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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0일 금요일

멸종위기 토종 거북, 남생이 최대 서식지 발견


조홍섭 2019. 09. 20
조회수 1102 추천수 0
경북 소형 농업용 저수지서 20여 마리 확인…경쟁자인 붉은귀거북이 큰 위협

n1.jpg» 대표적인 토종 민물 거북인 남생이는 외래종인 붉은귀거북이 전국에 퍼지면서 자취를 감췄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남생이는 자라와 함께 전국 하천과 저수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토종 거북이었다. 그러나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 유입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대부분 자취를 감춰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위기’ 종으로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한 남생이의 국내 최대 서식지가 발견됐다. 구교성 전남대 생태모방연구센터 연구교수 등 연구자들은 지난해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경북도의 한 소규모 농업용 저수지에서 각각 28마리와 21마리의 성체와 어린 남생이를 확인했다고 ‘한국환경생태학회지’ 8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 저수지가 “국내 최대 규모의 남생이 개체군”이라며 “남생이와 서식지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대식 강원대 교수팀이 2009년 섬진강과 남강 유역의 저수지 99곳을 조사했을 때 남생이는 9개 저수지에서 모두 33마리가 발견됐을 뿐이다. 또 환경부가 전국자연환경조사 등을 통해 확인한 전국의 남생이 서식지는 경남을 중심으로 28곳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된 서식지는 둘레가 약 500m인 작은 저수지이지만 물에 잠긴 나무가 일광욕 장소를 제공하고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여 서식 여건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생이를 위협하는 요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남생이의 최대 경쟁자인 활발한 붉은귀거북이 다수 서식하며 번식까지 해 우려를 낳는다. 

이훈복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등 연구자들은 2017년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남생이와 붉은귀거북에 무선추적기를 붙여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남생이와 붉은귀거북은 제한된 일광욕 장소, 먹이 자원 활용, 동면 장소 등 여러 방면에서 중복되는 행동권과 서식지 이용 패턴으로 경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경쟁의 패자는 늘 몸집이 작고 소극적인 남생이었다. 거북에게 일광욕은 먹이 섭취 후 원활한 대사 작용과 비타민과 같은 필수 영양소 생성에 중요한 행동이다. 이 저수지에서 남생이와 붉은귀거북은 모두 수몰지역에서 발견됐는데, 거북은 물에 잠긴 나무에 기어올라 햇볕을 쬔다.

n2.jpg» 이번에 최대 규모 서식지로 밝혀진 저수지의 물에 잠긴 나무에 올라 일광욕을 하는 남생이(A)와 붉은귀거북(B). 좋은 자리는 크고 활발한 외래종 차지다. 구교성 외 (2019) ‘한국환경생태학회지’ 제공.

북아메리카 원산인 붉은귀거북은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들여오기 시작했고, 부처님 오신 날 방생 등에 쓰여 1996∼2000년 사이에만 600만 마리가 저수지 등에 풀려나갔다. 이번 남생이들이 발견된 저수지에서는 새끼 남생이를 잡아먹는 황소개구리가 다수 확인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위협요인의 제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저수지 주변에서 대규모 문화재 발굴 작업이 벌어지고 있고, 논의 물이 저수지로 흘러들어 농약과 비료로 인한 오염도 위협요인으로 꼽혔다. 저수지 주변에는 낚시꾼들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연구자들은 “남생이의 인공증식이 이뤄지고 있지만 자연 서식지에서 계속 번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남생이뿐 아니라 남생이의 서식지를 보호할 구체적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남생이는 중국, 일본, 타이완에도 분포하며 해캄 같은 수초를 비롯해 곤충, 다슬기, 갑각류, 죽은 물고기 등을 먹으며 4월부터 11월까지 활동하다 겨울잠을 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구교성⋅장환진⋅김대인⋅김수환⋅백혜준⋅성하철, 한국 내 멸종위기종 남생이 Mauremys reevesii Gray 1831 (Reptilia; Testudines; Geoemydidae)의 집단 서식 및 서식지 현황 보고, 한국환경생태학회지 33(4): 402-407, 2019, https://doi.org/10.13047/KJEE.2019.33.4.40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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