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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9일 금요일

김정은 “관건적 시기”…뚜렷해진 ‘줄타기 외교’


입력 : 2019.04.20 06:00:03 수정 : 2019.04.20 06:01:01

김정은 “관건적 시기”…뚜렷해진 ‘줄타기 외교’
시진핑에 보낸 편지서 친선 강조 
베트남에도 답전…우방과 밀착
러시아와 8년 만에 정상회담 등 
‘포스트 하노이’ 노선 강화 움직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줄타기 외교’가 뚜렷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자력갱생”을 ‘포스트 하노이’ 노선으로 내세운 이후 사회주의 연대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다음주(24일 혹은 25일) 개최될 예정이고, 중국·베트남 등 우방국과도 더 밀착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한국에 대해선 연일 압박성 메시지를 던지며 ‘불가근불가원’식 거리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이 올 연말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통보한 가운데,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외교 공간을 확보하고 ‘장기전’에 대비해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전략적으로 긴 호흡으로 움직여온 북한 외교가 또다시 변곡점을 맞는 흐름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자신이 국무위원장에 재추대된 것을 축하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지난 17일 답전을 보냈다고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이라는 점을 들어 “조선반도의 정세 흐름이 매우 관건적인 시기에 들어선 오늘 북·중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귀중히 여기고 전진시켜나가는 것은 중대한 사명”이라고 했다. “가장 진실한 동지적 관계”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에게도 “총비서 동지의 축하는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의 투쟁에 대한 힘 있는 지지와 고무가 된다”는 답전을 보냈다. 그는 지난달 초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하노이 노딜’ 이후 김 위원장의 첫 외교 행선지다. 8년 만의 북·러 정상회담에선 경제협력 문제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우군 확보·경제 지원 등 
‘장기전’ 대비 협상력 강화 해석
한·미엔 연일 압박 메시지 대조
 
김 위원장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제재 완화에 대한 지원사격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제재에 따라 올해 말까지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모두 송환될 예정인데, 북한은 러시아에서 일하는 자국 노동자들의 체류를 희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제재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러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반면 미국과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현지지도했으며, 북 외무성은 1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북·미 협상에서 제외시킬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축하 메시지와 ‘정상 간 신뢰’를 내비치면서도 미국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남측에 대해서도 “오지랖 넓은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가 돼달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사실상 중지됐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의 정례 협의 채널인 남북 소장회의는 이날로 8주째 열리지 않았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사회주의 연대를 복원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받아내기 어려워진 만큼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확보함으로써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포기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사회주의 연대 등 국제관계 개선도 가능한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기 전에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고 체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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