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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6일 금요일

"언론만 제대로 했다면 '이재명 악마화'는 없었다"

 [인터뷰①] 만화평전 <이재명의 길> 펴낸 박시백 작가

역사만화작가 박시백이 그린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 ⓒ 비아북 제공

한때 <한겨레>에서 시사만평을 그렸던 박시백(62) 작가는 그동안 고려사(<박시백의 고려사>)와 조선사(<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일제강점기(<박시백의 일제강점사 35년>, <친일파 열전>) 등 '역사'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줄기차게 진행해 왔다.

그런데 시사만평가에서 역사만화 작가로 변신한 그가 최근 '현존 정치인'을 만화작업의 대상으로 삼아 눈길을 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현재 가장 주목받는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만화평전(<이재명의 길>, 비아북)을 그린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역사만화 작가가 이재명에게 주목한 이유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을 펴낸 박시백 작가 ⓒ 오마이뉴스 구영식

역사만화 작가가 동시대의 치열한 논쟁과 논란의 대상이 되는 현존 정치인에 대한 평전을 그리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고, 적지 않은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박시백 작가도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역사를 그려온 작가로서 모양이 좀 빠지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라고 고백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대선 때 시작된 '이재명 악마화 프레임'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이 그를 <이재명의 길>로 이끌었다. <이재명의 길>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도 "정치인 이재명의 삶과 그가 그리는 세상을 담는 데엔 턱없이 부족하겠으나 이재명에 대한 오해를 벗기고 악마화 프레임 너머의 진실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라고 썼다.

그래서 <이재명의 길>에서는 전과 4범, 형수 욕설, 대장동사업 등과 함께 혜경궁김씨, 여배우와의 스캔들 등 이재명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퍼뜨린 사건들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박시백 작가는 "이재명 후보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들이 너무 가혹하다고 늘 생각해 왔고, 지금 시점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이런저런 공격들을 제대로 파헤치고 진실을 밝혀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언론만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고, 지난 대선 결과도 그렇게 안됐을 것이다"라며 "어떤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공격이 시작되면 이것을 제대로 된 자체 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속보 경쟁, 단독 경쟁에 뛰어들고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받아쓰기에 급급하지 않았나?"라며 언론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어 "특히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 중 보수적인 일간지들이 앞장서서 만들어 퍼뜨렸는데, 대표적인 보도가 '대장동 그분'이었다"라며 "(그런데) 진보진영 언론도 이것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거나 사실을 제대로 밝히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엉거주춤하게 따라가는 스탠스(보도태도)를 취했다"라고 꼬집었다.

박시백 작가는 <이재명의 길>에서 "올챙이 적을 잊지 않은 사람"이라고 이재명 후보를 표현했다. 그는 "공장과 검정고시, 대학, 사법고시, 사법연수원 등을 거쳐 결국은 자기의 올챙이 적이었던 성남으로 돌아와 인권 변호사를 하고, 그곳에서 벌인 싸움의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시장이 되고, 시장이 되고 나서도 거악과 싸우며 그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폈다"라며 "그것이 이재명 후보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도지사 시절 아파트 단지에 환경미화원과 택배노동자의 쉼터를 만든 것을 거론하면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게 필요하겠네' 하는 것을 잘 찾아내는 뛰어난 능력이 있고, 동시에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의 최근 중도 실용주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집권하면 민주당과 함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내란세력들을 진압하고 관련자들을 벌주는 것들인데 이것과 통합이 전혀 별개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재명 후보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과 사법, 고위공직자 등이 하나가 되어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그들의 공고한 기득권 카르텔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으면 집권의 의미가 있겠나?"라며 "계급적이나 경제적 차원에서의 실용주의에 대해 너무나 보수화된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향후 가장 중요한 일은 그동안 공고해져온 기득권 질서를 깨뜨려 개혁하고 정비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들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솜씨있게 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라며 "이재명 후보의 특징이자 장점이 자기 권한을 가장 최대한으로 잘 사용하는 거니까 그것에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시백 작가는 앞으로 현재의 한국사회를 주조한 시기인 1945년(해방, 미군정, 좌우갈등)부터 1950년(한국전쟁)까지의 현대사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홍대입구역 근처 '옻칠갤러리'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한 박시백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조선일보>의 비아냥,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박시백 작가가 그린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 ⓒ 비아북 제공

박시백 작가가 그린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 ⓒ 비아북 제공

- 그동안 조선(<조선왕조실록>)과 고려(<박시백의 고려사>)에 이어 일제강점기(<박시백의 일제강점사 35년>, <친일파 열전>)를 만화로 그렸는데, 갑자기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

"지난 대선을 거치며 내 마음 속에는 미안함이 있었다. 기득권 세력과 상대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대장동 프레임을 씌우고 갖가지 흑색선전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다 알다시피 0.73%p 차의 석패였다. 대선 과정에 어떤 이들은 이혼한 전 부인에게까지 전화해 이재명 지지를 호소했다는데 저는 한 표를 행사한 것 외에 한 게 없었고 미안했다. 그래서 다음 대선이 시작되기 전에 '이재명 후보에게 씌워진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 진실을 알리는 만화를 그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한 켠에 늘 있었다. 마침 출판사(비아북) 대표가 작년에 제안했는데 (그때만 해도) 대선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 천천히 준비했다가 대선 전에 나올 수 있게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엄쉬엄 관련자료나 책들도 보고 공부하면서 콘티도 짜고 있었다."

- '작가의 말'에 보면, 비상 계엄과 탄핵 의결을 거치며 계획을 접었다가 거리에 '이재명은 안 된다'는 플래카드가 나붙는 걸 보면서 다시 마음을 바꿔 만화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12.3 내란을 겪고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석해 두 번째 시도 만에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이 의결되는 걸 지켜봤다. 머지않아 조기대선이 열리리라 생각했고, 그때까지 작업을 완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해서 작업을 포기했다.

그런데 윤석열 탄핵안이 의결된 지 하루 이틀도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이재명은 안된다'는 플래카드가 걸리는걸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저들은 또 이재명 악마화에 올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비록 책으로 묶일 분량은 안 될지라도 일단 할 수 있을 만큼 해서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매체에 연재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혀 먹고 그때부터 열심히 작업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늦어지고 조기 대선도 늦어지면서 책을 낼 수 있게 됐다."

-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특정 정치인을, 그것도 대선 후보의 만화평전을 대선 직전에 낸다는 것이 역사만화 작가로서 꽤 부담이었을 것 같다.

"부담이라면 부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들이 너무 가혹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이재명 후보 관련기사엔 언제나 '전과 4범', '형수 욕설'을 운운하는 댓글이 따라붙는다. 그러다 보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도 '뭔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들에게 일일이 설명해 납득시키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설명 대신 '이거 봐봐'라며 던져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유의미하지 않겠나. 역사를 그려온 작가로서 모양이 좀 빠지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재명 후보를 바로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그럴 위인이 아닌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재명의 길>을 집필한 의도에 대해 "의도가 뻔히 읽힌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재명 후보를 미화한 만화 위인전이라는 것이다.

"저도 누군가 보내줘서 그 칼럼을 봤는데, '그렇게 다뤄줘서 땡큐다'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의도가 뻔히 읽히는 기사와 칼럼을 쓰면서 이재명 후보를 악마화 해온 게 <조선일보> 아닌가? 그런 비아냥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의도가 뻔히 읽히는 그들의 공작 작업을 벗겨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인전이라고 폄하를 받더라도 괜찮다."

"이재명은 스스로 정한 도덕적 가치에 대단히 충실한 사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이재명 후보의 만화 평전을 그리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봤을텐데, 만화 평전 저자의 관점에서 이재명 후보는 어떤 사람이었나?

"이재명 후보를 설명하는 단어들은 많다. 행정가로든 정치가로든 정말 유능한 사람이라는 평가엔 대부분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도덕적으론 뭔가 결함이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본 이재명 후보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스스로 정한 도덕적 가치에 대단히 충실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을 보라. 그는 소년공으로서의 생활을 자기 형편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묵묵히 공장을 다니며 월급을 통째로 아버지에게 갖다 드리고 약간의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도 계속 그랬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 치더라도 공장에 사춘기 또래 친구들도 있어서 삐딱선을 타기 쉬운 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에 오히려 공장을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조금 받는 용돈조차 아껴서 자신이 사고 싶어했던 카메라를 포기하고 엄마한테 금가락지를 선물했다. 그런 걸 보면 경이로울 정도다.

그 당시 절친이었고, 검정고시를 같이 준비했던 친구가 술과 담배를 하는 걸 보고는 '너하고는 절교야'라며 한동안 만나지 않기도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자신이 '이러면 안돼'라고 생각하는 자기의 원칙이나 도덕적 기준에 굉장히 철저했던 사람인 것 같다. 이것은 행정가와 정치가가 된 이후에도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고 본다. 그러니까 외부의 부정청탁을 칼같이 끊어낼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 이재명 후보에게는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보나?

"앞에서 말한 것 자체가 장점들이다. 더불어 유시민 작가가 말한 대로 이재명 후보의 대표적인 장점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이 50이 넘어서도 계속해서 인식의 지평을 넓혀 나가고, 주변과 대중을 대하는 태도는 점점 더 원숙해지는 등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대중과 함께하는 사람이다. 지금 유세를 다니는 걸 보라. 아이를 만나면 아이한테,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만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정말 편하게 마치 친한 이웃사람 대하듯 한다. 이것은 단순하게 '정치인들의 대중적 친화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그들과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런 것들이 이재명 후보의 장점이고, 세상에서 이 후보의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들조차도 들여다 보면 장점의 표현 형태인 경우가 많다. 가령 기득권세력과 싸우는 데서 보인 거친 모습이라든가. 심지어 지금은 그런 모습들조차 잘 다듬어져가고 있다."

[인터뷰②] "이재명 후보, '올챙이 적'을 잊지 않은 사람"(https://omn.kr/2diyk)으로 이어집니다.

이재명의 길 - 소년공에서 대선후보까지, ‘그들의 악마’ 이재명이 걸어온 길

박시백 (지은이), 비아북(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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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 '올챙이 적'을 잊지 않은 사람"

#박시백#이재명의길#비아북#이재명악마화#2025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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