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길이로 늘어선 인파 끝으로 정경대 후문 게시판이 보였다. 그곳엔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붙인 '이준석을 환영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있었다. 고려대 소속 학부생·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대자보에서 "이준석은 '청년 정치'를 말하지만, 이준석의 정치에는 '계엄의 밤' 국회 앞으로 달려나가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운 학생들의 목소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 여성·장애인·노인·이주민 등 차별과 젠더·세대 갈라치기 ▲ 빈약한 청년·대학생 공약 ▲ 토론회와 인터뷰에서 보인 거짓말과 저질 비방 ▲ 숨길 수 없는 극우 본색" 등을 지적하며 "우리는 이준석의 고려대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썼다.
이 후보의 유세차에서 불과 30 걸음 떨어진 벽에는 '민주적 학생 사회를 위한 고려대학교 공동대책위원회'가 같은 날 붙인 대자보도 있었다. 이들은 "이준석의 공개적 언어 성폭력을 규탄한다"며 최근 이 후보가 TV토론에서 여성의 신체를 언급한 일을 꼬집었다.
특히 "에브리타임 등 고려대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이준석의 언어 성폭력을 정당화하며 여성 학우들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르는 발화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세 현장을 찾은 이들에게 "우리 안의 이준석을 돌아보라"는 말도 함께 전했다.
학생들과 기념 촬영 중 "갈라치기 그만하라" 비판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유세장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이 후보는 약속 시각보다 20분 늦은 오후 4시 50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경민정 개혁신당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그가 늦는 사이 발언을 대신 이어가며 호응을 유도했는데, 그 목소리가 작은 탓에 "아직 샤이 이준석이 많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뒤늦게 유세차에 오른 이 후보는 "이번 선거는 계엄 사태의 종지부를 찍는 선거이면서 동시에 여러분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라며 운을 뗐다.
이 후보는 이날 "1번 뽑으면 환란이고, 2번 뽑으면 내란을 청산 못 한다. 4번 뽑으면 대한민국은 새로운 앞길로 나아갈 수 있다"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날을 세우는 동시에 자신을 치켜세웠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문제를 꺼내 들고는 "젊은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선택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유세장을 향하며 지지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15분 가량의 유세를 마친 이 후보는 유세차에서 내려와 자신을 지지하는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그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줄 역시 50m가량 이어졌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몇몇 학생들은 규탄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한 남학생은 사진을 찍고 있는 이 후보를 향해 "윤석열 당선의 1등 공신 아닌가", "사과할 생각 없나"라고 외쳤다. 이어 "당신이 어떻게 2030 남성을 대표한다고 참칭할 수 있나", "갈라치기 정책 그만하라", "후보 자격 없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그를 기다리는 학생들과 사진 촬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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