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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0일 토요일

1일 천하로 끝난 '강제 후보 교체' 쿠데타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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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5.11 00:30

  • 수정 2025.05.11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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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덕수→김문수…광란의 국힘

당원 ARS 투표 결과 한덕수 후보 '반대'

막가파식 단일화에 당원 표심 결집한 듯

당 지도부 책임론에 권영세 곧바로 사퇴

선거 30일도 안 남았는데 당은 분열 상태

김문수 '빅텐트' 언급했지만 '빈텐트' 될 듯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의 후보 선출 취소 가처분신청 사건 심문 기일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2025.5.10.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경선을 통해 공식적으로 선출한 김문수 대선 후보 자격을 일방적으로 취소시키고 무소속이었던 한덕수 예비후보로 '강제 교체'를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10일 실시된 전 당원 투표에서 한 후보에 대한 후보 교체가 '반대 의견'으로 수렴되면서, 원래 대선 후보였던 김 후보의 자격을 회복시키기로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데 대한 찬반을 묻는 전 당원 ARS 투표를 한 결과,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많아 부결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오늘 전 당원 투표에서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근소한 차이로 후보 재선출 관련 설문이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김 후보로 최종 확정되면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시도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강제 교체'를 시도한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당초 후보 교체를 시도하기 직전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한 후보에 대한 선호가 김 후보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전 당원 투표에서 뒤집어진 결과가 나온 것은 절차도 따지지 않고 '막가파'식으로 후보 교체를 몰아붙인 당 지도부에 대한 당원들의 분노 표심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후보 단일화에 대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강제 교체'를 선동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후보로 교체 작업이 실패하자마자 사의를 표했다. 다만 당 대표역인 비대위원장이 대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사퇴하면서 향후 선거 운동 등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화 상대였던 한덕수 캠프의 적극적인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한덕수 캠프는 서면 브리핑을 내고 "한 후보자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며 "김 후보자와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당원 투표에 승복한 것이다. 다만 단일화 과정에서 양 후보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던 만큼 대선 지원 등에 대한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한 후보 쪽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지난 새벽 '후보 취소' 결정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살아 돌아온 김 후보는 가까스로 제자리를 찾았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보인 국민의힘 난맥상은 대선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후보 자격을 회복한 뒤, 입장문을 내고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텐트를 세워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당이 분열되면서 '빅 텐트'가 아니라 '빈 텐트'가 될 것이라는 조롱까지 나온다. 한 후보와 연대할 것으로 보였던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은 국민의힘 후보 교체 사태가 벌어지자 대선 불출마 선언했다.

또한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후보 강제 교체 과정은 중도·무당층 표심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 후보로 '강제 교체 시도'가 이뤄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당의 결정에 실망한 일부 중도 및 보수 표심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쪽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아울러 한 후보를 지지했던 일부 중도 및 보수 표심의 이탈도 예상된다.

김 후보는 극적으로 살아 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1위 후보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2배에 가까운 지지율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당의 내홍까지 동시에 수습하면서 선거 운동을 치러야하는 이중·삼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서 김 후보에게 등을 돌렸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과 함께 세 규합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 후보는 "뜻을 함께하는 모든 분과 연대하겠다"며 "국민의힘은 혁신으로 승리의 터전이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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