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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1일 목요일

삶의 잡초 어떻게 관리할까


길희성 2017. 05. 12
조회수 322 추천수 0

-잡초.jpg» 픽사베이 제공

정원 가꾸기 단상

정원이나 뜰을 가꾸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봄이나 여름철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잔디에 신경을 쓰지 못하다 보면 어느 새 마당이 엉망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오죽하면 쑥밭이 된다는 말이 있겠는가마당을 온통 쑥이 점령해버린다는 것을 두고 하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일 것이다여하튼 나도 마당일을 하다 보면 요즘 쑥이란 놈이 정말 번식력이 왕성하고 강인한 것임을 실감하고 있다웬만한 잡초는 그냥 손으로 뽑아 버리면 되는데쑥은 맨 아랫부분을 한 손으로 단단히 붙잡은 다음 살살 좌우로 약간 흔들고 조심스럽게 뽑아야 뿌리까지 딸려 나온다뽑힌 뿌리의 길이에 따라 놀라움과 만족도가 정비례한다그나마 이것은 운이 좋은 경우이고 보통은 뿌리는 놔둔 채 포기하기 일쑤다쑥 다음으로 고약한’ 놈은 민들레 그리고 망초 순이다그 외에도 예쁘고 앙증맞은 노랑파랑하양 등 각종 색깔의 꽃이 달린 풀들이 엄청 많지만 나는 요것들에게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라 운 좋은 놈들은 종종 화를 면하고 목숨을 부지한다뽑는 나도 일관성이 없으니 그때의 나의 시간적 여유나 몸 컨디션그리고 기분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좌우된다.

사실 우리 인간의 편견 때문이지 쑥민들레망초에게 무슨 잘 못이 있다고 학대하겠는가? ‘잡초라고 분별해서 차별대우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이 한 짓거리라는 생각이 들어 뽑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고 가벼운 죄책감마저 느끼게 된다게다가 요즘은 몇 분 만 일을 해도 허리무릎까지 아파와 나이를 탓하곤 한다급기야 내년부터는 그나마 6년 동안 유지해 온 마당 관리를 아예 포기 하려고 중대결심을 했다남은 길은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하나는 온갖 풀들이 마음대로 자라도록 놔두고 생명력이 강한 놈들이 지배해도 하는 수 없다는 생각에 관리하지 않고 개입하지 않는 길이다다른 하나는 정말 마음이 내키기 않지만 약을 뿌리는 잔혹한 방식인데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채택하기로 결심했다.

자연에 맡기는 전자의 방식은 경제정책으로 말하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 하고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에 맡기는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이다또 자식 키우는 일로 말하자면부모가 아이들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고 아이들이 커서 철이 들 때까지 지켜보면서 인내로 기다리는 교육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너그러운 교육 정책이다실은 자신들도 젊어서는 마찬가지로 자식들에게 엄격했었겠지만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말이니 무시할 수 없다나도 할아버지 반열에 들고 보니 이제 좀 알 것 같고젊은 시절 아이들에게특히 맏이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하면서 엄하게 했던 일이 후회되지만이미 지나 간 세월을 어찌하겠는가.

정원 관리경제 정책아이들 키우는 방법 사이에 유사점이 있지만중요한 차이점도 간과할 수 없다첫째친환경-생태주의자들은 대체로 자연계에 대해 개입을 최소화하는 불간섭주의 내지 자유방임주의를 선호하지만경제 정책에도 그대로 맞지는 않을 것 같다자연은 무한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우리 인간이 파괴한 질서를 – 심지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강원도 산불 소식이 들려 우리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지만 – 시간이 흐르면 본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놀라운 복원력이 있지만파괴된 경제 질서도 그럴지는 의문이다더군다나 인간의 탐욕은 자연계의 특정 종이 지닌 지배력과 달리 한이 없고 수많은 동료 인간들에게 극심한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다같이 사는 법을 무시하기 때문이다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며 심지어 자연계마저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 모두의 공멸을 걱정할 정도가 되었다.

자식교육은 부모마다 다르겠지만역시 강온 양면 정책을 적당히 구사하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개인적 생각이다특히 어머니는 약아버지는 강으로 가는 것은 아마도 피해야 할 최악이 아닐까 한다차라리 그 반대가 나을 것 같지만 아내와 남편이 보조를 맞추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중도의 지혜를 사회정책경제정책에도 적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며이것도 물론 일리가 없지는 않다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도라 해도 지금까지는 자유방임주의시장주의의 장점보다는 정경유착이나 관주도의 성장정책 같은 시정되어야 할 단점이 더 많았고 그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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