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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일 일요일

인정머리 없는 사회


[비평] 인정머리 없는 사회 정운현 | 2014-08-04 10:43:4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인정이 많은 민족으로 불려 왔다. 유교문화를 토대로 질서와 격식을 강조하면서도 가족 간에, 이웃 간에 정을 나누며 살아왔다. 집안의 대소사를 친인척들이 힘을 합쳐 치러 왔으며, 이웃 간에도 길흉사를 내 일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품앗이와 향약의 전통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민족이 존재하는 한 길이길이 자손만대에 전할 미풍약속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도시화,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이같은 전통은 하나 둘씩 소리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옆집에 사람이 죽어 나가도 알지를 못하며 이웃이 백주대로에서 불량배들에게 행패를 당해도 오불관언이다. 남의 불행을 내 일처럼 여기던 과거의 인정은 온데 간 데 없다. 대신 그 자리엔 과도한 경쟁과 상호 불신이 자리해 점차 인정머리 없는 세상이 돼 가고 있다.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비극 차원을 넘어 21세기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300여명의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아직도 10명의 실종자들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진도 팽목항에는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식이, 부모가 불귀의 객이 된 것도 억울한데 시신마저 거둘 수 없다면 그 가족들의 심경이 어떠할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동서고금을 통해 인재든 자연재해든 사고는 늘 있어 왔다. 문제는 사고 이후의 대응과 조치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해경의 초동대응에서부터 해수부, 해군 등 관계당국의 후속조치 또한 극도의 무능을 드러냈다. 백주대낮에 그것도 심해도 아닌 근해에서 발생한 사고임에도 단 한 명도 구조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 어떤 해명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번 일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훼손됐다고 할 정도로 나라망신을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사 발생 이후 일부 보수언론과 여당 정치인, 그리고 몇몇 보수단체 관계자들의 언행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라느니, 유족들이 자식 팔아 돈을 챙기려 한다느니, 심지어 유족들이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는 식의 유언비어까지 날조해 퍼뜨리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은 진상규명에 앞장서기는커녕 온갖 이유를 들어 특별법 제정을 가로막고 있다. 적으나 인정머리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리 할 수는 없는 일이다. 7월 7일 국회 운영위에서 발언하는 새정연 김현미 의원(뉴스타파 화면 캡쳐) 인정머리 없기로 치자면 박근혜 대통령을 첫 손가락에 꼽아야할 것이다. 사고발생 당일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에 첫 서면보고를 받은 후 오후 5시 중앙재해대책본부를 방문하기까지 7시간 동안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도 모르는 곳에서 서면이나 전화로만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 엄청난 대형 참사를 말이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책무를 진 대통령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도 그럴 순 없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향해 울먹이며 따지던 말이 생각이 난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물속에 있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단 한 번도 회의 소집을 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내 새끼라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이게 나랍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상소 올리는 조선시대입니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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