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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5일 월요일

‘다름을 안아주며’… 두 어린이집의 특별한 어린이날 소풍

 김혜윤기자

수정 2025-05-05 10:02등록 2025-05-05 09:53

지난달 30일 오전 어린이날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시 시립효성솔빛길어린이집 풋살장에서 하나어린이집과 효성솔빛길어린이집이 함께 연 ‘소소한 소풍’에서 하나 성재(오른쪽 둘째)가 솔빛길 루다를 안아주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번개 구름 비눗방울!”

어린이날을 닷새 앞둔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 화도읍 시립효성솔빛길어린이집(솔빛길) 풋살장에서 시립하나어린이집(하나) 도한이가 비눗방울 총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외쳤다. 옆에 서 있던 솔빛길 은규는 공중에 둥실 떠다니는 비눗방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날 하나 아이들은 솔빛길의 따뜻한 초대를 받아 이곳에서 ‘소소한 소풍’을 함께 했다. ‘다름을 존중하고 마음을 나누는 우리는 하나’를 주제로 한 어린이날 행사였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시립하나어린이집은 남양주 최초 장애전담어린이집이다. 뇌병변과 자폐스펙트럼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영유아 17명이 생활하고 있다. 모두 일반어린이집이나 장애통합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처음으로 장애전담어린이집에 입학했다.

하나·솔빛길 어린이집 원아들이 파라슈트 놀이를 함께 즐기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번 만남은 두 어린이집이 함께 준비한 ‘역통합 교육활동’이다. 역통합 교육은 장애 어린이의 생활 공간에 비장애 어린이가 찾아와 함께 어울리는 교육으로, 아이들은 서로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놀며 공감과 협력을 배울 수 있다. 행사를 앞두고 두 어린이집은 함께 산책하고 놀이하는 사전 만남을 했다. 초반에는 낯선 환경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본 행사는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과자 따먹기 놀이 뒤 열린 체조시간에 “서로를 안아주세요~”라는 선생님 말에 하나 성재와 솔빛길 루다가 포옹했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루다는 옆에 앉은 하나 예주가 과자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헤어지기 전 솔빛길 은서는 혼자 걷기 힘들어 유아차에 탄 하나 지아에게 직접 간식 꾸러미를 건넸다.

두 어린이집 아이들이 과자 따먹기 놀이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나 성재와 솔빛길 리현이가 파라슈트 놀이를 함께 즐기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명화 하나 교사는 “사전 만남 때는 겁을 먹고 울던 아이들이 있어서 조금 어려웠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어요. 솔빛길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인사도 하고, 나이를 묻기도 하면서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어요”라고 했다. 유귀순 솔빛길 원장은 아이들이 점차 경계를 허물고 다가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편견은 어른들이 가지고 있었죠”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이번 행사는 장애·비장애 아이들이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날 ‘소풍’은 1시간 남짓으로 짧았지만,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하나가 돼 어우러진 따뜻한 첫 걸음이었다. 두 어린이집은 이날을 계기로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가는 기회를 계속 만들 계획이다.

하나 예주(왼쪽 둘째)가 과자 먹는 모습을 솔빛길 루다가 바라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달 30일 오전 어린이날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시 시립효성솔빛길어린이집 풋살장에서 하나어린이집과 효성솔빛길어린이집이 함께 연 ‘소소한 소풍’에서 하나어린이집 성재가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좋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두 어린이집 아이들이 ‘상어가족’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선생님을 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소소한 소풍’이 끝나고 솔빛길 원아들이 하나 원아들을 배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나어린이집 아이들이 ‘소소한 소풍’에서 받은 선물을 들고 원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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