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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1일 금요일

[양해원의 말글 탐험] [161] 눈물 나는 띄어쓰기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22.02.11 03:00 1월 달력 떼다 계륵(鷄肋)이 생각났다. 쓸데는 딱히 없고, 버리자니 아깝고. 종이 귀하던 시절이 아스라하다. 교과서 표지로 그만이었지. 딱지 접어 신나게 놀던 기억도 났다. 조각난 추억이나마 더듬어보려는데, 야단났다. ‘생각나다’ ‘신나다’ ‘기억나다’ ‘조각나다’ 이거 다 한 낱말로 붙여 쓰는 게 맞는지 헷갈리다니. 명사가 동사나 형용사와 합친 낱말(합성어)은 흔티흔하다. 주름잡다, 도망가다, 농사짓다, 재미있다, 낙인찍다, 눈치채다, 헤엄치다…. ‘나다’랑 이룬 합성어가 개중 대표이리라. 감질나다, 맛깔나다, 불티나다, 살판나다, 이름나다, 혼쭐나다…. 짜임새가 이러면 다 한 낱말일까? ‘작살나다’를 보면 ‘박살나다’가 그럴싸하지만 ‘박살 나다’로 띄어 써야 옳다. ‘끝장나다’는 한 식구인데 ‘고장나다’는 딴살림이다(→’고장 나다’). ‘땀나다’가 있으니 ‘눈물나다’가 맞느냐면 아니올시다. 눈물 나게도 ‘눈물 나다’로 떨어져 살아야 한다. ‘실감’은 ‘‘나다’하고 궁합이 안 맞는지 ‘소문나다’와 달리 ‘실감 나다’가 옳다, ‘거덜’ ‘동강’ ‘이골’ ‘차이’ 따위도 ‘나다’랑 합칠 수 없단다. 억울한 ‘나다’가 ‘치다’를 고자질한다. 사전에 ‘몸부림치다’ ‘호통치다’가 표제어로 올랐으니 ‘난리치다’도 한 몸인가 했는데 아니잖으냐며(→’난리 치다’)…. 이뿐인가. ‘설레발치다’ ‘용솟음치다’는 한 단어지만 ‘활개’는 ‘활개 치다’로 쓴다. ‘엄살떨다’는 되는데 ‘방정떨다’가 어떠냐 우기면 안 된다(→’방정 떨다’). ‘눈물짓다’ ‘한숨짓다’는 인정하지만 ‘웃음짓다’는 한 단어가 아니어서 ‘웃음 짓다’로 써야 한다. ‘주름잡을’ 수는 있어도 ‘자리잡을’ 수 없다(→'자리 잡을’). 아리송한 합성어 기준, 그에 따른 띄어쓰기를 ‘문제없다’ 할 수 있을까. 당장 보라. ‘재미’는 ‘있다/없다’ 가리지 않고 일가를 이루건만(‘재미있다’ ‘재미없다’) ‘문제’는 ‘없다’하고만 짝지을 수 있다(’문제없다’). ‘문제 있지’ 않은가. 양해원 글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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