정보’는 자칫 자신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새소리를 ‘운다’고 한꺼번에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무리 지어 이동할 때 소통하거나 위험을 알리고 도움을 청할 때 내는 소리와 번식기에 내는 노래로 나뉜다. 정보를 담은 소리는 단조롭고 짧지만 짝짓기 상대를 향한 노래는 더 길고 복잡하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동고비와 박새를 상대로 한 연구에서 동고비가 박새의 경고음을 듣고 동료에게 알린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동고비는 나무줄기에서 주로 먹이를 찾는 데다 겨우내 배우자와 짝을 이뤄 지내기 때문에 주변 경계가 취약하다. 나무 위와 가지 끝을 돌아다니며 무리를 짓는 박새를 따라다니는 이유다. 

노라 칼슨 독일 콘스탄츠대 생물학자 등 독일과 미국 연구자들은 지난번 연구에 뒤이어 동고비가 직접 얻은 정보와 박새로부터 얻은 2차 정보에 따라 내는 경고음이 다른지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1월 27일 치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논문에서 “동고비가 간접정보를 얻었을 때는 (구체적인 경보를 내는 직접정보에 견줘) 일반적인 경고음을 내는 데 그친다”며 “동고비는 정보의 원천과 신뢰도에 신경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박새는 맹금류 등 천적이 나타나면 집단 방어음을 내어 무리 전체에 알린다. 즉각적인 위협이 되는 건 아니지만, 동료들과 힘을 모아 포식자를 쫓아내자는 신호이다. 이 신호에는 포식자의 종류, 크기, 거리, 위험 정도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d2.jpg» 북아메리카 박새는 50여 가지의 구별되는 소리로 포식자에 관한 정보 등을 동료와 소통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고비가 이 경계음을 듣고 위험의 정도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박새와 동고비에 큰 위협이 되는 맹금류와 별 위험이 없는 맹금류의 소리를 녹음해 각각을 들려주었다. 직접정보인 셈이다. 이어 같은 녹음을 박새에게 들려주어 박새가 내는 집단 방어음, 곧 간접정보를 동고비에 들려주어 반응을 조사했다. 

동고비의 반응은 정보의 질에 따라 달랐다. 맹금류에 관한 직접정보를 들은 동고비는 빠른 단음절 집단 저항음을 냈는데, 위험한 포식자일수록 소리가 짧고 빨랐다.

그러나 간접정보를 들은 동고비는 불분명하고 막연한 경고음을 내는 데 그쳤다. 다시 말해, 동고비는 믿을 만한 정보는 전파했지만, 정보의 내용이 불확실한 2차 정보는 동료에 그대로 전파하지 않았다. 

남들이 위험하다 했다고 덩달아 자기도 경보를 발령하지 않는 동고비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위험의 과잉평가나 과소평가 모두 자신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험을 과소평가하면 곧바로 포식자의 밥이 될 확률이 커진다. 반대로 위험을 과대평가해 방어 행동에 나서더라도 정작 필요한 먹이 활동과 짝짓기를 희생해야 하고 또 다른 포식자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질 수 있다. 이 모두 생존율을 떨어뜨린다.

연구자들은 “동고비가 경계 정보 이용에 전략적인 까닭은 장기간 지속하는 번식 짝을 이루어서 정보의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잘못된 정보로 배우자가 해를 입으면 결국 그 피해는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2차 정보의 신뢰성을 의심해야 하는 다른 이유로 연구자들은 특정 경고를 낸 박새의 나이, 성별, 경험, 성격, 스트레스 수준, 주변에 숨을 곳이 있는지, 주변에 도와줄 동료가 있는지 등에 따라 경고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들었다.

인용 저널: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0-14414-w|www.nature.com/naturecommunications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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