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은 왜 여야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 작성자 허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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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됨: 2014년 08월 19일 22시 07분 KST 업데이트됨: 2014년 08월 20일 00시 12분 KST
진통 끝에 여야가 도출한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이 유족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여야가 재협상을 벌였음에도 유족들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세월호특별법은 당분간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족들이 이번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여전히 남아있는 쟁점을 Q&A로 정리했다.
Q : 유족들이 밝힌 반대 이유는?
A :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19일 여야 합의안이 발표된 직후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 여·야 합의안 관련하여 세월호 유가족 반대한다.
– 가족의 반대는 국회 추천 4명중 2명 추천권이 여전히 여당이기 때문이다.
– 김무성 당대표에게 오전 가족대책위가 요구했다 1. 내곡동특검 처럼 야당 추천한다 2. 국회 추천 4명 모두를 야당이 추천한다. 3. 국회 추천 4인을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추천하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안은 이 모든것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세월호 유가족은 재협상을 요구한다. (가족대책위 입장발표, 8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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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유가족들이 1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이날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에 대해 "반대한다"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Q : 여당 추천몫을 받아들일 수 없다?
A : 유족들은 새누리당이 2명을 추천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이 2명 추천한다면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여당이 추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관련 특검(2012)에 야당이 추천권을 행사한 전례를 제시했다. (머니투데이 the300, 8월19일)
전명선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여당 추천 2인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 동의를 받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거부하면 여당은 계속 재추천할 것"이라며 "이처럼 거부와 재추천이 반복되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여당 추천 인사를 유가족들이 거부할 경우 '진상규명을 유가족들이 오히려 막고 있다'는 식의 여론몰이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8월19일)
Q : '여당 추천'과 '야당 추천'은 뭔가? 뭐가 다른가?
A : 이번에 나온 합의안은 지난 7일 여야가 내놓은 합의안 중 '특별검사 추천' 부분을 수정한 것이다. 특검과는 별도로 설치될 진상조사위원회는 기존 여야 합의대로 구성된다. 여기에 유족들이 요구해왔던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다. 이 부분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
그렇다면 '여당 추천'과 '야당 추천'은 뭘까?
당초 합의문에 따르면, 여야는 특검 추천은 관련법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유족들은 "수사권은 양보할 수 없다더니 수사권은 물론 특검추천권까지 포기해버렸다"며 새정치연합을 강하게 비판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 결국 새정치연합은 재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유족들이 '야당 추천'을 주장하는 건 왜일까?
특검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특별검사를 선정해야 한다. 특별검사 후보자는 관련법에 따라 국회에 설치하는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추천위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2인의 후보자 중 1명을 최종 임명한다.
후보자추천위원회는 위원장과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 중 국회에서 추천할 수 있는 건 4명이다. 나머지 3명의 위원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각 맡는다.
그동안 유족들은 세월호 진상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는 특별검사 후보자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유족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유족들의 요구가 실현되려면 추천위 구성 단계에서부터 유족들의 의사가 반영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추천위의 절반인 국회 추천몫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유족들이 여당을 불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추천몫을 모두 야당에게 넘기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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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유족들은 왜 여당을 불신하나?
A : 전례가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다. 새누리당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남재준 전 국정원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길환영 전 KBS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이를 '국정조사 무력화 시도'로 규정하고 새누리당을 규탄했다.
전례를 보았을 때, 새누리당은 시간을 끌다가 국민의 감시와 관심이 소홀해진 틈을 타 증인 채택을 무산시키고 결국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략)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세월호 국정조사마저도 이중플레이와 버티기로 무력화시키려는 새누리당을 강력히 규탄한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5월27일)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던 7월에도 새누리당의 '보이콧'과 거듭되는 막말, 무성의한 태도를 문제삼았다.
새누리당 국정조사 보이콧은 국정조사를 파행과 정쟁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으로, 정치 혐오에 기대어 세월호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돌리고, 결국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보이콧을 강력히 규탄한다.
(중략)
어제 국정조사 위원들의 무성의한 행태가 드러나 물의를 빚자, 심재철 위원장은 유족과 가족 변호사를 제외한 일반인의 방청을 금지해 유족과 국민대책회의가 구성한 모니터링단의 활동을 가로막았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7월2일)
새누리당 소속인 심재철 세월호 특위위원장은 세월호특별법 반대 카톡을 보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Q : 유족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야당이 4명을 모두 추천하는 게 가능한가?
A : 이 부분은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바로 이 규정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핵심 쟁점이자 마지막 관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 몫 중 1명을 양보해 3명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반면 새누리당은 법과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여야는 양당 원내대표가 막판 타결을 시도할 때까지 여러 잠정안을 두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유가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특검후보 추천위원 구성과 관련해 10명의 후보군을 추천하면 이 가운데 여야가 한 명씩을 지워나가며 4명을 추리는 방식도 한때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CBS노컷뉴스 8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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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종각역 인근 종로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법과 원칙'을 언급하는 것에도 근거는 있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국회규칙에 따르면, 국회추천몫 4명은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유족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야가 이번 재협상에서 "국회에서 추천하는 4명 중 여당 2인의 경우 야당과 세월호 사건 유가족의 사전동의를 받아서 선정하여야 한다"고 합의한 건 나름의 고육지책, 또는 묘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원칙적으로 유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국회가 위원을 추천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그러나 야당과 유족이 사전에 동의한 인물이라고 해도 특검후보 추천 과정에서 유족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개연성도 있다. 여당과 사전 조율을 거친 '객관적인' 인사로 하여금 결정까지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시 말해 유족의 입장이 반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까지 담보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유명무실한 합의라는 것이다. (CBS노컷뉴스, 8월19일)
Q : 이미 국정조사도 했는데 꼭 특검을 해야 하나?
A : '국정조사도 했고, 밝혀질 건 다 밝혀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게 사실이다. 유족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정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오히려 특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는 것.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정부의 비협조,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과 위원장의 태업, 짧은 시간 이뤄지는 국정조사 제도 자체의 한계 등으로 인해, 일부 위원들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조사 기관보고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충분한 수사권 등 없이 짧은 기간 진행되는 국정조사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국정조사를 뛰어넘는 특별한 권한을 가진 특별위원회와 특별법의 필요하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원회 7월11일)
세월호 국정조사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는 게 유족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기관보고에 증인으로 참석한 장관들은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해 유족들을 분노케 했다.
과제는 또 있다. '컨트롤 타워' 부재와 부실대응 논란을 일으킨 청와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도 밝혀져야 하고, 이와 관련해 제기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유족들은 애초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세월호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정조사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국정조사로는 일부 진상을 밝힐 수 있지만 참사의 책임자에 대한 법적 행정적 처벌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도 3개월 시한부 국정조사로는 만들기 어렵습니다. 성역없는 조사와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국가특별위원회를 만들어 1년 이상 충분히 조사해야 합니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세월호특별법 Q&A')
Q : 앞으로 세월호특별법은 어떻게 되나?
A : 유족들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족들은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냈다.
유족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대책위 관계자는 “야당으로부터 협상안에 대한 설명은 들었지만 유족들이 동의한 적은 없다”며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가 특검추천위원 후보들을 추천하는 방안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족들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 합의 바로 직전에야 합의 내용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8월19일)
한겨레에 따르면, 광화문에서 37일째 단식 중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도 단식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극적인 계기가 없다면 세월호특별법은 앞으로도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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