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기자
윤석열·김건희 부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동시다발적인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이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김건희 씨에게 소환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들 부부의 또다른 대형 비리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대선판을 흔들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검찰이 최근 '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 김건희의 전 보좌진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사실도 알려지면서 파장은 커지는 양상이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와의 '절연'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쪽은 6·3 대선을 불과 18일 앞두고 연속된 윤석열발 악재가 터지면서 곤란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정부세종청사 내 국토교통부와 경기 양평군청,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과 관련해 타당성 조사를 한 용역업체(경동엔지니어링)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들 기관과 업체에 수사관을 보내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공사 및 노선 변경 과정과 관련, 수사에 필요한 자료 일체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확보한 압수물을 바탕으로, 특혜 의혹이 있는지에 관해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은 지난 2023년 7월 직권남용 혐의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각각 고발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국토부가 2017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으로, 원 전 장관은 2023년 7월 언론과 민주당에서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말릴 방법이 없다"면서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후 현재까지 고속도로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 경기도당 등 고발인들은 원 전 장관이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발표 이후 유지돼 오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양서면 종점 노선을 윤석열 처가에 특혜를 줄 목적으로 김건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 종점 노선으로 변경해 직무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2022년 타당성평가를 시작한 1조 8000억 원 규모의 국책사업이다. 이전 정권부터 추진해 온 국책 사업을 국토부 장관이 공론화도 없이 독단적으로 백지화한 자체가 양평군민 등의 이해관계인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 경기도당은 같은 해 7월 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 전진선 양평군수와 안철영 양평군청 도시건설 국장 등에 대해서도 형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원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다. 경기도당은 전 군수가 지난 2022년 7월 1일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김건희 처가 공흥지구 특혜비리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안철영 당시 도시과장을 도시건설국장으로 단독 승진시킨 것이 공무원 복무 규정 등을 위반한 직권 남용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안 국장은 승진한 지 20일도 되지 않아 김건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하는 안을 고속도로 노선안을 결재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이후에도 계기마다 문제가 제기됐다. 민주당은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진 재작년에 이어 작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고속도로 대안 종점(강상면)의 중부내륙고속도로 접속 분기점(JCT)이 김건희 일가가 소유한 땅에 들어서게 돼 김건희 일가가 토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 비판에도 대통령 부부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공수처와 검찰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한 5건의 고발을 협의한 끝에 사건이 불거진 지 1년이 지난 지난해 7월에야 경기남부경찰청에 사건을 배당했다. 이미 2023년 7월부터 그해 국정감사가 있었던 10월까지 언론에서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 수많은 증거를 내놨지만,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피고발인인 원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2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야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이미 상당 수의 증거가 인멸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개별 수사 상황과 별개로, 검찰에 이어 경찰까지 윤석열·김건희 부부 비리 의혹을 강제수사하면서 정치권에는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건희 씨에게 피의자 조사를 받으라 했으나, 김 씨 쪽에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2차 소환 통보를 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고검은 김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재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경찰이 추가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까지 수사하면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각종 비리 의혹이 대선판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경찰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인 가운데,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가 최근 '통일교 청탁 의혹'을 수사하면서 대통령실 제2부속실 행정관이었던 조아무개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검찰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아무개 씨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씨에게 선물용 금품을 건네주면서 각종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달 30일에도 김건희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 그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코바나컨텐츠 직원 출신 수행비서 2명의 자택 등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김건희 씨에 대한 검경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김건희 특검법 처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5일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5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을 통합해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한 바 있다.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로 김건희 특검법은 발의만 다섯 번째이며, 통합 특검의 수사 대상만 총 16개이 이른다. 야5당은 대선이 끝난 뒤인 6월 중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다만 김건희 씨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조기 처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 부부의 대형 비리 게이트가 대선판에 소환되면서 난감해진 것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캠프 쪽이다. 김 후보는 최근 불법적인 12·3 계엄에 대해서 연이어 사과했지만, 윤석열 출당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는 등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관계를 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층도 무당층도 흡수하지 못하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18일 대선 후보 TV 토론까지 예정돼 있다. 김 후보가 조기 대선의 원인을 제공한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토론에 나선다면 다른 후보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에 당내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정리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정리하지 못하면서 선거 캠프를 지원해야 할 주요 국민의힘 대권주자들도 김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다. 가장 많은 목소리를 내는 인사 중 하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한 전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5월 18일 대통령 후보 토론 이전에' 김문수 후보님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계엄 반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당의 절연 ▲자유통일당 등 극단 세력과의 선 긋기를 재차 요구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자신들이 국민의짐이 된 줄도 모르고 노년층들만 상대로 국민의힘이라고 떠들고 있다"면서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의 정통 보수주의는 기존 판을 갈아엎고 새판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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