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코미디, 교황은 만나고 대통령은 피하고
약속깬 불통 박근혜와 소통의 교황, 흑과 백처럼 대조적
육근성 | 2014-08-16 12:25:2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처리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던 세월호 가족들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했다.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향한 이유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향한 이유가 있다. 지난 5월 청와대 면담에서 박 대통령이 했던 약속을 떠올렸을 것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울분을 토하는 유족들에게 “할 말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며 “국회에서 그 법(특별법) 갖고 토론할 텐데 유족 마음 잘 반영되도록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약속은 여지없이 깨졌다. 유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해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며칠째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에 의해 봉쇄돼 청와대 쪽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태다.
단원고 학생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독립적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31일째 단식투쟁 중이다.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16일 교황이 주재하는 시복식 미사를 통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겠다며 영어와 스페인어로 작성된 피켓 앞에서 진상 규명을 외치고 있다.
지난 5월 유족에게 한 약속 깬 박근혜
경찰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려 했던 유가족들에 대해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신고 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는 게 이유다. 농성 중이던 유족들이 내린 비로 온 몸이 젖자 시민들은 포대자루와 깔개를 전달하려 했다. 경찰은 이 조차 막고 나섰다. 심지어는 유족들이 가지고 온 담요까지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몇 명의 유족이 실신했고 두 명은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찰과상 등 부상을 입은 유족도 있었다. 강제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을 향해 유족들은 이렇게 소리쳤다.
“대통령이 5월 대국민 담화로 약속한 것은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었나?”
“대통령이 우리 아이들을 살려낼 수는 없지만 특별법을 제정할 수는 있는 것 아닌가?”
“진실 규명을 위해 자료를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청을 거부한 청와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법과 원칙을 따지면서 왜 합법적 시위를 막는 건가?”
“지난 5월 대통령과 면담에서 박 대통령은 ‘요청 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사탕발림이었나?”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데 왜 들어주겠다는 약속 한 건가?”
“5000만 국민 앞에서 했던 약속을 하찮게 여기지 말라.”
청와대는 유족 피하고 교황은 유족 만나고
정부가 경찰 병력을 풀어 유가족들의 외침을 짓밟고 면담 요구를 외면하는 동안 바티칸에서 온 교황은 바쁜 일정을 쪼개가며 가급적 자주 유가족을 만나려고 애를 썼다. 유족들에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정한 대통령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교황과 유가족들의 만남은 서울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들의 손을 잡고 “세월호 잊지 않고 기도하고 있다”며 위로했고,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에는 세월호 가족들을 별도로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유족들은 감동했다. 미사 봉헌을 주재하기 위해 단 위에 오른 교황의 왼쪽 옷깃에 세월호 희생자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의 노란 리본을 본 유족들은 큰 힘이 된다며 울먹였다.
노란 리본 단 교황, 리본 거부하는 박근혜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또 있을까. 멀리서 온 교황은 방문국 국민의 슬픔을 잊지 않겠다며 도착하자마자 리본을 패용했다. 누구보다 더 슬퍼해야 할 대한민국 대통령은 제 가슴에 단 한번도 노란 리본을 단 적이 없다.
아이러니는 또 있다. 경찰은 교황이 주재하는 시복미사 장소임을 들어 유족들의 광화문 단식농성장을 강제철거하기 위해 안달복달이었지만 교황 측은 “유족들의 뜻을 받들어 농성장 철거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더 나아가 교황 측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고 예수님과 사랑의 미사를 거행할 수는 없다”며 “농성장에서 시복미사를 함께 드렸으면 좋겠다”는 말로 유족들을 위로했다.
불통의 박근혜 소통의 교황, 흑과 백처럼 대조적
교황의 세월호 관심은 진심이었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십자가를 들고 안산에서 진도로, 다시 진도에서 대전까지 걸어 도착한 단원고 희생자 부모로부터 십자가와 진도 바닷물을 전해 받은 교황은 “그 십자가를 바티칸 집무실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팽목항에 남아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영상 편지’도 함께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진상 규명은커녕 은폐하기 바쁜 대한민국 정부와 세월호 참사가 빨리 잊혀지기를 바라는 청와대와 여당. 반면 교황의 행보는 정반대다. 유가족의 외침과 하소연을 가슴에 새기고 세월호 참사를 영원히 기억하려 한다.
멀리서 온 푸른 눈의 교황이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더 국민을 아끼고 진심으로 국민과 소통하려 애쓴다. 불통과 독선의 대한민국 대통령과 소통과 겸손의 교황. 흑과 백처럼 그렇게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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