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4,500여 명을 괌 등 다른 기지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과거 주한미군에 대해 ‘점령군’이거나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한 발언 때문이라고 몰아간다. 그러나 이재명의 그런 발언 때문에 주한미군이 병력을 감축한다는 김문수의 주장은 어떤 근거도, 맥락도 없는 궤변이다. 

주한미군의 감축 논의는 동맹국에 군사적 부담을 전가시키는 최근 군사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끝없는 전쟁’의 파산을 인정하고 철수했다. 나토에는 국방비 증액 압박,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더 큰 군사적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군사 배치는 이제 미국에 너무 큰  부담이다.

김문수는 강력한 한미동맹이 국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미국산 무기 구매 강요하면서도 반도체법(IRA)와 관세로 한국의 경제에 온갖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심지어 ‘고정된 항공모함’이라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어떤지 보여준다. 최근에는 대중국 전쟁에서 한국이 핵공격을 감당해 시간을 끌어줘야 한다는 보고서(애틀랜틱 카운슬, 이중 핵 위협 하에서 동아시아 전쟁)도 발표됐다.

김문수는 “지금 필요한 건 셰셰도, 땡큐도 아닌 국익을 지킬 전략과 실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안보 노선은 미국밖에 없다. 그는 "강력한 한미동맹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주한미군 주둔과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는 자주적 판단과 스스로의 힘으로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의 전진기지로 전락하고 있는 시기에 필요한 것은 미국 없는 안보 체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김문수의 주장은 주한미군을 신성불가침으로 여기고 미국의 변화는 외면한 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미국의 손에 넘겨주자는 것이다. 이런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은 미국이 부담해야 할 전쟁의 피해를 흡수하는 최전방 기지, 미국의 속국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김문수와 국민의힘은 안보 전문가가 아니라 미국의 하수인에 불과하다.

한편 미국의 의도에도 의문이 남는다. 미국은 왜 언론이라는 간접적인 통로로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주한미군 감축 논란을 일으켰을까? 이는 미국에 대한 충성 경쟁과 이후 새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보인다. 매번 있던 일이라 새삼스럽진 않지만 그럴때마다 항상 소란스러운 한국 정치 상황이 씁쓸하다.

 한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