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 윤석열, 전한길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 윤석열, 전한길 ⓒ뉴시스

내란 수괴 윤석열이 21일 동대문구 한 영화관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제작한 이영돈, 극우 스피커로 급부상한 전한길과 함께였다. 영화에서 계엄 선포 장면이 나오자 윤석열은 관람하는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 선거부터 계엄까지 윤석열을 움직인 노상원 수첩이 추가로 폭로된 다음 날이다. 윤석열을 당장 구속 수사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겨레는 20일 노상원의 문건과 차량 블랙박스 녹취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자료는 국가수사본부가 노상원의 USB 등에서 확보한 것이다. 문건 내용을 살펴보면, 노상원은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식목일행사계획’, ‘YP작전계획’, ‘YR계획’ 등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핵심 전략을 담당했다. 이 문건에 따라 퇴임 시점, 입당 방식, 당권 장악 방식, 대권 행보 등 윤석열의 실제 행보로 이어졌다.

문건에 제시된 일정과 실제 행보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은 윤석열이 노상원이 계획한 시나리오에 따라 대권을 치뤘다는 점을 말해준다.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윤석열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검찰총장에서 사퇴하고, 2~3개월의 야인 생활 후 국민의힘으로부터 ‘모셔지는 형식’으로 입당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실제 윤석열은 이 계획대로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하고, 7월에 국민의힘의 영입 제안을 받고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은 윤석열의 이미지를 ‘정의로운 법조인’으로 설정했다. 윤석열은 검찰 총장 사퇴 당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짧게 말하며 아닌 ‘정의의 검찰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 ‘공정’, ‘법치’, ‘정의’를 수차례 반복해서 언급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이 외에도 과감한 인물 영입(김종인, 김한길, 이준석 등), 좌파 적폐 척결 차원의 경제정책(탈원전 폐기, 노동 유연화 등), 외교정책은 한미일 안보를 기본으로 삼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YR계획’ 문건은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을 두루 참배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윤석열이 실제로 2021년 10월과 11월에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순차적으로 방문한 행보와 맞아떨어진다.

한편, 차량 블랙박스 녹취에는 계엄 선포 전날인 2024년 12월 2일, 노상원이 지인과의 통화에서 “브이(V, 윤 대통령을 지칭)하고 도와드리고 있어요. 비선으로”라고 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며칠 지나면 내가 왜 바빴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은 다음날로 예정된 계엄 실행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사위 진급(통화하는 지인의 사위, 준장으로 진급)도 도와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발언하며 군내 인사 개입 정황도 드러났다.

윤석열과 노상원은 서로의 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상원의 문건과 차량 블랙박스 녹취로 비상 계험을 함께 공모했다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졌다. 이 와중에도 윤석열이 21일 동대문구 한 영화관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구성한 영화를 관람한 장면이 포착됐다. 이영돈 PD가 제작한 이 영화는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였으며, 무효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의 행보는 부정선거를 통한 국회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며, ‘정당한’ 통치 행위임을 시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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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수괴 윤석열은 관저에서 쫓겨나면서 “승리하고 돌아왔다”고 말하고, 한덕수 대통령 후보 만들기에 개입하는 등 온갖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재구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한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