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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1일 목요일

국방부의 '의문사 시신' 강제화장 계획, 그 끔찍한 전말


'3년 이상 미인수 시신 화장' 극비 추진... 국방부는 '포기' 선언하라 14.08.22 08:24l최종 업데이트 14.08.22 08:24l고상만(rights11) 7월 어느 날이었다. 국회 김광진 의원실은 '밝힐 수 없는' 누군가의 제보를 통해 문서 한 장을 입수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서의 내용을 확인한 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에서 자살로 처리된 아들의 죽음이 억울하다며 시신 인수를 거부한 유족을 속인 채, 국방부와 육군이 극비 추진하던 이른바 '장기 미인수 군인 영현(시신) 처리 계획'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기 미인수 군인 시신'. 공문에서 의미하는 이들은 군 복무 중 사망했는데 그 사유가 자살로 처리된 군인 시신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오래된 이는 1999년 사망한 이아무개 하사였는데, 이처럼 2014년 8월 21일 현재 군 병원 냉동고에 장기보관 중인 군인 시신은 모두 18구에 달한다. 국방부와 육군의 계획 문서에는 바로 이들 시신을 강제화장 하기 위한 시간대별 계획이 담겨 있었다. 문서 제목은 '장기 미인수 영현처리 육군 추진계획(A수준)'이었다. 확인 결과 이 계획의 실행을 위한 테스크포스(TF) 팀이 본격 가동된 때는 지난 4월이었다. 핵심 내용은 군에서 자살 처리된 아들의 죽음에 반발한 유족이 3년 이상 시신 인수를 거부할 경우 '화장' 처리하려는 계획이었다. 이후 이러한 법적 근거를 위해 국방부 측은 국방위 소속 한 국회의원을 접촉하여 화장 강제 규정이 담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국방부가 일사천리로 추진하려 했던 이 계획은 실패했다. 국방부 측의 추진 계획을 들은 해당 국회의원이 "그게 말이 되느냐, 유족이 동의하지 않는데 화장 처리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고 나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나는 그런 법안 개정에 협조할 수 없다"라고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국방부와 육군이 이같은 계획을 수립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8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중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천명했고 이에 따라 정부 각 부처별로 '비정상' 과제를 선정하도록 지시가 내려갔다. 이때 국방부가 단 한 개의 비정상 과제를 선정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문제, '장기 미인수 영현 처리'였다. 기사 관련 사진 ▲ 국방부와 육군이 극비리에 추진했던 '장기 미인수 영현처리 육군 추진 계획' 문서 일부. 법령개정을 통해 '3년 이상 미인수시 화장'이라는 계획이 쓰여 있다. ⓒ 고상만 관련사진보기 의문사 시신 강제화장이 '비정상의 정상화'? 국방부는 이 과제 해결을 위해 1명에 불과했던 영현 처리 담당자를 5명으로 늘려 TF팀을 새로 구성했다. 그런 후 장기 미인수 시신 문제 해결은 국방부가, 또 현재 133기에 이르는 미인수 유골 문제는 육군이 맡기로 했다. 시간대별 세부 계획은 더 구체적이었다. 먼저 3단계로 미인수 영현 처리 추진 계획을 세웠다. 1단계로 사망자의 개인별 정보 분류, 2단계로 유형별 분류를 통한 설득 논리 개발, 마지막 3단계는 유족 접촉을 통한 장례 및 재심의 청구 설득 등이었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마친 국방부 TF팀이 본격적으로 장기 미인수 영현 유족을 접촉한 때는 지난 5월 중순부터였다. 유족으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국방부가 찾아와 묘한 말을 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유족의 말에 의하면 국방부 TF팀 관계자들이 한 말은 두가지였다고 한다. "장례를 치러야 하지 않겠냐"는 말과 "새로 개정된 순직 규정에 따라 재심의를 신청해 보라는 권유", 이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이러한 국방부 TF팀의 권유를 들은 유족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유족들 역시 하루 빨리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것, 이를 위해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 명예회복을 할 수 있도록 국방부가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족들은 왜 시신 인수를 거부한 채 최장 15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군 병원 냉동고에 아들을 두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느 유족도 이처럼 오랫동안 아들을 군 병원 냉동고에 두게 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자살이라는 국방부의 일방적 주장에, 아들의 사망 전후 과정에서 생긴 의혹을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이 시작이었다. '만약 이러한 의혹을 해소해주지 않은 채 장례만 강요한다면 우리는 거부하겠다'며 저항하게 된 것인데, 유족으로서는 이같은 '시신 인수 거부' 외엔 달리 저항할 수단도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유족의 반발과 저항에 대해 국방부 대응은 무책임의 극치였다. '스스로 목을 매었으니 자살이 맞고, 그것이 아니라면 유족 스스로 입증해보라'는 것이 사실상 지금까지 국방부의 태도였다고 유족들은 입을 모은다. 1984년 발생한 허원근 일병 사건이 그렇고, 19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사건이 그렇다.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례로 늘 언급되는 이 두 사건의 아버지는 각각 30년째, 그리고 16년째 진실 규명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죽음의 진실 밝히는 대신 '없애버리는' 길 선택한 국방부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국회 김광진 의원실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장기 미인수 군인 시신 문제' 해결을 국방부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어떻게 이처럼 오랫동안 군 병원 냉동고에 시신을 방치할 수 있냐"며 국방부가 조속히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주는 그 아름다운 전우애를 저 냉동고에 방치된 '또 다른' 전우에게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2013년 김광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 가지 군인권 법안이었다. 각각의 법안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에 대해서는 순직 처리를 기본으로 하여 국립묘지에 안장해주는 것, 그리고 그 부모에게는 적절한 예우를 하며, 아들이 죽은 진짜 이유를 부모가 알 수 있도록 공정하고 중립적인 조사기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같은 세 가지 법안을 국방부 측에 제시하면서 "만약 장기 미인수 영현 문제에 대해 따로 대책이 없다면 이러한 법 제정을 통해 해결하자"며 거듭 호소했다. 더구나 유족 역시 김광진 의원이 제시한 법안이 제정된다면 당장 장례를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이 방법이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장기 미인수 영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입수한 국방부와 육군의 추진 계획 문서는, 그래서 정말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제시한 이 해법 대신 국방부가 선택한 방법이 너무도 어처구니없었기 때문이다. 유족 모두를 속인 채 이런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은 국방부가 너무나 끔찍했다. 국방부의 눈에는 그저 이들 '장기 미인수 시신'이 '비정상'의 해결 대상으로만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그 부모에게 있어서는 그 참혹한 시신조차도 '또 하나의 하늘'이며 '유일한 땅'이다. 그런 아들을 잃고 절망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부모에게 국방부가 다시 그 아들을 강제로 화장하겠다는 것은 두 번 죽이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박아무개 일병 어머니의 반응은 곁에서 지켜보는 것조차 괴로울 정도였다. 박아무개 일병은 지난 2002년 군 복무 중 사망했다. 군은 자살로 처리했고 이후 오늘까지 12년째 강릉 국군병원 냉동고에 '보관' 중이다. 만약 그동안 추진해온 국방부 처리 계획에 의하면 3년 이상 인수 거부된 박아무개 일병의 시신은 강제화장 대상이다. "아들이 죽고 난 후 부대 측에서 저에게 준 것이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아들이 생전에 쓰던 세면도구와 찢어진 편지지 한 통. 그래서 전 아직도 제 아들이 어떻게 죽은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전 아들을 화장할 수 없었습니다. 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 제가 가진 것이 오직 제 아들 시신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 어머니가 오열하며 한 말이다. 유족들이 왜 화장과 인수를 거부하는 것인지 그 분명한 이유가 담긴 절규였다. 이어진 박 일병 어머니의 말이었다. "저도 제 아들을 그만 편안하게 보내주고 싶습니다. 저 역시 아들이 죽고 난 후 지금까지 따뜻한 방에서 자본 적이 없습니다. 제 아들은 그 추운 냉동고에 있는데 저 혼자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없어 지금껏 집에 난방을 돌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국방부가 제 아들을 강제로 어찌 한다고요? 차라리 엄마인 저부터 죽이라고 하십시오." 기사 관련 사진 ▲ 자식을 잃은 '군 의문사' 유족들이 지난해 5월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군 의문사 유족이 외치는 대 국회, 국민 호소대회'에서 아들의 영정을 들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촉구하며 흐느끼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유일한 증거는 아들 시신밖에 없는데..." 어머니의 절규 어머니의 절규는 지금도 내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편 김광진 의원의 폭로를 통해 국방부와 육군이 추진한 '법령 개정을 통한 3년 이상 미인수 시신의 강제 화장' 계획이 알려지자 국방부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김광진 의원이 1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상임위 질의를 통해 이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국방부 차관에게 묻자 '강제 화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국방부 인사 기획관이 답변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믿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막연히 부인했을 뿐 이 끔찍한 계획을 포기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특히 계획 문서에 적시된 '3년 이상 인수 거부시 화장'이라는 문구도 삭제한다는 말이 없다. 그러면서 향후 유족과 협의를 통해 장례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묘한 발언을 흘리고 있다. 이는 사실상 이 계획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국방부의 의지라고 나는 단언한다. 정말 기가 막힌 일은 국방부가 "유족의 동의 없는 화장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는 변명이다.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비겁한' 변명이다. 만약 국방부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 폭로된 '장기 미인수 영현처리 육군 추진 계획'은 처음부터 만들어질 일도 없었다. 유족 동의가 없어 지금과 같은 '장기 미인수 영현'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앞으로도 유족 동의 없이는 절대 화장하지 않는다면 뭘 하려고 이런 의미 없는 추진 계획을 극비리에 추진했겠나. 더구나 '3년 이상 인수 거부시 화장'이라는 계획 문구는 누가 읽어도 강제성이 담보된 표현이다. 그저 전 국민을 또 속이려는 국방부의 수작일 뿐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와 육군은 지금 당장 이 비열하고 추악한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장기 미인수 영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유족들이 원하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말 왜 죽었는지 그 진실을 공정하게 알 수 있도록 외부 군 사망사고 조사기구를 구성해주고, 그것을 통해 밝혀진 진실에 따라 명예를 회복시켜주면 된다. 국방부장관 아들이 귀하다면 국민의 아들도 귀하다. 그런 정신으로만 유족들을 대하라. 그런 마음으로만 군 병원 냉동고에 있는 이들을 대하라. 그렇다면 어찌 지금처럼 부모가 동의할 수 없는 시신 강제화장을 꿈에라도 상상하겠는가. 국방부와 육군은 반성하고 지금 당장 그 추악하고 끔찍한 계획을 공식적으로 폐기하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보좌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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