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청소년들 “유가족 의사를 반영한 특별법 제정하라”
300여 청소년들 집회 개최…“유가족에 상처 준 정치권 반성하라” 촉구도
윤정헌 기자 yjh@vop.co.kr 발행시간 2014-08-12 22:23:02 최종수정 2014-08-13 09:13:08
세월호 특별법 위해 모인 청소년들
청소년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하는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참사 문제가 국회로 가면서 왜곡되는 모습을 보고 참기 힘들었어요. 세월호 참사에 가장 순수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은 우리 고등학생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자리를 준비하게 됐죠."
-고교생 세월호 집회를 제안한 정모(19)군
세월호 참사 119일째인 12일 오후 6시. 유가족 단식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는 아직 앳된 모습이 역력한 학생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단식장 한켠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6시30분께 집회를 열고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페이지 '고등학생도 알 건 안다'를 통해 이곳에 모인 300여명(시민 포함 700여명)의 학생들은 '유가족 의사를 특별법 제정에 적극 반영하라', '수사권 기소권 없는 가짜 특별법 집어치워라' 등의 구호를 직접 쓴 손피켓을 들고 자리했다.
흔치 않은 학생들의 집회 모습에 광화문 광장을 지나던 시민들도 하나 둘 발길을 멈춰 섰다. 집회가 시작되자 단식장을 둘러싸고도 자리가 모자를 만큼 인파는 늘어났다.
세월호 청소년 집회 지켜보는 유가족 김영오 씨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0일째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소년들을 바라보고 있다.ⓒ양지웅 기자
"생명을 괄시하는 풍조 속에 나온 세월호 참사"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준비해온 편지를 통해 생명보다 이윤이 중시되는 사회에 대한 규탄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박의환 학생은 "초등학생도 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는 말을 알고 있는데 일부 어른들은 이런 사실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우리에게 선동돼 나왔다고 말한다"면서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말이 선동이라면 우리는 선동당한 것이 맞다"고 성토했다.
박군은 또 "300여명의 친구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았는데 그것에 분노하지 않을 친구들이 어디겠냐"며 "우리는 생명이 우선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가족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이어 무대에 오른 양지혜 학생도 "지금의 사회는 학생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고 노동자를 갈아끼울 수 있는 부품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세월호 참사는 생명을 괄시하는 풍조 속에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자 현장에 함께 한 시민들은 큰 박수로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청소년들, 제대로된 세월호 특별법 촉구
청소년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하는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참사 119일, 사회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심경을 왜곡하고 비하하는 정치권의 무능함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한율 학생은 "새누리당은 유가족을 폄하하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며 국정조사 파행을 일삼았다"며 "특별법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유가족들을 모욕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유가족 앞에서 새누리당 때문에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하지 못한다며 도와달라고 외치다가 선거가 틀어지자 야합을 하기도 했다"면서 "이 한심하고 무능한 정치인과 정부 앞에 죽어가는 것은 힘없는 유가족들이었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찬 학생도 "세월호 참사 이후 119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세상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거대 언론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막는데만 급급했고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망언은 끊이질 않았다"고 지탄했다.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
청소년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하는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가운데 시민들의 글이 적힌 노란 리본들이 보이고 있다.ⓒ양지웅 기자
"이제 우리 학생들도 행동해야 해야"
집회에 참석한 일부 학생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제의하기도 했다.
최준호 학생은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 1년만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은 정치인들이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 모든 것이 근본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이 같은 참사는 계속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정치인들이 청소년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우리 청소년들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과 같은 집회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학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학생도 "세월호 참사는 불의의 사고로 슬퍼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서로 대화하고 모여 힘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또 "경찰과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뭉치는 것"이라며 "이젠 우리 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소년들, 세월호 유가족 폄하 수구꼴통 규탄
청소년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하는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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