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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8일 월요일

[기고] ‘반서방 세력’ 악마화 위해 진실 감추는 서구 언론


김원식 재미언론인 발행시간 2014-07-29 08:40:15 최종수정 2014-07-29 08:36:31 바레인 남자아이 바레인 남자아이가 26일(현지시간) 카라나에서 열린 가자지구 지지 집회 중 가자지구 어린이를 죽이지 말라는 배너를 들고 있다.ⓒ뉴시스 외신을 접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이른바 ‘반군’을 뜻하는 ‘insurgent’이다. 폭력을 행사해 반란을 시도한다는 의미에서 ‘폭도’, ‘반란 무장세력’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그런데 객관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 단어는 지극히 주관적인 용어다. 즉, 현재의 정권이나 지배 계급의 권력에 반하는 모든 종류의 행동이 이 ‘반란’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친서방화 되어있는 이라크 정부나 우크라이나 정부 내에서 다시 이들 정부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권을 세우려는 세력들이 주로 이러한 ‘반군’이나 ‘급진주의자’ 혹은 ‘테러리스트’로 묘사되어 각종 서구 언론에 보도된다. 하지만 서구 언론에서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투쟁이라며 ‘아랍의 봄’이나 이른바 ‘오렌지 혁명’으로 묘사되는 무장 시위 세력들의 반정부 행위도 당시 해당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명백한 ‘반란’이자 ‘반군’인 것이다. 이렇듯 ‘반군’이라는 표현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어찌 보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반군’들이 득세를 하게 되면 정권을 지키고자 하는 세력들은 그들을 이른바 ‘나쁜 놈’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국가에 반하는 무장 세력이 등장했을 때에는 역설적으로 진실 보도를 생명으로 한다는 언론, 특히 서구 언론들이 이러한 ‘나쁜 놈’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엄청난 달러를 퍼부어가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고 나름 친미적인 정권을 세우고 나서 철군을 완료한 미국은 현재 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한마디로 ‘10년 공부’가 아닌 ‘10년 개입’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형국에 처한 것이다.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무장 단체가 ‘이슬람국가(IS)’ 건설을 선포하고 이라크 지역들을 장악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현 시아파인 이라크 정부가 미국의 지원과 돈에만 의존한 채, 엉성하게 국가를 관리하며 부패를 양산한 것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이라크 현 정부나 이를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이들은 이른바 ‘반군’인 것이다. 이러한 반군(?)들이 자라날 토양을 서방 국가 스스로 제공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도, 인식하지도 못하는 서방은 이제 그들은 무조건 ‘나쁜 놈’으로 몰아넣어야 하는 절박한 필요성만 남은 것이다. “4억 달러 강탈해 갔다”?… 그러나 “종이 한 장 사라진 적 없다” 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 세력은 놀랍게도 삽시간에 이라크의 제2의 도시인 모술까지 장악해 가며 세력을 확장했다. 과연 현지 주민들의 동조나 지지가 없었다면 이것이 가능했을까 하는 것은 또 달리 평가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아무튼, 이들은 어쨌든 현재 서방 국가에 반하는 세력이니 이들에 관한 조그마한 소문도 이 잡듯이 잡아내어 도덕성에 타격을 주어야 하는 서방 국가의 절박함이 생겨났고 이를 뒷받침하는 서구 언론들이 알아서 총대를 멨다. 지난 6월 이들 무장 세력들이 모술 지역을 장악하자 서구 언론들은 일제히 이들 반군(?) 세력이 모술 중앙은행을 습격해 4억 달러가 넘는 돈과 금괴를 약탈(heist)해 갔다고 보도했다. 6월 20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이들 세력이 약 4억 2천5백만 달러의 돈을 약탈해 갔다”며 “이들이 세계 최고로 ‘부유한 테러리스트’ 그룹이 되었다”고 이라크 정부 관리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모든 서구 언론들이 그대로 보도했다. 한술 더 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스탠다드차타드(SC)’와 ‘시티(citi)’등 최근 이라크에 진출한 서방의 대형 은행들이 이러한 내전 상황으로 이라크를 떠나고 있다”고 확대해 보도하면서 더욱 파문을 몰고 왔다. 그런데 스스로 너무 크게 ‘나쁜 놈’으로 만든 데 대한 서구 언론들의 미안함일까? FT는 17일 자 기사에서 처음 약탈 사실을 전했던 이라크 지역 관리가 갑자기 말을 바꾸어 “아직 약탈 사실을 확인해줄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면서 “중앙은행 약탈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외교 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24일 자 기사에서 아예 이라크 민간은행협회 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모술에 있는 어떤 은행에서도 종이 한 장 사라진 적이 없다”며 “그러한 약탈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이슬람국가(IS)’를 표방하는 이들 무장 세력은 ‘반군’이라는 이미지 위에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난 다음이었다. 지난 24일에는 IS가 자신들이 장악한 지역에 거주하는 11∼46세 여성들을 상대로 할례를 명령하는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발표했으며 약 400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AFP통신을 선두로 줄을 이었다. 하지만 FP에 의하면, 이 또한 확인되지 않은 낭설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의 카이로 지국장인 레일라 파델에 따르면 모술의 의사에서부터 부족장에 이르기까지 현지 주민들은 이 같은 명령(파트와)은 듣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FP는 24일 전했다. 이 사실을 현지에서 처음 전한 것으로 알려진 재클린 배드콕 유엔 이라크 담당 인도주의 업무 조정관을 담당하는 유엔 이라크사무소 측은 배드콕이 무슨 근거로 이러한 주장을 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FP는 덧붙였다. FP는 또한, IS가 장악한 현지에서 가톨릭 신자들에게 개종을 강요하고 성당을 불태웠다는 등 여러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 예로 지난주에는 IS가 성 에프렘 성당을 불태웠다는 외신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이 기사와 함께 발행된 사진에 찍힌 교회는 이라크가 아니라 시리아에 있는 가톨릭 교회였으며 이 성당이 불탔다는 것을 확인해준 사람은 모술 시내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FP는 전했다. ‘여객기 참사’ 조사 시작되기도 전에 ‘말레이기 격추=우크라이나 반군 소행’? 이라크에서 최근 급격하게 세력을 확장하면서 ‘이슬람국가(IS)’를 표방하는 무장 세력이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 국가에는 ‘반군’ 세력이라면 우크라이나에서는 당연히 최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저항하고 있는 무장 세력이 이들 서방 국가에는 눈엣가시인 ‘반군’ 세력이다. 서방 국가들은 한때 이른바 제2의 ‘오렌지 혁명’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반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크림 반도까지 러시아에 합병을 당하는 수모(?)를 겪은 서방 국가들은 다시 동부 지역 주민들이 친러시아의 분리 국가를 선포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이른바 ‘우크라이나 사태’는 서방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현 우크라이나 정부와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면서 분리주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동부 지역 주민(서구 언론은 ‘반군’이라 표현하지만, 러시아 등 비서방 언론은 ‘민병대’라고 표현)들 간의 내전 상황으로 돌입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상공을 날고 있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가 피격되어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서방 국가나 서구 언론들은 참사를 자행한 범인으로 분리주의 무장 세력인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목했고 이를 지원한 러시아를 정조준했다. 비행기 사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지도 않아서 ‘나쁜 놈’은 이렇게 순식간에 정해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결정적 증거’라면서 우크라이나 반군과 러시아군 간의 통화 도청 자료를 내놓았고 여객기를 피격한 ‘부크(buk)’ 미사일이 사건 전후 반군 지역에서 러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사진이라며 여러 증거(?)들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한 이런 내용은 이 물증들의 사실 여부나 검증과는 관계없이 신속하게 서구 언론을 타고 보도되었다. 즉, ‘우크라이나 반군=나쁜 놈’이라는 인식을 세계인들 특히, 서구인들에게 각인시키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청과 사진은 조작된 가짜”라는 러시아의 주장은 보도하지 않는 서구 언론 <러시아의 소리> 방송 등 러시아 매체들은 “우크라이나 동부서 격추된 말레이기 증명 기록 가짜, 전문가 인정”이라는 제목으로 이 도청 자료가 과거 분리주의 무장 세력이 군용기를 격추했을 때의 대화 내용 등을 단락 별로 짜깁기한 조작품이라고 보도했지만, 이미 ‘나쁜 놈’을 만들어 놓은 서구 언론에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21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주장하는 ‘부크’ 미사일이 러시아로 이송되는 동영상과 사진은 조작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군 합참본부 정보국장은 해당 사진에 등장한 지역의 상점 간판을 인용하며 “그 지역은 지난 5월 11일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사진 조작의 증거를 제시했지만, 이 역시 서구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여객기 참사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반군 소행임을 강조하기 위해 자국 정부 누리집에 여러 장의 ‘부크’ 미사일 관련 사진을 올렸다. 하지만 또 다른 사진 한 장은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인 지난 3월에 촬영된 조작으로 누리꾼들에 의해 밝혀지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슬그머니 해당 사진을 내렸다. 부크 미사일 이동 사진 7월 19일 우크라이나 안보국 누리집에 올라왔던 ‘부크’ 미사일 이동 사진, 지난 3월에 촬영된 것으로 밝혀지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슬그머니 이 사진을 내렸다.ⓒScreenshot: Vk.com 지난 23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차장급 인사는 이례적으로 대언론 브리핑을 가졌다. 그는 CIA가 그동안 정보(?)를 슬쩍 흘리는 차원이 아니라 왜 “직접 브리핑까지 하느냐”고 한 기자 질문하자 “러시아가 자신들의 소행을 감추려고 너무 많은 선전전을 펼치고 있어서… ”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CIA는 이날도 러시아가 지원한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군사시설 사진들 몇 장만 제시한 채, 이른바 우크라이나 반군이 ‘부크’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러시아 측으로부터 미국 인공위성이 당시 사고 현장 상공을 비행 중이었는데 결정적 증거가 있다면, 왜 사진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조롱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즉, 이번 말레이기 피격 참사와 관련하여 아직 그 어떤 당사자도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고 있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서구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반군=나쁜 놈’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오히려 ‘피격’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꺼리며 ‘추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중국 정부나 중국 언론들이 더 객관적일지도 모른다. 지금 확인된 것은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사실밖에 없으니 철저한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하마스’가 3명 납치, 살해?... 천여 명 넘게 죽이는 이스라엘이 ‘나쁜 놈’ 아닌가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성에 인해 이른바 서구적 시각에 길들어져 있는 우리는 최근 또 하나의 ‘나쁜 놈(?)’을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이른바 ‘하마스’라는 무장 세력이다. 역시 ‘급진주의’에다가 ‘테러리스트’라는 악명(?)으로 이미 서구 언론들로부터 ‘나쁜 놈’으로 낙인 찍힌 존재이다. 그러나 최근 기자는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학살에 가까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보면서 이 ‘하마스’가 대체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스라엘은 최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청소년 3명을 납치 살해한 범인으로 ‘하마스’를 지목하고 보복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범행 주체가 누구인지 밝혀지지도 않았고, 이스라엘 정부는 자신들의 공격 명분이 된 이 사건 조사 결과는 발표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26일, ‘걸프뉴스’와 ‘데일리스타’ 등 영문판 중동 언론들은 미키 로젠펠드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이 BBC 중동 특파원에게 “유대인 청소년 납치·살해는 하마스 연계 조직이 하마스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들은 이어 로젠펠드 대변인은 “하마스가 납치를 지시한 것이라면 그들이 사전에 이 사실을 알았어야 하겠지만, 하마스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을 조사하려고 이스라엘은 4백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연행하며 최근 학살에 가까운 공습을 감행하는 명분으로 삼았다. 그렇게 이 잡듯이 뒤졌지만, ‘하마스’가 범인이라는 이스라엘 정부의 발표는 없었다. 그렇게 정당성도 명분도 없는 공습을 이스라엘은 자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구 언론들은 이스라엘의 학살에 가까운 보도들은 뒷전으로 하고 여전히 하마스를 ‘나쁜 놈’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가자지구 봉쇄를 풀라는 주민들의 절박한 요구의 당위성을 보도하는 서구 언론은 찾기 힘들다. 그러는 사이 무려 천여 명이 넘는 무고한 가자지구 주민들이 죽어 갔다. 그리고 오늘도 이스라엘은 잔인하게 가자지구 폭격을 계속하고 있다. 정말 누가 진짜 ‘나쁜 놈’인가. 필자 소개:김원식 재미언론인 66년 부산 출생.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행정대학원 외교안보석사 5학기 마침. ‘시민자치를 위한 젊은일꾼 모임’ 공동 대표. 시민단체 추천 고양시장·시의원 선거 입후보. 해커스랩 기획팀장 등 보안전문가. 2007년 도미 후 저널리스트 활동 중. 현재. 시사저널·서울신문(나우뉴스) 미국 통신원. 오마이뉴스 민족국제 시민기자. ‘진실의길’ 칼럼니스트. 주권방송 ‘미국에서 바라본 한반도’ 화상 대담 진행. ‘국제 갈등’ 및 ‘디지털 저널리즘’ 수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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