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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4일 금요일

'3차 세계대전' 일으킬 뻔? 윤석열의 '미치광이 전략'의 전모

 [박세열 칼럼] 박정희, 전두환도 못한 '전쟁 획책' 시도한 윤석열


윤석열이 '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지나친 상상이다'라거나 '설마 그렇게까지 됐겠느냐'는 핀잔을 들을 수 있겠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짚고 지나갈 부분들이 있다. 지금부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타임라인이 중요하다. 내란특검에 의하면, 윤석열이 계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23년 10월이다. 전직 정보사령관이자 무당, '계엄 설계자'인 노상원의 수첩 메모가 근거다. 여기 적혀 있던 여인형, 박안수, 김흥준, 손식 등 핵심 인물들은 2023년 10월 이후 일제히 진급해 '내란 핵심 포스트'에 들어간다. '충암파' 여인형은 2023년 11월 중장으로 진급하며 방첩사령관이 됐고, 소형기는 방첩사 2인자로 진급했으며, '계엄사령관' 박안수는 육군참모총장으로 진급했고, 김흥준은 육본 참모부장이 된다. 특히 이 시점에 '비상계엄 군 수뇌부 3인방'인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가 동시에 사령관으로 승진했다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그 시점엔 두 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다. 첫째, 윤석열은 11월 22일 북한의 정찰 위성 발사를 빌미로 9.19군사합의를 일부 효력정지했고, 북한은 다음날 '파기'를 선언한다. 접경지역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취지의 9.19합의 효력을, 별 상관 없는 '정찰위성 발사'를 빌미로 중단시킨 데 대한 논란이 있었다. 윤석열은 왜 9.19합의 파기에 매달렸을까?

둘째는 윤석열과 군 수뇌부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궁지에 몰려있었다는 점이다. 2023년 10월 11일 윤석열이 밀었던 김태우가 강서구청장 재보선에서 패배했다. 윤석열은 충격을 받았다. 10월 말엔 윤석열도 공수처에 고발당했다. 11월엔 핵심 키맨인 국방부장관 이종섭의 호주대사 내정설이 거론됐다. 다가올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궁지에 몰린 시점이다.

윤석열과 그의 충실한 '차지철', 김용현은 그 무렵부터 '딴맘'을 먹고 군 인사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말로 하면, 북한을 도발할 여건을 만들기 시작했다.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하면 결국 윤석열과 보수정당에 유리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진보진영에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사치였다. 윤석열은 상상할 수 있는 단계를 뛰어넘었다. 우리 군을 동원해 비밀리에 북한을 도발할 거라는 발상을 어느 미친 사람이 할 수 있었겠는가. 박정희, 전두환도 못한 것을 윤석열은 실행했다.

정권의 음습한 곳에서 '비상한 조치'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2024년 3월 말, 윤석열은 경호처장 김용현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충암파'를 모아놓고 '안가 회동'을 했다. 윤석열은 술에 취해 혼자 1시간가량 떠들면서 "정상적인 정치 상황으로 가기 굉장히 어려워졌다.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군이 나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한다. 그해 5월 28일 북한에서 첫 오물풍선이 날아 들어온다. 그리고 일주일여 뒤인 6월 4일, 윤석열은 9.19군사합의를 완전히 파기한다. 4월에 드론작전사령관으로 발탁된 김용대가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을 시작한 게 6월 즈음이다. 특검이 확보한 군 관계자 진술에 따르면 김 전 사령관은 "V(대통령)에게서 직접 내려온 지시"라면서 '평양 드론 침투 작전'을 설계했다.

6월 중순경, 윤석열과 김용현은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를 삼청동 안가로 불러 소폭을 말아 돌렸다. 김용현은 윤석열에게 "대통령께 충성을 다하는 장군(들)"이라며 분위기를 띄웠고, 거나하게 취한 윤석열은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김용현이 경호처장에서 국방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건 3개월 후인 그해 9월이다. 6월부터 준비된 '드론 작전'이 빛을 발할 때가 온 것이다. 북한을 도발할 제반 조건이 모두 완성된 시점이다.

10월 11일, 북한 외무성은 남한에서 보낸 무인기가 10월 3일, 9일, 10일 심야시각에 평양 상공에 침투해서 삐라를 살포했다고 발표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당시 드론사 관련 군 현역 장교는 "V(윤석열)와 장관(김용현)이 북한 발표를 보고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드론작전) 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한다.

그때부터 여인형은 친위 쿠데타와 관련된 구체적인 구상을 메모로 남겼다. 10월 18일 오후 2시6분 휴대전화에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체면이 손상되어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기팅"을 언급하고 그 대상으로 평양, 핵시설 2개소, 삼지연 등 우상화 본거지, 원산 외국인 관광지, 김정은 휴양소 등을 적었다. "최종 상태는 저강도 드론 분쟁의 일상화"라고 돼 있다.

11월에도 드론사는 평양에 3~4차례 더 드론을 보냈다. 목표는 대북전단 살포, 전단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구 밀집지역이었고, 여기에는 김정은의 관저가 있는 평양 중심부와 신포, 남포 군사기지 등이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1일 오전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열병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의 불장난이 최악인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쿠데타 선배인 박정희와 전두환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볼모로, 평양을 자극해 "미니멈 안보위기"에서 "맥시멈 노아의 홍수"를 "목적과 최종상태"로 상정했다. 세상의 파괴를 뜻하는 "노아의 홍수"는 전면전을 떠올리게 한다. 박정희가 10월 유신을 할 때도, 전두환이 서울의 봄을 짓밟을 때도 북한의 위협을 말하긴 했지만, 쿠데타를 위해 전쟁을 획책하진 않았다.

둘째, 윤석열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의 군사력과 방위능력을 증대시켰다. 군 미필자가 벌인 국가 단위에서의 철부지 불장난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우리 군에 큰 부담을 지웠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침략전쟁'으로 비난하던 윤석열은 정작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선제적 군사 수단'을 사용했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해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관계 심화를 촉진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수천명 규모(현재까지 약1만2000명 규모 추정)의 부대를 파병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러시아제 방공 레이더와 타격 체계 등을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의 최신 방공무기 '판치르-S1(Pantsir-S1)'을 평양 수도 방어용으로 이미 실전 배치했다고 한다.

"최종 상태"를 "(남북) 분쟁의 일상화"로 상정하고 "맥시멈 노아의 홍수"까지 각오한 윤석열이 노린 것은 '전시 대통령'이었다. 2010년 11월 한국 영토에 포탄이 떨어진 북한의 연평도 도발 같은 대응으로 이어졌다면 국지전으로 확산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전면전'까지 각오했다는 '계엄 일당들'의 메모가 의미하는 건 더 무섭다.

윤석열이 안가에서 계엄군과 폭탄주를 돌리고 있던 6월 중순으로 돌아가보자. 비슷한 시점인 2024년 6월 19일 푸틴이 24년만에 러시아 정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그가 김정은을 만나서 서명한 합의문에는 양측이 "무력 침략행위에 협력"하고, "무력 침공에는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한반도 전쟁에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적국(북한)'의 군사 동맹 강화를 목격하고도 평양과 핵시설에 드론을 보내려 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러시아의 개입은 미국의 개입으로 이어질 것이고, 중국과 일본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의 상태, 동북아 정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인 윤석열의 '미치광이 전략'이 만약 강대국들의 개입을 초래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3차 세계대전'이 지나친 상상이라고? 윤석열이 지금까지 해 온 모든 멍청하고 어리석인 짓들에 우리의 '상상력'을 대입해보라. 그는 항상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은 곳에 서식하고 있었다.

자신과 부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의 안정과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은 윤석열의 행동은 박정희, 전두환조차도 무덤에서 벌벌 떨만한 일이다. '일회성, 경고성 계엄'이란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알고 있다. 지나친 상상이라는 걸. 러시아에 '서쪽과 동쪽 두 개의 전선'은 너무 버겁고, 미국 역시 확전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의 구상이 실현된 어떤 평행우주에는, 전시 지도자가 돼 벙커에서 자국민이 죽어나가는 걸 보며 벌벌 떠는 윤석열과, 미중러일 4강이 각축하는 세계의 화약고가 된 한국이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그저 '미치광이' 윤석열의 계엄이 실패한 데 가슴을 쓸어내릴 뿐이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2025년 11월 13일 목요일

민주당, 검찰과 전면전…중앙일보 “검사 순한 양 만드는 게 목표인가”

 

[아침신문 솎아보기] 검사징계법 폐지안·검찰청법 개정안 발의에 “검찰개혁 선의 의심”

한국일보 “검찰의 정치화를 문제 삼으면서 과도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건 이율배반”
고리 2호기 운영 재개, 여전한 안전 우려…한겨레 “안전성 검증 미흡”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사건 1심 항소 포기에 대한 집단 반발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단죄’에 나섰다. 민주당은 검사 파면이 가능하도록 14일 검사징계법 폐지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된다. 민주당의 강공을 두고 언론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찰개혁의 선의마저도 의심받을 수 있다”(한국일보)는 우려부터 “검사들을 순한 양으로 만드는 게 목표인가”(중앙일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검찰 때리기 나선 민주당, 한국일보 “이율배반적”

검찰의 대장동 사건 1심 항소 포기 파장이 가시지 않는다. 검찰 내부에서 집단적 반발이 일어나자 더불어민주당까지 이를 겨냥해 ‘검사징계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 민주당은 검사에 별도로 적용되는 징계 규정을 담은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검찰청법에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한다는 내용을 넣어 검사 파면 및 징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14일 주요 일간지는 여당이 검찰과 전면전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동아일보 5면 기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14일 동아일보 5면 기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당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이어진다. 동아일보는 5면 <‘항명검사’ 좌표 찍은 與… “총장도 탄핵없이 파면” 법안 오늘 발의> 보도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의 집단 반발을 ‘사실상 쿠데타이자 반란’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수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국정조사도 단독 추진한다는 방침”이라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진화를 넘어 반발하는 검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을 명분으로 검찰 힘 빼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14일 경향신문 1면.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14일 경향신문 1면.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1면 <“항명 검사 단죄”… 검찰 몰아붙이는 여당>에서 “이번 논란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의 표명으로 일단락되는 국면에 들어서자 (민주당이) 검찰을 몰아붙이는 강공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경향신문은 3면 보도를 통해 “검찰 내부엔 여전히 이번 사태를 만든 노 대행과 법무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강하게 흐르고 있다”고 했다.

▲14일 한국일보 사설.
▲14일 한국일보 사설.

이 같은 국면에서 민주당이 검찰 관련 법 개정에 나서는 것은 압력으로 보일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한국일보는 사설 <의도 의심스러운 여당의 대장동 국정조사·특검 파상공세>에서 “검찰의 정치화를 문제 삼으면서 과도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며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사법 절차 전반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여당이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며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여당이 지금처럼 정치적 압박으로 검찰을 길들이려고만 한다면 ‘검찰개혁’의 선의마저도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14일 중앙일보 사설.
▲14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항소 포기 반발하자 검사 파면 쉽게… 권력 눈치 보라는 건가> 사설에서 “검사 파면을 쉽게 할 수 없도록 설계한 데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독재정권 시절에도 검사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며 “검사 파면이 쉽도록 법을 바꾸면 검찰 조직이 정치권력의 압력에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검사들을 ‘순한 양’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검찰개혁의 목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대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대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인터뷰서 입 연 노만석 대행 “정권-검찰 역방향”

이런 가운데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취재진에게 “전 정권이 기소했던 게 전부 현 정권 문제가 돼 버리니까, 저쪽에서 지우려고 하는데 우리는 지울 수 없어 부대껴 왔다”는 발언을 해 정치권 압박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주요 일간지 중 유일하게 노만석 대행과의 단독 인터뷰 보도를 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노 대행 자택에서 이뤄졌다. 노 대행은 중앙일보에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으면 무난했을 텐데 솔직히 지금은 완전히 역방향”이라고 했다. 또 노 대행은 “‘윗선’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뒤늦게 ‘외압이다’ ‘압력이다’ 하면 온 천지에 직권남용이 남발하지 않겠는가”라며 “조직을 위해 결단을 내린 건데, (후배들의 비판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14일 중앙일보 4면 기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14일 중앙일보 4면 기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행은 “정부가 국민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검사에게 수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도 국민에게 줘야 한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억울함을 검사에게 수사해 달라고 할 수도 없다면 국민주권 시대라고 할 수 있겠나”라면서 “검찰개혁을 위해 정말 필요한 건 검찰청을 해체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권자와 기소권자를 분리하는 거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선 검사가 판단하고, 검사가 수사한 사건은 또 다른 검사가 기소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14일 동아일보 사설.
▲14일 동아일보 사설.

하지만 동아일보와 세계일보는 노 대행이 항소 포기에 외압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시종 눈치 살피고 책임 떠넘기던 노만석의 초라한 퇴장> 사설에서 “(‘저쪽에서 지우려 한다’는)노 권한대행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권의 의중을 거스를 수 없어 ‘항소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스스로를 권력에 예속시키는 ‘정치 검찰’의 실상을 보여준다. 검찰의 항소는 법무부의 허락을 받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사건 관할 지검장이 자체 전결로 항소할 수 있고, 주요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과 상의해 결정해 왔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법무부가 항소를 막겠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법무부 몫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노 권한대행은 지휘권 발동도 하기 전에 지레 항소를 포기했다. 직을 걸고라도 원칙을 지켜야 했을 땐 바짝 엎드렸다가 검찰 안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자 물러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구체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으면서 ‘저쪽에서 지우려’ ‘부대껴 왔다’ 등등을 운운하며 변죽을 울리는 것도 구차스럽다. 외압이 있었다면 그 내용을 소상히 밝히면 될 일”이라고 했다.

▲14일 세계일보 사설
▲14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도 <“부대껴 왔다”는 노만석의 엄중한 발언, 진상 밝혀라> 사설에서 “책임 모면 차원에서 외압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면 이 또한 묵과할 수 없다. 노 대행의 항소 포기 결정은 개인적 영달을 위해서든,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든 이기적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변죽만 울리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노 대행의 처신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14일 조선일보 사설
▲1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총장대행 “저쪽에서 지우려 했다”, ‘李 사건’ 지우려 했나>에서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항소 포기를 압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항소 포기와 공소 취소를 압박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수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법치국가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 대행은 정권 외압의 실태를 밝히고, 현 정권은 힘으로 형사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들려는 위험한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고리 1, 2, 3, 4호기이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고리 1, 2, 3, 4호기이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고리 2호기 운영 재개에 환영하는 보수경제지… 경향 “안전 빈틈 없어야”

정부가 국내 최장수 원자력발전소 고리 원전 2호기 수명을 연장시켰다. 보수·경제지들은 AI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만큼 다른 원전 수명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향신문·한겨레 등은 안전에 주목했다.

▲14일 조선일보 사설
▲1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다른 원전 9기 연장 운영도 지체 없이 결정해야>에서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는 과학적인 안전성 심사를 통과한 결과다. 괴담이나 이념이 아닌,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한 결정을 더 미루고 외면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며 “계속 운전을 앞둔 다른 원전에 대한 장기적 에너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매일경제 역시 <고리 2호기 운행 연장… 뒤늦게 실현된 정의> 사설에서 “이재명 정부가 내건 AI 3대 강국 도약은 원전 없이는 불가능한 꿈이다. 이미 멈춰 있는 고리 3·4호기를 포함해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추가로 만료되는 9개 원전의 수명 연장도 지체 없이 결정해야 한다”며 “AI시대 저렴하고 안정적인 발전원인 원전을 정치적 이유나 불필요한 행정지연으로 멈춰 세우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고리 2호 연장 가까스로 승인…다른 원전 심사도 서둘러야> 사설을 통해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남아 있는 9기의 계속운전 심사 또한 과학적 기준과 효율적 절차로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14일 경향신문 사설.
▲14일 경향신문 사설.

하지만 경향신문은 <고리 2호기 연장, 안전 빈틈 없는 에너지믹스 돼야> 사설에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수명 연장 조치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재명 정부가 수명이 다한 원전의 사용 연한을 늘리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 때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뒤집는 중대한 변화”라며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섣부른 수명 연장은 금물이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자립을 생존의 문제로 무겁게 인식하고, 신재생에너지 확장 속도를 높이는 에너지믹스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원안위, 안전성 검증 미흡 ‘계속 운전’ 경제성도 없어> 보도에서 “고리2호기는 중대 원전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던 1980년대 설계돼 최신 안전 기준에서 보면 미흡한 점이 여럿”이러며 “수명을 연장해도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질적 가동 기간이 7년 가량인데 예상 이용률, 전기 판매 단가 등을 따져보면 100억 원 이상의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라고 했다.

2025년 11월 12일 수요일

‘소득→자산’으로 옮겨가는 ‘불평등’... 해법은 없을까?

 


[전혀 다른 불평등이 온다3] 전문가 “공공서비스 공영화·공공 주거 확대” 제안

  • 윤정헌 기자 yjh@vop.co.kr 발행 2025-11-12 17:03:27
    서울 영등포구 연남동의 한 골목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이 리어카를 끌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사회의 불평등 원인이 '소득 격차'에서 '자산 격차'로 옮겨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공동으로 수행한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를 보면 2011년 이후 14년간 한국의 소득, 교육, 건강 격차는 점차 완화하거나 정체된 반면, 자산 불평등은 꾸준히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 윤정헌 기자 ” 응원하기
    전문가들은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도 '기존의 소득 재분배' 중심에서 '자산의 재분배' 혹은 '자산지원 형태'로 옮겨가야 한다고 짚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영화된 공공서비스를 다시 공영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자산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주거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발표된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복지패널 자료(2011~2023년)를 활용해 소득, 자산, 교육, 건강 등 4개 차원을 통합한 다차원 불평등 지수(MDI)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의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2011년 0.176에서 2023년 0.190으로 상승했다. 소득·교육·건강 차원에서는 불평등이 완만히 감소했지만, 자산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커졌다.

    특히 자산의 불평등지수는 2011년 0.23에서 2023년 0.32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다차원 불평등 지수 내 자산의 기여율도 25.5%→35.8%로 10%p 이상 상승했다. 반면 소득의 기여율은 38.9%에서 35.2%로 하락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 주도 첫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10.28. ⓒ뉴시스

    ‘다차원 불평등 지수’ 상승 원인 ‘자산 격차’... 사회적 상속 대안될까 


    이번 조사를 주도한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실장은 “소득 격차는 정체되어 있지만, 자산 격차가 다차원 불평등의 주된 요인으로 부상했다”면서 “한국의 불평등은 이제 ‘자산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부실장은 사회적 상속 정책을 새로운 불평등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회적 상속은 개인이 소유한 부나 자산을 사회 전체 또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환원하거나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해외 유명 학자나 국내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주장이다.

    김 부실장은 “2010년 이후 소득 불평등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자산 불평등의 심화는 보고서에서 뚜렷하게 관찰됐다. 한국 사회에서 계급 이동성을 가로막고, 건강한 노동 윤리를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자산 불평등이 부상하고 있다”면서 “자산소득이 근로소득을 압도한다면, 또 자산이 부의 대물림을 낳는 주된 경로가 된다면 건강한 노동시장이 형성되기도 어렵고, 건강한 복지국가가 성장할 수도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연세대 한국불평등연구랩이 ‘한국의 불평등과 사회정책’을 주제로 연 국제학술회의에 참여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는 ‘최소 상속제’를 자산 불평등 문제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모두를 위한 상속제’로도 불리는 최소 상속제의 개념은 단순하다. 한 나라 전체 성인 평균 순자산(부채를 뺀 자산)의 60%를 일정한 나이(25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나눠주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제안이 현실성 없게 들릴 수 있지만, 그만큼 현실이 암울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감한 정책적 상상과 의지 없이는 갈수록 커지는 자산 격차를 쉽게 좁힐 수 없다는 의미다.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보다 소득이나 자산 불평등도가 낮다. 하지만 선진국에서조차 자산 불평등은 심각하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에서 순자산의 크기에 따라 줄 세웠을 때 하위 50%가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몫은 6%에 불과하다는 게 피케티 교수의 설명이다. 서유럽으로 넓혀 보더라도 그 비율은 4~5% 수준이다. 반면 상위 10%의 몫은 50%가 넘는다.

    국내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방식의 자산지원을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계획으로 내놨다. 영유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자산형성 지원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대표적으로는 아동이 성인이 되기 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미래적금’ 등이 있다. 이외에도 주택연금 제도개선을 통해 노후 연금소득을 확대하거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경제·금융교육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의당도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만 20살이 되는 모든 청년에게 3천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초 자산제'를 1호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 아동)에게 1,000만~2,000만원의 자립정착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일반 청년에까지 확대하자는 구상이었다.

    자료사진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뉴시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공공서비스 공영화·공공 주거 확대 제안


    진보당은 자산 불평등 해소 방안의 하나로 ‘민영화된 공공서비스를 다시 공영화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 연구원장은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단기 목표, 또 중장기 목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 장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신자유주의 30년 동안에 무분별하게 난발된 공공서비스의 민영화가 있다. 그것들은 큰 법률 개정이 없어도 다시 공영화시켜 모두의 소유로 바꿀 수 있다. 거기서부터 출발하자”고 제안했다.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민간기업이 자산으로 소유하면서 손쉽게 수익을 누리는 현실을 바로잡아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산 불평등 발생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공공주거’를 대안으로 내놨다. 신 원장은 “부동산과 관련해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거대 정당들도 절대 부동산 가격을 낮출 수 없다. 집값을 하락시키는 순간 표를 모두 잃는다”면서 “자기 자산의 80~90%가 부동산으로 축적해 있기 때문에, 또 가지고 있는 모든 돈과 아직 벌지도 않은 미래의 소득까지 다 끌어다 쏟아부은 게 부동산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신 원장은 “그런데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공공주거다. 공공 주거를 끊임없이 확대하고 대폭 늘리는 방식밖에 없다”며 “만약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이라도 확대했다면 지금 공공주거가 서울에 30%는 됐을 것이고, 집 문제는 해결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정도로는 서울 집값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을 것”고 설명했다.

    앞서 진보당은 지난 202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본자산 실현을 위한 정책으로 ‘집 사용권’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역시 공공주거 확대의 일환이었다. ‘집 사용권’은 만 19세~39세 청년에게 최대 20년간 주거사용권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집 사용권'은 매매나 증여, 양도는 불가하고 집을 사용하는 권리라는 개념이다. 주택을 가격 중심으로 한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전 국민이 공평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보의 새로운 대안, “모두를 위한 소유”> 진보당 정책대토론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10.13 ⓒ민중의소리

    “불평등 문제 해결 위해선 데이터 통합・연계・관리 제도화해야”


    향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불평등 지수의 정확한 측정을 위해 데이터 통합・연계・관리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기태 부실장은 “불평등 문제의 분석과 대응을 위해서 데이터의 집적・연계・활용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공공영역에서 누적한 행정데이터의 안전하고 투명한 관리 및 활용은 전 세계적인 의제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관리 및 활용을 중심에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 품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에서 테이터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불평등 현황의 정밀한 분석을 위해서는 포괄적이면서 정확한 행정 데이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김 부실장은 “데이터 수집・정제・검증의 표준 운영과 품질관리 전담 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데이터 통합・연계・관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 대행 사퇴...경향 “실망스럽고 무책임” 조선 “정권 압박 시달려”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이후 검찰 ‘대행의 대행’ 체제로

한겨레 “검찰의 선택적 반발과 과도한 부풀리기 국민들 혼란스럽게”
한국일보, 노만석 대행에 “거취와 별도로 외압 유무 명백히 밝혀야”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월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의 사퇴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지 4개월 만이다. 언론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대행의 대행’ 체제라며 초유의 사태라 명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이후 검찰 내부 집단 반발 사태 등이 일어나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노 대행의 거취와는 무관하게 외압 유무 등이 있었는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언론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를 일제히 1면으로 배치했다. 대부분의 일간지들은 노만석 사퇴와 검찰의 집단행동을 중심으로 제목을 뽑았지만 조선일보는 노만석 대행이 12일 저녁 자택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인 “저쪽(현 정권) 요구 수용 어려워 많이 부대꼈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다음은 노만석 사퇴와 관련한 주요 일간지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장동 1차 수사 지휘부 “검찰, 선택적 집단행동”>
국민일보 <노만석 사퇴…檢초유 ‘대행의 대행’ 체제>
동아일보 <노만석 檢총장대행 사의…‘대장동 항소포기’ 5일만>
서울신문 <노만석 대행 사의 검찰 수뇌부 공백>
세계일보 <‘항소포기’ 닷새만에 노만석 결국 사의>
조선일보 <“저쪽(현 정권) 요구 수용 어려워 많이 부대꼈다”>
중앙일보 <노만석 사의, 대검부장단 퇴진 종용에 결심>
한겨레 <검란 번지자…노만석 사의>
한국일보 <노만석 사의…검찰 초유의 ‘리더십 공백’>

노 대행은 지난 7일 ‘대장동 사건’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항소 의견을 불허하고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 이후 검찰 내부에서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검란(檢亂) 사태가 일어났다.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들은 노만석 대행이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 조직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사를 1면으로 배치했다. 한겨레 등은 1면 기사에서 노만석 대행이 사의를 표명한 후 정성호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등의 반응을 종합했다.

▲13일 조선일보 1면.
▲13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노 대행이 12일 저녁 자택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을 1면에 담았다. 조선일보 1면 기사 <“저쪽(현 정권) 요구 수용 어려워 많이 부대꼈다”>에 따르면 12일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참 스스로 많이 부대껴 왔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4개월간 검찰 수장으로 있으면서 현 정권의 요구와 압박에 시달려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법조계에서는 ‘지우려는 쪽은 현 정권, 지우려고 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노 대행은 12일 오후 9시 30분쯤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나 “옛날에는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는데 지금은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솔직히 좀 다르다”면서 “전 정권이 기소해 놓았던 게 전부 다 현 정권의 문제가 돼버리니까 현재 검찰이 저쪽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느냐”, “그쪽에 가는 것도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홀가분해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행은 또 “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저 나름대로 우리 검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며 “이 시점에서는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갖고 조직이 득 될 거 없다 싶어서 이 정도에서 빠져주자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에 따라 법무부가 ‘항소 포기’를 시키려고 노 대행을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정성호 법무장관과 이진수 법무차관이 실제 노 대행에게 외압을 행사했는지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역시 1면 기사에서 노만석 대행이 1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을 주로 전했다.

▲13일 경향신문 1면.
▲13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 1면 기사는 검찰의 내분 분위기를 전했다. <대장동 1차 수사 지휘부 “검찰, 선택적 집단행동”>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선고 항소 포기 사태’ 이후 검찰 내부의 반발이 이어지자 대장동 사건을 처음 맡아 수사했던 ‘1차 수사팀’ 일부가 ‘선택적 문제 제기’라고 비판했다”며 “이들은 ‘2차 수사팀’의 반발과 일부 검사장과 지청장들의 집단성명 등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 때와 다른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밝혔다며 이번 사태로 검찰 내분 양상까지 드러나는 분위기”라 전했다.

경향신문, 1면 이어 사설에서도 검사들의 ‘선택적인 검란’ 등 내분 전해

주요 일간지들은 사설에서도 노만석의 사퇴를 다뤘다.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는 노만석 대행의 설명 부족과 항소 포기 경위 불투명성을 비판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1면에 이어 검사들의 ‘선택적 검란’을 지적했다. 국민일보·서울신문 역시 노 대행 사퇴로 끝날 사안이 아니며 외압 여부 등 진상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 촉구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민주당의 검사 비판 발언을 문제 삼는 사설을 실었다.

다음은 노만석 대행의 사퇴와 관련한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노만석의 ‘침묵 사퇴’도, 선택적인 ‘검란’도 무책임하다>
국민일보 <항소 포기, 총장대행 사퇴로 끝낼 일 아냐… 외압 규명이 핵심>
서울신문 <‘항소 포기’ 책임, 검찰총장 대행 사퇴로 덮을 일 아니다>
세계일보 <대통령실이 입장 표명하고, 與는 검사들 겁박 멈춰라>
조선일보 <옳은 말 한 검사들에게 “사법 처리” “겁먹은 개”라니>
중앙일보 <검사 반발을 ‘친윤 항명’으로 몰아가는 민주당의 억지>
한겨레 <노만석 대행, 책임 회피 말고 사실관계 명확히 밝혀라>
한국일보 <사의 표명 노만석, 외압 의혹 진실 밝히고 물러나는 게 마땅>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기본적으로 노 대행의 결정과 사퇴 과정은 매우 부적절했다”며 “법리보다 정무적 판단만을 앞세우다보니, 온갖 설과 억측만 키운 꼴이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 했지만, 정작 정 지검장은 사의를 표했다. 검찰의 수장으로서, 노 대행이 국민과 검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도 부족한 판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입을 닫은 것도 실망스럽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추락했다”며 “항소 포기를 이재명 정부 공격 소재로 삼아 벌떼처럼 일어난 검사장과 검사들의 모습에서 공익의 대변자는 없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해결사 노릇을 한 것에 사과와 반성 한마디 없던 자들이 벌인 ‘선택적 검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3일 경향신문 사설.
▲13일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노 대행의 사퇴로 이 문제가 온전히 매듭지어질지는 의문이다. 노 대행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검찰의 항소 포기가 이례적이라 하더라도, 검찰의 선택적 반발과 과도한 부풀리기는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검찰청 해체와 수사권 박탈에 대한 저항을 조직화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사설 “노 대행, 거취와 별도로 외압 유무 명백히 밝혀야”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노 대행이 항소 포기 경위조차 제대로 밝히지도 않고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하다. 거취와 별도로 △외압 유무 △정치적 고려 여부 △‘항소 포기-보완수사권 거래설’ 진위를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일보와 서울신문은 이번 일이 노 대행의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이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싼 외압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책임선상에 있는 이들이 모두 ‘내겐 잘못이 없다’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설명이 엇갈려 진실 공방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이번 사태는 특정인이 물러나는 식으로 정리되기는 어렵게 됐다”며 “노 대행이 답할 차례다. 사의를 표명하고 수리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제대로 지는 일”이라 전했다. 서울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떠넘기기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대검찰청과 법무부 사이의 철저한 책임 규명과 함께 검찰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실질적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 전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대통령실은 입을 꽉 다물고 주무 장관은 ‘대통령실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편다고 해서 ‘항소 포기는 이 대통령 방탄이 목적’이란 의구심이 사라지겠는가”라며 “앞서 이른바 ‘재판중지법’ 입법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처럼 이번에도 대통령실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순리일 것”이라 전했다.

▲13일 조선일보 사설.
▲13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해 민주당의 발언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항소 자제에 대해 지검장, 지청장이 집단 반발하는 것은 항명, 겁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 법”라고 한 발언에 대해 “협박에 가까운 비난”이라 전하고 “터무니없는 검찰의 항소 포기에 분노하는 것은 검사들만이 아니다. 국민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않으면 모두 친윤계이고 내란 세력이란 말인가”라고 전했다.

“여당 지도부가 국민적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검찰 전체를 범죄 집단인 것처럼 매도하고 나선 것”이라며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에 동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