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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7일 금요일

황교안, ‘극우개신교 동지’ 전광훈 뒤늦게 ‘손절’··· 둘 사이 무슨 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대표이던 지난 2019년 3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으로 당선된 전광훈 목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2019.03.20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7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전광훈 목사로부터 공천 청탁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전 목사의 추천으로 입당한 이들을 “당에서 축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는 등의 발언을 해, 당내에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관심을 끈다.

황교안 전 총리는 과거 상당 기간 전 목사를 비롯한 극우개신교 세력의 지지를 받으며 함께해온 바 있어 뒤늦게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자신이 당대표로 치른 총선에서 전 목사의 직·간접적 도움을 받고는, 이제 효용이 떨어지니 선을 긋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안검사 출신 전도사 황교안과
극우 목사 전광훈의 만남


두 사람을 둘러싼 논란은 이들의 과거 관계를 되짚어 보면 잘 알 수 있다. 과거 황 전 총리는 극우개신교 세력에게 ‘정치세력화’를 이끌어 줄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공안검사 출신 ‘국가보안법 전문가’이며, 검사 재직 시절 신학대학에 다녀 전도사 자격까지 갖춘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력은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 된 2013년과 총리가 된 2015년에 크게 화제가 됐다.

황교안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기 2년 전 한 발언을 살펴보면, 극우개신교가 그를 주목한 이유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는 부산고검장이던 2011년 5월 11일, 부산 호산나교회 특별 강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칭해 “이런 분이 대통령이 딱 되고 나니까 서울지검 공안부에 있던 검사들, 전부 좌천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한직인 사법연수원 교수로 있어 직접적 인사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하나님께 ‘환란’으로부터 도피를 허락해주신 것에 감사드렸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을 ‘환란’이라 표현하며, 정치를 하나님과 악의 세력 간 대결처럼 묘사한 그의 표현은 극우개신교의 구미에 딱 맞았다.

이후 그는 박근혜 정부 법무부장관으로 이석기 전 의원을 ‘내란 혐의’로 감옥에 보냈고, 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제기해 소속 정당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도록 했다. 그 후 2015년 총리가 됐고, 박근혜 씨가 탄핵되자 대통령 권한 대행 자리까지 올랐다. 정권이 바뀌고 잠시 야인생활을 하는 동안엔 교회를 돌며 강연과 간증에 나섰고, 그 다음엔 책을 내고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2018년 3월 1일 보수 기독교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구국과 자유통일을 위한 3·1절 한국교회 회개의 금식기도 대성회 및 범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황교안이 정치인으로 나설 준비를 할 동안 정국은 요동쳤다. 박근혜 탄핵 이후 극우개신교 세력을 중심으로 한 ‘태극기 부대’들이 등장했고, 전광훈 목사 등이 앞장 서 거리예배를 빙자해 대규모 군중 집회를 열었다. 탄핵 이후 재도약을 시도하던 자유한국당은 극우개신교를 자신들의 정치적 부활을 위한 지지세로 활용했다. 자연스럽게 공안검사 출신 전도사인 황교안은 극우개신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황교안 만난 전광훈 
자유한국당 총선 200석 축복기도
“황교안 당 대표로 세운 건 하나님”


극우개신교의 정점에 있던 전광훈과 극우개신교가 주목한 ‘독실한’ 황교안은 2019년 운명처럼 손을 잡았다. 그해 1월 2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제25대 대표회장에 전광훈이 당선됐고, 황교안은 이보다 2주 앞선 그해 1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한 달여만인 2월 27일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종합 득표율 50.1%을 기록하며 당 대표에 당선됐다.

그해 3월 20일 황교안은 당선 인사차 한기총을 예방해 전·현직 임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 기회에 좌파정부 폭정을 막자. 목사님들께서 1천만 크리스천과 함께 뜻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임원들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이은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청와대에 보내줄 것이다’ 등 노골적인 지지 발언을 했다.

특히 전광훈은 ‘황교안을 자유한국당 대표로 세운 건 하나님’이라 주장하며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돼 주셨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고 기도하고 있다”고 그의 대통령 당선까지 기원했다.

이어 “황 대표의 첫 고비가 내년 4월 총선이다.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확보) 하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200석을 (얻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자유한국당 총선 200석 확보’를 염원하는 축복기도 제안까지 했다.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예수님은 기호 2번?... 선거법 비웃는 정치 교회’라는 제목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 등이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를 공개 지지하며 공직선거법 등 실정법 저촉도 개의치 않는 행보를 하는 것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MBC


이런 전광훈 발언과 황교안의 행보는 개신교 내부는 물론 여러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전광훈은 한기총을 앞세워 황교안과 자신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을 ‘공산주의’로 몰아갔다.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보도를 통해 위 전광훈과 황교안의 만남을 비판했다. 

그러자 한기총은 논평을 내 MBC가 “공산주의 반기독교 언론”이라고 비난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황교안이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참석하고도 불교식 의식을 거부한 것을 비판하자, “황교안의 개인 신앙을 가지고 사퇴 운운하는 것은 그 뒤 불교의 지휘부가 좌파의 세상으로 가려 하는 의도를 (깐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목숨 걸고 자유대한 지켜야”
거리에서 함께 싸운 황교안·전광훈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졌다. 전광훈은 극우개신교 신자들을 거리에 끌어모았고,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운 채 “문재인 퇴진”을 외쳤다. 거리와 청와대 앞에선 기도회가 연일 이어졌다. 유튜브를 통해 전해지는 열기는 대단했다. 그 열기에 황교안도 동참했다. 제1야당대표인 그는 2019년 10월 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장관 퇴진 촉구 집회’에 참석했고, 10월 25일엔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 함께했다. 전광훈으로 대표되는 극우개신교의 후원을 받는 유력정치인 황교안은 이렇게 거리투쟁에도 합류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019년 10월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장관 퇴진 촉구 집회' 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9.10.09 ⓒ김철수 기자

그리고, 한 달여 뒤인 11월 20~ 29일 동안 황교안은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했다. 황교인이 단식을 마친 다음날 전광훈은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여러분의 대장인 황교안 대표가 생명을 걸고 단식을 함에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각성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 뒤 황교안은 자유한국당 전체를 이끌고 광화문광장에서 장외 투쟁에 나섰다. 그해 12월 14일 자유한국당은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 및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엔 황교안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당원이 함께했다. 전광훈이 이끄는 범투본의 집회도 함께 열렸다. 두 집회는 자연스럽게 ‘따로 또 같이’ 하며 한데 어우러졌다.

이틀 뒤인 12월 16일 국회 본관 앞에선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 규탄대회가 열렸고, 이날 황교안은 극우개신교의 지지를 받는 ’거리의 투사‘로 재차 우뚝 섰다. 이날 대회엔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당원과 극우단체 회원들이 대거 국회로 난입해 함께 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돼 있어, 국회 내부에서 이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건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석자들이 다른 정당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에게 폭언·폭행을 행사해 국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황교안은 마이크를 들고 시위대를 이끌며 “목숨을 걸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된다. 저희가 앞장서겠다. 저희와 함께해주시기 바란다”고 외쳤고 곳곳에선 ‘아멘’이라는 대답이 쏟아졌다.

총선 참패 후 멀어진 황교안·전광훈
아무 반성 없이 전광훈 비난만?


2년 가까이 극우개신교를 매개로 계속된 이들의 동행은 2020년 4월 총선을 지나며 막을 내린다. 거리 투쟁을 이끌며 지지를 호소한 전광훈과 여러 방법으로 노골적 지원을 서슴지 않은 극우개신교의 도움에도, 미래한국당(자유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변경했다)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원내 진출을 노렸던 전광훈의 기독자유당도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미래한국당 내부에선 총선 참패의 원인이 전광훈을 비롯한 ‘태극기 부대’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광훈과 손잡았던 황교안을 향해서도 책임론이 일었다. 

이후 황교안은 전광훈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험한 말이 오가기도 했고, 최근엔 황교안이 전광훈을 고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날은 거기에 더해 ‘당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나온 과정을 살펴보면 황교안 주장처럼 실체를 알게 돼 멀어졌다기보다는 총선 참패로 정치적 실익이 없어졌기에 멀어진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반성 없이 전광훈만 욕할 수 있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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