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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7일 금요일

‘더 늦기 전에’…문 정부 첫 대북정책 독자행보

‘더 늦기 전에’…문 정부 첫 대북정책 독자행보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입력 : 2020.01.17 20:59 수정 : 2020.01.17 21:01
통일부 “개별 관광, 안보리안 저촉되지 않아…현실적 방안 강구”
‘추진 강행 선언’ 배경엔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 중단 위기감 작용
떨떠름한 미국 설득 나서…이도훈 “한·미, 남북사업 협력하기로”
‘더 늦기 전에’…문 정부 첫 대북정책 독자행보
정부가 17일 북한 개별관광을 ‘주권 차원의 문제’로 규정하고 일반 국민들의 북한 방문을 금지한 5·24 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북 독자행보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개별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으로 개별관광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대변인은 또 “남북 협력 부분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독자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지금 계속 강구해 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 같은 정부의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6일 “미국과의 오해로 인해 추후 제재가 촉발되는 일을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줄곧 미국과의 공조를 염두에 두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남북 교류나 인도주의적 성격의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안보리 제재, 미국의 독자 제재에 저촉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에 미국과 협의를 거쳤다. 이 때문에 북한은 물론 국내 진보층에서도 지나치게 미국의 눈치를 본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에 정부가 미국의 떨떠름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고 강조하면서 개별관광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정책기조 변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2년 반 만에 사실상 ‘대북정책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북정책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미 대화가 중단됐다고 해서 남북관계마저 덩달아 망칠 수는 없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지금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하면 임기 내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개별관광 자체는 안보리 제재와 무관하지만, 관광 과정에서는 환전·출입국·장비 휴대·물품 구입 등 제재에 저촉되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한·미 워킹그룹을 통한 제재 예외조치 인정을 받는 등의 협의가 필요하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사진)은 16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이 문제를 논의한 뒤 “이제부터 남북 간 협력사업에 대해 한·미가 긴밀하게 협력해가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금강산관광 독자개발 뜻을 밝히면서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한 점을 들어 북한이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미 공조와 국제적 제재 시스템이 약화될 가능성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본부장은 이에 대해 “미국은 우리가 주권국가로서 내리는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결정을 반대할 수는 없지만 내키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남북 간 교류 확대가 북·미 대화 모멘텀 유지와 북한의 도발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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