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경기도지사 시절 관용차·법인카드 사용 문제삼아
한겨레 “노골적 표적 수사·기소”… 조선, 국힘 비판 “김칫국 마신다”
감사원 文 사드 관계자 수사의뢰 경향 “감사권 남용 아닌가”
기자명윤수현 기자
입력 2024.11.20 07:33
수정 2024.11.20 07:3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검찰에 기소를 당했다. 업무상 배임 혐의이며, 서면·대면조사 없이 이뤄진 기소다. 이를 두고 한겨레는 “노골적인 표적 수사·기소”라고 검찰을 비판했으며, 동아일보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때 특활비 영수증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일일이 추적해 수사하면 문제가 될 기관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흥분하는 것이 아니라 자당 쇄신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산도 힘든 검찰의 이재명 기소 “조사 없이 기소? 이례적”
수원지방검찰청 공공수사부는 지난 19일 이재명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1억653만 원 상당의 배임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법인카드로 음식·과일 등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6번째로, 이 대표가 받는 재판은 5개가 됐다. 사건 병합 등으로 언론에 따라 5번째 기소로 표현되기도 한다.
주요 일간지는 20일 이 대표 기소 소식에 대한 정치권 파장을 전했다. 한겨레는 1면 <이재명 5번째 기소 민주 “비열한 탄압”>에서 “민주당은 ‘검찰의 비열한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 이후 검찰이 한층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수사·기소권을 정국 전환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5면 <檢 “李부부, 관용차를 자가용처럼 사용”… 李 조사없이 기소 논란>에서 “일각에선 서면조사나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이 아닌 여당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만 바라보며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게 아니라 당 쇄신 작업에 나서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1면 <김칫국 마시는 여권>에서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 대야 공세에 과몰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쇄신이 뒷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검찰 기소에 대해 사설 <이젠 야당 대표 법카 유용 혐의 기소, 이런 검찰 있었나>에서 “노골적인 표적 수사·기소”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현 정부 들어 검찰은 제1야당 대표이자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이 대표를 집중적으로 수사·기소해왔다”며 “법치국가에서 야당 정치인이라고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법의 적용은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검찰이 먼지 털듯 수사하면 어떻게든 기소할 꼬투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일각에선 이런 식의 마구잡이 기소가 이재명 대표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덧씌우는 한편, 역으로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고 했다.
이재성 한겨레 논설위원은 칼럼 <이재명 죽이기>에서 “이 대표는 8개 사건에서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게 된다. 한 사람에게 이렇게 가혹한 사법 공격이 가해진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것”이라며 “이 중에 하나만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와도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이재명 죽이기’가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라며 “선출되지 않은 사법 엘리트들의 국민 선택권 탈취 시도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사설 <與, 남의 허물만 들추지 말고 제 허물부터 제대로 털어내야>를 내고 반전의 기회를 맞은 국민의힘이 당 쇄신 작업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검찰 기소 내용으로만 보면 이 대표의 죄질이 나쁘지만 식사비 결제까지 일일이 추적해 수사하면 문제가 될 기관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특활비 사용 영수증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제출하지도 않았다”며 “법원의 엄정한 재판도 검찰의 공정한 기소가 없으면 얼마든지 편파적으로 될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여권이 이 대표 리스크에 묻어가겠다는 듯이 김 여사 문제를 어물쩍 넘기면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주고 야권의 협조가 필요한 민생 챙기기로 나가기도 어렵다. 당당히 김 여사 의혹부터 제대로 털고 가야 ‘이중 잣대’ 논란에서 벗어나 국정 동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민주당 내 친명계 의원들의 막말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냉정을 잃는 모습은 여론의 반감만 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거세지는 친명계 극단 언행, 여론 반감만 산다>에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비명계가)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는 극언을 했다면서 “(이 대표에 대한 기소가)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행태와 비교돼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차기 집권을 노리는 다수당이 상궤(바른 길)를 이탈한 듯한 혼돈과 격정에만 휘둘려 돌아간다면 여론의 공감은커녕 민심만 돌아설 공산이 크다”고 했다.
감사원의 文 사드 수사의뢰… “표적 감사” “안보 자해”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배치가 지연됐다며 당시 외교안보 고위직 인사들을 수사의뢰하고 나섰다. 또 감사원은 이들이 사드 관련 정보를 시민단체와 중국에 유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했다. 조선일보·세계일보 등은 국가 안보 자해 행태와 다름 없다고 지적했지만, 한겨레·경향신문은 표적감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면 <“사드 정보유출 안된다” 실무진 반대 묵살한 文정부>에서 “청와대·국방부 실무진이 주한 미군 사드와 관련한 한미 군사작전 내용(2급 비밀)을 외부에 알려주라는 지시에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은 이를 묵살했고, 군사작전 정보 유출이 강행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3면 <‘中 눈치보기 외교’ 비판 속… 文정부 “미중갈등 불똥 차단 전략”>에서 “전문가들은 당시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중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문 정부의 판단은 외교적 실리가 없는 ‘저자세 대중 외교’의 단면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했다.
다만 한국일보는 같은 면 <‘중국에 양해’ 4년 전 언론 보도… 前정부 표적 수사 지적 불가피>에서 “다만 중국에 양해를 구하거나, 시민단체에 장비 반입을 알린 건 4년 전 당시에도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감사원이 사드 문제를 빌미로 전임 정부를 표적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사드 기밀 中·시민단체에 넘긴 文 정부 안보 자해>에서 “2급 군사 기밀을 정부가 외국과 시민 단체에 넘겨준 것으로 안보 자해 행위와 다름없다”며 “사드 정식 배치는 문 정부 5년 내내 미뤄졌다. 이에 미국은 사드 철수까지 검토했다. 우리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배치된 방어 무기를 중국 눈치 보느라 스스로 무력화시킨 것이다. 문재인 청와대의 안보 자해 행태의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중국과 시민단체 눈치를 보며 국가 안보를 훼손한 것이라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소원했던 한·중 관계 정상화는 필요하지만 문 정부 같은 굴종적인 관계는 되풀이돼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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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겨레는 사설 <임기 후반까지 오로지 전 정권 표적감사, 탄핵감이다>에서 “감사원이 언제부터 전임 정부 뒷조사에만 열을 올리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는가”라며 “외교적 경로를 통해 사드 배치에 대한 사전 이해를 구한 것은 국익을 위한 ‘외교’일 뿐이다. 이를 범죄로 보는 발상이 어이가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내 갈등을 해소하고, 악화된 한·중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하는 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런 본질은 제쳐두고 트집잡기 식으로 파헤치는 건 감사권 남용 아닌가”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문 정부, 사드 교체정보를 시민단체·중국에 유출했다니>에서 중국에 관련 정보를 알린 것은 외교적으로 허용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적절한 범위 내에서 이해당사국에 현안을 사전 설명하는 건 상대국 배려와 함께 반발 무마를 염두에 둔 외교 행위라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한국일보는 시민단체에 관련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국가 기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을 만큼 납득하기 어렵다”며 “문 정부가 사드 반대 시민단체를 동원해 사드 미사일 교체를 방해하고 반발 여론을 확산시키려 했다고 볼 수 있는, 민감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4월28일 오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 입구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 사드기지로 들어가는 장비를 실은 군용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