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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7일 목요일

'박근혜 스캔들' 다룬 일본 기사, 마지막이 '걸작'


[게릴라칼럼] 세월호 진상규명 봉인, 7시간 미스터리 공개돼야 풀 수 있다 14.08.07 20:57l최종 업데이트 14.08.07 20:57l하성태(woodyh)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영화 시나리오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 참여도 해 봤고, 내 작품을 쓸 욕심도 있다. 묵직한 사회파 스릴러나 나쁜 놈들을 사적으로 처벌하는 자경단 이야기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신문 사회면만 봐도 시나리오 소재가 매일매일 샘솟듯 터져 나온다. <그것이 알고 싶다>만 봐도 그렇다. 대한민국이 그런 곳이다. 그런데, 강렬하게 끌리는 소재가 탄생했다. 아니, 연일 보도되는 바람에 국민 중 상당수가 알게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리는 걸 어쩌나. 미스터리에 빠진 여성 대통령의 7시간 말이다. 구상 중인 시나리오의 간략한 줄거리를 공개하면 대략 이런 식이다. "대통령이 사라졌다. 비서실장도, 경호실도 모른다. 그녀가 행방불명됐던 시간은 단 7시간. 그 사이 476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침몰하는 지상 최대의 참사를 맞이한 대한민국호는 선장 없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고, 수학여행 간 고등학생들을 포함해 총 29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되기에 이르렀다. 진상 규명이 이뤄지는 사이, 행방이 묘연했던 대통령이 애인과 밀회를 즐겼다는 추문이 피어오르고... 그때 유가족인 한 여대생과 익명의 제보를 받은 민완기자, 그리고 대통령과 과거 악연으로 얽힌 전직 경찰이 힙을 합쳐 이 얼토당토않은 스캔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박 정권의 레임덕, 이미 시작됐다" 우리는 안다. 광주의 자식들이 권력자를 암살하려는 내용의 영화 <26년>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걸. 삼성 백혈병 피해자 아버지의 투쟁의 과정을 그렸던 <또 하나의 약속>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걸. 그리고 황우석 박사 스캔들을 영화화한 <제보자>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걸. (유가족과 민완기자, 전직 경찰은 물론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렇다면, 이 박근혜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도 충분히 영화화할 수 있지 않겠는가. 기사 관련 사진 ▲ 지난 3일 일본 <산케이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 누구와 만났을까?'란 제목의 기사를 실어 논란이 되고 있다. ⓒ 산케이신문 관련사진보기 소설(아닌 소설)은 이미 작성됐다. 특히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 일본 보수 언론이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3일 우익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란 장문의 기사를 통해 이 행방불명 미스터리를 자세히 다뤘다. 일본 우익의 호들갑이라고? 어쨌건 이 기사는 벌써 구글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참고로 <산케이신문>은 최근 아이스하키 선수이자 김연아 선수의 남자친구로 알려져 있는 김원중 파문을 인터넷판 메인으로 올려 김연아 선수를 조롱했던 바로 그, 극우와 보수를 넘나드는 매체다. 바로 그 매체가 박근혜 대통령을 조롱하고 나선 것이다.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 그러나 누구를 탓할 것인가. 7시간 행망불명의 진실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곳이 바로 청와대인 것을. 이어 증권가 찌라시를 중심으로 이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남자관계"라고 정확히 언급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로 7월 18일 게재된 <조선일보>의 '대통령을 둘러싼 風聞(풍문)'이란 칼럼도 소개했다. 설득력을 얻기 위해 "한국에서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조선일보"란 수식도 잊지 않았다. 물론 <조선일보> 칼럼 속에 등장하는 정윤회란 이름을 적시하며 "정씨와 이혼한 여성은 최태민이라는 목사의 딸이다, 정씨는 대통령이 되기 전 7년간 박근혜씨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인물이다"란 친절함도 선보였다. 무엇보다 <산케이신문>의 이 기사, 마지막 문장이 걸작이다. "朴政権のレームダック(死に体)は、着実に進んでいるようだ." "박 정권의 레임덕화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산케이신문> 보도 관련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다고 판단한 걸까. 청와대가 직접 이 기사에 대한 대응을 거론하고 나섰다.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는 7일 <산케이신문> 기사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두헌 청와대 홍보수석은 "민형사상 물을 수 있는 책임을 강경하게,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밝히며 강력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를 일반론으로 치환시키는 여당과 청와대 한데, 이 미스터리를 여당과 청와대는 진짜 '소설'이라 일축하고 싶은 것 같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타협할 게 있고 못 할 것이 있는데, (대통령 행적 문제는) 진짜 곤란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치인들 몇몇이 판단하기에 무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이유로 든 것이 참으로 식상하다. "국가 안보와 남북관계 등 여러가지 상황을 볼 때 참 곤혹스러운 일(이완구)"이라나 뭐라나. 앞서 세월호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달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기춘 실장이 그것(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밝히기)어렵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은 대통령의 사생활을 묻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특위에서 부속실을 증인으로 불러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사생활이라니. 새누리당답다. 언제나 일반론과 세월호 참사를 동일선상에 놓으며 의도적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전략 말이다. 더한 풍문이 일어나면 "대통령의 사생활이니, 도와주세요" 할 기세다. 대통령의 사생활은 전혀 궁금하지 않다 기사 관련 사진 ▲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영화관에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영화 <명량>을 관람하기 위해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과 배우 안성기씨와 함께 입장하며 영화 포스터를 보고 있다.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아니다, 절대.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사생활(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와는 별개로)이 아니란 말이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던 그 절체절명의 순간,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을 그 시각, 결정을 내려야 할 컨트롤타워 청와대(김기춘 비서실장을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많은 이들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장인 대통령이 왜 책임을 방기했는지, 우리는 알고 싶은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목숨을 구해야 할 그 시간에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지, 왜 7시간이 지나서야 "구명조끼" 운운하며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했는지, 이제는 밝혀야 한다. 그럴 때만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과 진상을 규명하는 봉인을 풀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소설이 아닌 냉혹하고 엄정한 현실이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굳이 휴가기간을 놔두고 7일 영화 <명량>을 관람했다고 한다. <명량> 열기에 숟가락이라도 얹고 가겠다는 듯이 청와대는 "이번 관람은 국가위기 시에 민·관·군이 합동해 위기를 극복한 경험과 국론결집을 고취하고 경제 활성화와 국가혁신에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추진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감상평은 전혀 궁금하지 않다. 훗날 '7시간의 미스터리' 관련 영화가 제작된다면 그 영화나 꼭 관람하시길. 마지막으로, 한 누리꾼의 질문을 돌려 드리는 바다. 대통령의 <명량> 관람 소식에 우리가 궁금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혹시 이순신이 싸우다가 7시간 동안 사라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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