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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일 금요일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한덕수·최상목이 키운 경제 불확실성

 


‘국정공백’ 다음 날 코스피 하락 출발
전문가들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중장기적인 불확실성 키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04.01. ⓒ뉴시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사퇴에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임하면서 한국의 행정수반과 경제사령탑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국정공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주 본격적으로 물꼬를 튼 미국과의 통상 협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달 뒤 조기 대선으로 새정부 출범이 정해진 만큼 국정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야당의 탄핵 추진에 스스로 사임을 밝힌 최상목 전 부총리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한덕수 전 총리의 태도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았다.

"추경 신속 집행 최선 다하겠다"더니 3분 만에 사표 던진 최상목


1일 오후 한덕수 전 총리가 전격 사퇴했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한 수순이었다. 같은 날 최 전 부총리도 국회 본회의에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직후인 오후 10시 28분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임기 종료 시점인 이날 자정까지 1시간여를 앞두고 최 전 부총리의 사임을 수리하면서 마지막 권한을 행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맡던 한 전 총리의 사퇴에 이어 최 전 부총리마저 물러나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다.

하루만에 국정 책임자와 경제 사령탑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재 한국 경제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별·상호관세 정책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2%에서 1%로 하향 조정되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사퇴 후 열린 주식시장은 하락 출발했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0.09%p 낮은 2556.52로 출발해 오전 11시까지 낙폭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15원 오른 1,436원에 개장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140억원, 1,609억원 팔아치웠다. 다만 코스피는 오후들어 미중 통상 협상 가능성 소식에 다시 상승하면서 2559.79에 마감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과의 통상 협상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야당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 한미 통상 협상을 밀어붙친 한 전 총리가 정작 한미 협상이 본격화되자마자 자리를 떠나버렸다. 직접 미국과 협상을 하고 온 최 전 부총리도 사퇴하면서 일을 벌인 당사자들이 사라져 버린 모양새다.

당장 이날(현지 시간 1일)부터 한미 통상 당국이 기술 협의를 시작했으나,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하는 이주호 권한대행은 통상·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전무하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통상과 별개의 문제인 환율(통화)정책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거론하며 통상 협상과 함께 타결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물가 등 민생 관련 경제부처의 정책 대응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생과 경기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추경)예산이 통과됐으나, 신속한 집행을 책임질 경제사령탑이 사라졌다. 이날 추경 통과 직후 최 전 부총리는 "추경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신속 집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으나, 추경 통과 3분 만에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사임을 표했다.

국무위원 2명이 동시에 사퇴하면서 국무회의 불성립 논란도 제기된다. 헌법에서 국무회의의 구성 요건으로 규정한 '15인 이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무회의 성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무위원 구성 요건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국무위원이 14명인 상황에서 국무회의가 열린 전례도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공백' 불확실성은 제한적...다만 대선 후 장기적 불안 요소 키워


경기 불황 위기와 통상 불확실성에도 책임을 포기한 한 전 총리, 최 부총리의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 전 총리는 무책임하다. 대미 통상이라든지, 선거에 대한 중립적인 관리 등 본인이 권한대행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저버린 것"이라며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대행을 맡지 말고 탄핵이 인용됐을 때 그만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전 부총리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와는 별개로 스스로 사임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탄핵이 추진되는 걸 정치적인 것으로만 보지 말고 탄핵을 하는 이유를 보고 바로 잡길 바라는 건데 탄핵당하기 싫으니 관둔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제 신용평가사나 자본시장에 메시지를 던진 사람이 최 전 부총리인데 이게 책임지는 모습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의 잇따른 사퇴로 한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나원준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 굉장히 커졌다"면서 "사회 부총리가 규정에 따라 권한대행을 할 사람 있으니 괜찮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몇년간 이끌어온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새정부 출범 일정이 확정돼 있는 만큼 '국정공백'에 의한 불확실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차피 지금 모든 부처가 정지된 상황"이라며 "예산 집행율도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하던 것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달 동안 현상 유지만 잘해서 다음 정부에 넘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한 달 정도 지나면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공백 문제는) 해소될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봤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법원 판결,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등 전체적인 상황으로 보면 대선 이후까지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우려되기도 한다. 새정부가 안정적으로 교체되는 것이 아닌 극심한 정치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상인 교수는 "불확실성 측면에서 볼때 굉장히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판결과 한 전 총리 출마로 보수가 결집되면 한국 사회에서 계속해서 정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기적인 상황을 관리할 총리가 대선에 나오는 건 경제 불확실성에서 안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정세은 교수도 "이후 한국 경제의 경제 정책을 두고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을 지속한다면 경기는 계속 안 좋을 것이고 양극화 문제도 계속 심화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중기적인 불확실성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통상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한 전 총리가 자신의 대선 홍보를 위해 한미 통상 협상을 이용하려던 상황이었던 만큼 미국 측이 이를 이용해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각) "한국 정부는 선거 전에 미국과 성공적으로 협상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그것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나원준 교수는 "한 전 총리의 대권가도를 위한 합의를 해준 걸로 나오는 데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약점으로 보고 확실한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협상을 이끌던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가 자리를 떠난 만큼 이를 이유로 미국과의 협상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석진 교수는 "오히려 지금 최 전 부총리가 빠진 만큼 현 정부는 뒤로 물러서고 새로운 정부가 관여하게 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지금 미국과 다른 나라의 협상은 거의 진도를 못 나가고 있는데 우리도 속도를 미루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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