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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5일 일요일

‘윤 파면 광장’ 지킨 청년 1천명이 만든 진풍경, ‘다만세’ 두고 머리 맞댔다

 


사회대개혁 과제 두고 열띤 토론 벌인 청년·대학생·청년들, “대선과 지방선거 주역 되어 ‘다만세’ 건설할 것” 다짐

25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다시만들세계포럼'에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윤석열 파면 광장’에 함께 한 청년, 대학생, 청소년 1천명이 한자리에 모여 ‘다시 만들 세계’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는 지난 겨울 광장의 주역이었던 이들이 다가오는 대선과 2026년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의 주역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내란 세력에 대한 ‘압도적인 심판’을 강조하며 “청년, 대학생, 청소년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천명했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의 연휴인 25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 일대에는 ‘다시만들세계 포럼’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공론장이 만들어졌다. 줄지어 설치된 원탁 테이블 30여개에는 청년, 대학생, 청소년 1천여명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웠으며, 지나가는 시민들도 흥미로운 듯 한동안 발길을 멈춰 이들의 토론을 지켜보기도 했다.

광장의 청년들은 ‘다시만들세계 포럼 조직위원회(조직위)’를 조직해, 이 같은 행사를 개최했다. 조직위는 70여개 대학교 학생들이 모인 ‘윤석열 퇴진 전국대학생시국회의’와 ‘내란청산사회대개혁청소년비상행동’,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청년특별위원회’ 등이 구성했으며, 포럼에는 이들 단체를 비롯한 21개 단체가 대거 참여했다.

25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다시만들세계포럼'에 참가자들이 참여 신청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25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다시만들세계포럼' 참가자들이 원탁토론을 통해 사회대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민주노총

포럼의 핵심 순서는 ‘1천명 원탁토론’이었다. ‘윤석열 파면’ 이후 해결해야 할 사회 각 분야의 과제를 두고, 문제와 원인, 해결 방안 등을 토론하는 순서다. 주제는 ‘내란청산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광장의 목소리를 집약해 제시한 12가지 사회대개혁 의제로, 민주주의와 경제, 평화·주권·역사정의, 환경, 돌봄, 노동, 생명과 안전, 성평등과 인권, 언론, 식량주권, 교육 등 다양한 사회 분야로 이뤄져 있다.

쉽지 않은 주제였지만 토론 열기는 뜨거웠다. 테이블 곳곳에서 각자의 주장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박수를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쉬는 시간에는 각 주제에 대한 설명이 담긴 팸플릿을 꼼꼼히 확인하며, 원하는 주제의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숨 가쁘게 움직이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평소 기후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한서연(25) 씨는 “청년들이 참여하는 원탁토론이라고 하니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오게 됐다”며 “직접 와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아 놀라웠다”고 말했다.

한 씨는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주저 없이 “온실가스 감축”을 꼽았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판결을 봐도 2030년까지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뤄야 하는데, 새 정부 임기가 딱 2030년까지”라며 “이번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하느냐, 성공하느냐가 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에서 상경한 김눌(활동명) 씨가 지역 정책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다시만들세계포럼'에 참여했다. ⓒ민중의소리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대구에서 상경한 청년도 있었다. 김눌(활동명·33) 씨는 ‘TK 딸은 TK에서 살고 싶다! 말로만 하는 지역발전 그만! 실효성 있는 정책을 요구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지역 청년에 대한 모욕이다. 대선 후보들은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적은 손팻말을 만들어 참여했다.

김눌 씨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최저임금 차등 공약을 다 냈는데, 너무 모욕적이었다. 대구는 안 그래도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지역으로 유명하고, 기본적인 인프라도 최악인데 우리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차등법이 적용되면 솔직히 죽으라고 저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하길래 오늘 새벽 6시 첫차를 타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김눌 씨는 참여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청년 정책이 집중되지는 않고 있다”며 “광장도 열렸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자고 외치고 있는데, 앞으로 나아갈 세계와 미래에 대해서는 청년들이야말로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선 후보들이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 2부로 나뉘어 진행된 원탁회의 중간중간에는 광장에서 함께 한 여러 인사들의 발언이 마련되기도 했다. ‘남태령 대첩’ 과정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청년 농부 ‘향연(활동명)’ 씨는 지난 겨울 투쟁을 회상하며 “이 나라를 지켜낸 건 결국 시민들의 단결된 힘과 강력한 연대”라며 “이번에 집권하게 될 새 정부는 이 점을 뼈에 새기고 다시는 이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시민들과 함께 처절한 투쟁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연 씨는 “이 모든 과정은 지난 파면 투쟁보다 어쩌면 더 괴로울 것”이라면서도 “그 와중에 우리는 지치지 않고 계속 우리의 목소리가 시스템 안으로 침투될 수 있도록 빛으로, 깃발로 길을 열어내야 한다. 트랙터를 타고 차벽을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다시 만들 세계는 우리가 살아남고 버티고 싸운 만큼 열릴 것”이라며 “함께 오래 만나며 내가 살아갈 세상을 다시 만들어 보자”고 호소했다.

유튜버 ‘경제학 죽이기’는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저장소(일베)의 폐쇄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혐오가 판을 치고, 사회적 약자들과 민주주의에 대한 극단적인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남아 있을 자리는 없다”며 “우리가 극우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민주 시민으로 살기 위해, 일베는 반드시 폐쇄돼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더 이상 실존적 위협에 떨지 않고 살 수 있게 되기 위해 일베는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함께 외치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빛의 혁명을 이끈 청년, 대학생, 청소년은 오늘 이곳에서 내란 세력 청산, 사회대개혁 주역으로 나설 것을 선언한다”며 “내란 세력이 청산되는 날까지 투쟁과 연대를 멈추지 않고, 사회대개혁의 날까지 광장을 지켜내며, 대선과 지방선거의 주역이 되어 ‘다시 만들 세계’를 건설하겠다”고 외쳤다. 이번 포럼에서 모인 청년, 대학생, 청소년의 목소리는 이후 대선 후보들에게도 전달될 예정이다.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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