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패퇴하는 미국
<분석과전망>이라크 반군 그리고 우크라이나 반군에게 목을 조이는 미국
한성 자유기고가
기사입력: 2014/08/31 [10:35] 최종편집: ⓒ 자주민보
미국을 알려면 미국이 세계에서 수행하고 있는 군사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과학적이고 빠른 길이다. 정세전문가들이 일치되게 지적하고 있는 말이다.
당장에는 이라크의 반군인 ‘이슬람국가’(IS)와의 대립만을 봐도 알 수가 있다. 미국에 이라크전은 악몽 그 자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2003년이었다. 침공 이후 곧바로 수도 바그다드를 점령하면서 미국은 골칫거리였던 이라크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전쟁종결에 대한 프로그램이 나올 정도였다.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테러가 판을 쳤다. 이에 대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식은 당연하게도 보복이었다. 그러나 보복이 끝나면 또 다른 테러가 발생했다. 다시 보복.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이었다.
거기에 이라크의 사회적 혼란도 가중되었다. 심각한 것은 반미 무장세력들의 활동이 날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한결 같이 다 미군병사들을 표적으로 하는 군사활동들이었다.
이라크 해방이라는 말은 무색해져갔다. 이라크사태에 대한 피로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했다.
이것들이 미국이 전쟁개시 8년 만에 이라크에서 발을 빼기까지 겪어야했던 악몽들이었다.
2011년 철수하는 미군들에게서 읽히는 것은 누가보아도 승전의 행진이 아니었다. 패전의 모습이라고도 할 만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미군의 표정에서 묻어있던 환호는 악몽에 벗어났다는 안도일 뿐이었다. 세계가 그렇게 읽었다.
IS, “모든 장소들에서 미국인들을 공격하며 모조리 피바다에 처넣겠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 후 미국은 다시, 이라크에 대한 악몽 앞에 맞딱뜨려야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본격적인 것은 이라크 반군인 IS가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기자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고 나선 것이 그 계기였다. 지난 19일이었다. 미국은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공습이었다. 20일 이라크 북부 모술댐 부근의 IS 목표물을 향해 미국은 무려 14차례나 되는 공습을 감행했다. 처음하는 공습은 물론 아니었다. 이미 지난 8일부터 시작되었던 공습이었다.
"정부는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계속할 것이며, 다른 국가들과 함께 IS에 맞서 싸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다. 미국은 앞으로 이라크 북부 아르빌과 모술댐 부근을 중심으로 IS에 대한 공습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그곳에는 미국의 국민들이 있고 시설들이 있다. 미 국방부가 그곳에 최대 300명의 치안요원 증파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27일 현재 IS에 대한 미군의 공습은 100회를 넘어섰다. ‘제한적 공습’기조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누구도 하지 못한다. IS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인질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를 추가로 살해하겠다고 밝혀놓은 상태다. 인터넷 성명을 통해서는 는 “모든 장소들에서 미국인들을 공격하며 모조리 피바다에 처넣겠다” 말로 공개적으로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이 정도면 명백히 이라크 악몽의 재연이다.
이라크악몽을 불러온 당사자가 아닌 오바마가 그 악몽 앞에 서야하는 것은 사실,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라크의 악몽에서 벗어나게 된 2011년 철군결정을 외교업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오바마여서 더 그렇다.
일부 외신들은 미국이 미지상군파견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오바마가 2011년 이라크에서의 철군을 주요 외교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었던 데에는 그것이 <신 외교안보 독트린>에 기반하고 있어서다.
<신 외교안보 독트린>은 미국의 안보가 직접 위협을 받거나 대규모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만 군사력을 동원한다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지상군 투입 등 전면개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취해 왔던 것이 오바마 행정부였던 것이다.
세계의 언론들이 미국이 이라크의 수렁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타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푸틴, ‘러시아와는 장난을 치지 않는 게 좋을 것이야’
미국이 IS로부터 이라크 수렁에 다시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형국에서 미국에게 심각한 것은 또 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반군의 군사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그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남부 소도시 노보아조프스크를 점령한 우크라이나 반군이 전략적 항구도시 마리우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를 내놨다.
이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반군이 이제 와서는 남부 지역으로까지 세력확장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리우폴은 인구 45만의 항구도시로서 3월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를 잇는 길목에 있다. 요충지인 것이다. 만일 반군이 마리우폴을 장악하게 되면 러시아와 크림을 잇는 지역 전부를 장악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된다. 미국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반군이 친 러시아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반군이 들고 다니는 깃발이 '노보로씨야'(Novorossiya) 깃발이라는 데에서 상징적으로 확인된다. '노보로씨야'는 '새로운 러시아'라는 뜻이다.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 CNN방송은 최근 영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군이 4∼5천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로 이동시켰다고 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반군의 세력확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합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속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에게는 또 다른 심각한 사태가 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7개 회원국들의 군사적 움직임이 있는 것이나 그리고 유럽연합(EU)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는 것도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차원이다.
영국과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NATO의 7개 회원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사단급 규모로 최소 병력 1만 명 정도의 신속대응군을 창설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내용이다. EU의 대응은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 제재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만있지를 않았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30일자 보도에 따르면 푸틴은 "러시아는 대규모 갈등을 원하지도, 의도하지 않고 있으나 러시아와는 장난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일단 우크라이나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힌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날 NATO에 회원국 가입을 공식 요청하며 무기지원을 호소한 것을 겨냥한 것이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EU의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지원호소를 하는 것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푸틴의 경고는 매우 힘이 실리는 것이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우크라이나 반군 진압을 1941년 나치의 구소련 레닌그라드 점령에 비유하는 데에서 이는 잘 확인된다. 그 전쟁으로 당시 1944년 초까지 계속된 봉쇄로 67만 명이 사망했다.
친서방인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푸틴의 공세는 종국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대립을 높이는 것이었다.
특기할만한 것은 푸틴이 서방에 그러한 엄포를 놓으면서 자국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상기시켰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가장 강력한 핵무기 보유국 중 하나이고 핵능력을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에서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러시아의 군사개입이 점점 노골화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세계의 경찰’임을 앞세워 세계 곳곳에서 군사분쟁에 개입하고 있는 미국의 패퇴 양상이다.
바야흐로 군사패권을 앞세우는 미국의 힘이 갈수록 약화되어가고 있는 것을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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