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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1일 수요일

다섯달에 1300km 걸은 호랑이, 백두대간도 거뜬?


조홍섭 2019. 12. 11
조회수 226 추천수 0
3살 인도호랑이 새 영역 찾아, 수백곳 마을 지났어도 충돌 미미

ti1.jpg» 인도의 보호구역을 걷는 벵골호랑이. 젊은 호랑이가 새 영역을 개척할 때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새 영역을 찾아 나선 젊은 벵골호랑이가 다섯달에 걸쳐 1300㎞를 걸어 이동해, 이 분야의 기록을 세웠다.

인도 ‘피티아이(PTI) 통신’은 1일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티페슈와르 호랑이보호구역에서 태어난 3살 난 호랑이 ‘T1-C1’이 6월 길을 떠나 150일 만에 같은 주의 다른 호랑이보호구역인 딘양강가 보호구에 안착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호랑이는 인근 주를 넘나들며 숲은 물론 농장과 도로, 마을 수백 곳을 지나 구불구불한 경로로 이동했음이 호랑이에 부착한 무선 추적장치에 기록됐다. 고베카르 라비키란 펜치 호랑이보호구역 현장 책임자는 “이 호랑이는 티페슈와르 보호구역의 어미 호랑이 ‘T1’이 낳은 새끼 3마리 가운데 하나로, 성년에 도달해 자기 영역을 찾아 이동하는 양상을 조사하기 위해 매시간 위치를 위성으로 추적하는 무선 장치를 부착했다”고 밝혔다.

EK1YDfsU8AAP7ZE-1.jpg» 산림은 물론 농경지와 마을을 거쳐 2개 주를 구불구불 이동한 벵골호랑이의 위성추적 궤적. 티페슈와르 야생동물보호구역 제공.

낮에는 은신하고 밤중을 이용해 멧돼지와 가축을 사냥하면서 이동한 이 호랑이는 인구밀집 지역을 여러 차례 통과하면서도 사람과 큰 충돌을 빚지 않았다. 엠에스 레디 멜고트 호랑이보호구역 현장 책임자는 “가축이 잡아먹힌 것 말고는 힝골리 지역 인근 주민 한 명이 호랑이가 자는 숲에 들어갔다가 다친 사고가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로 호랑이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긴 거리를, 그것도 사람이 많이 사는 숲이 아닌 곳을 새로운 영역과 짝을 찾아 이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ti2.jpg» 멧돼지를 사냥하는 벵골호랑이. 이번에 이동이 기록된 호랑이도 주로 멧돼지와 가축을 사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미타바 바네르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도에는 50곳의 호랑이보호구역이 있으며, 여기서 세계 호랑이 개체수의 80%인 약 3000마리의 호랑이가 서식한다.

한편, 이번에 벵골호랑이가 주파한 거리 1300㎞는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길이 1400∼1630㎞와 비슷해 눈길을 끈다. 백두대간의 길이는 북한 쪽의 정확한 길이가 공표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가 나와 있지 않다.

한국호랑이는 벵골호랑이보다 덩치가 크고 영역도 넓어 확산 범위도 넓은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이번 기록이 확실하다면, 장차 통일 한반도에 백두산 일대의 한국호랑이가 백두대간을 따라 남하해 지리산에 도달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남한에서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마지막으로 호랑이가 잡힌 이후 야생 한국호랑이는 절종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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