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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8일 금요일

효성 재벌 3세 조현문은 말한다


효성 재벌 3세 조현문은 말한다 “가족들 모두 감옥 간다” 진언하자 “회사 나가라” 등록 : 2014.08.08 19:58수정 : 2014.08.09 09:32툴바메뉴 스크랩 오류신고 프린트기사공유하기facebook1265 twitter209 보내기 2010년 1월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던 효성 조석래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인사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커버스토리 ▶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전 효성 부사장)가 계열 회사의 대표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재계 전체의 뜨거운 관심사다. <한겨레>는 사건의 정확한 실상을 듣기 위해 조 변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정중한 거절의 답을 들었다. 조 변호사는 대신 고발 이유 등이 담긴 메일을 <한겨레>에 보냈고, 측근을 통해 보충설명까지 했다. <한겨레>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하고, 지난해 말 조 변호사가 기자와 만나 솔직하게 털어놓은 얘기를 덧붙여 효성 사태의 전말을 소개한다. “효성의 잘못된 경영 행태에 대해 반대하다가 밉보여 쫓겨났는데, 이후에도 (효성이 계속) 언론과 찌라시 등을 동원해 내가 불법행위와 관련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다. 내가 계속 (효성의 불법행위에 대해) 입 다물고 있다가는, 나중에라도 (효성이) 나에게 불법행위의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다고 생각해 고발을 결정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내가 효성의 부정행위와 비정상적인 경영과 관련이 없음을 명백히 밝혀달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46) 변호사(전 효성 부사장)가 지난달 25일 검찰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으며 한 말이다. 이에 앞서 조 변호사는 지난 6월10일 효성 계열의 부동산 관리회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이하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최현태 대표를 배임·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트리니티와 신동진이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대고 주식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회사들에 100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트리니티와 신동진은 부동산 매매·임대 회사로, 효성가 3형제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자산 기준 재계 25위인 효성그룹의 총수 일가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현문 변호사가 지난해 2월 효성 주식을 팔고 떠난 지 1년 반 만이다. 이번 고발사건의 당사자는 최현태 대표다. 최 대표의 배임·횡령 혐의가 인정될 경우, 다음 화살은 자연스럽게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최대주주인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에게 겨눠질 수밖에 없다. 월급쟁이 사장인 최 대표가 제멋대로 계열사를 지원하면서 100억원이 넘는 돈을 쓴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도 고발장에서 “트리니티와 신동진이 갤럭시아, 골프포트, 더프리미엄효성에 재산상 이익을 준 것은 최대주주인 조현준과 조현상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트리니티는 조현준 사장이 80%의 지분을, 신동진은 조현상 부사장이 80%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계열사 대표 고발한 조현문 혐의 인정될 경우 다음 화살은 형제들인 조현준과 조현상 그가 여기까지 온 과정을 <한겨레>에 이메일로 밝혔다 2011년 여름에 터진 결정적 사건 구매입찰 등 비리에 제동 걸며 “가족들 모두 감옥 간다” 해도 “형 자리 차지하려는 욕심이냐”며 오히려 사실상의 파문선언 들어 “등기이사일 때도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 효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효성은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투자는) 적법한 경영 판단에 따라 이뤄진 정상적인 투자활동으로,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적법하다는 것이 소명될 것으로 믿는다”며 “(회사의) 이사로 경영에 전반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퇴직한 뒤 몸담고 있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효성은 한발 더 나아가 강온작전을 병행하며 조 변호사를 압박한다. 만약 회사 경영에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10년 이상 효성에 몸담았고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등기이사까지 맡았던 조 변호사는 깨끗하냐는 ‘물타기’부터, 부모형제도 몰라보는 패륜을 저지른다는 ‘도덕적 비난’, 피는 물보다 진하니 지금이라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라는 ‘호소’까지 다양하다. 또 효성 관계자는 “고발 문제와는 별개로, 암에 걸린 아버지(조석래 회장)에 대한 문병을 한번이라도 하는 게 자식된 도리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 보수 언론들도 조 변호사의 고발을 ‘형제의 난’으로 부르고,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재벌가 분쟁이라고 비난한다. 조 변호사는 단호하다. 측근을 통해 <한겨레>에 보내온 이메일에서 고발의 배경을 밝혔다. “그룹을 떠나서 깨끗하고 정직하게 살려고 했다. 하지만 저들은 한쪽에서는 나의 진의를 왜곡하고 음해해왔으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나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등 내가 정당하게 독립해서 바르게 새 출발 하는 삶을 살려는 것을 방해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번에 모든 불법행위들을 바로잡고 정리하려 고발을 결정했다.” 조 변호사는 그룹과 언론의 공격에 대해서도 일일이 답했다.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등기이사로 이름만 있었지 실상은 조현준, 조현상이 독단적으로 경영했고 나는 완전히 배제됐다. 경영진이 나에게 어떠한 경영정보도 공유한 적이 없고, 보고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불법 혐의도 장부 열람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됐고, 그 이전에는 철저히 은폐하고 속여왔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또 “나는 신동진, 트리니티의 어떠한 의사결정에도 참여한 바 없고 이사회 자체가 열린 적이 없다. 만약 이사회 회의록에 나의 도장이 찍혀 있다면 그것은 허위날인 막도장이기 때문에, 추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 변호사의 이메일에는 그동안 세간의 궁금증을 낳았던 효성과의 결별 이유가 언급돼 있어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그룹 내의 불법행위를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려고 해왔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그룹을 떠났다.” 그동안 효성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조 변호사는 재벌가 출신으로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재학 시절 고교 동창인 신해철씨와 보컬그룹 ‘무한궤도’의 멤버로 활동했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란 노래로 대상을 탔다. 2011년 1월 신입사원 입문교육 강연 도중에 즉석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조 변호사는 미국 하버드대 법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하버드에서 유학하며 조 변호사를 지켜봤던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스마트하고 겸손한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조 변호사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따서 1998년에 미국의 한 유명 법률회사에서 일했다. 그때 부친으로부터 귀국해서 그룹 경영에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조 변호사는 큰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로서 그냥 미국에 정착하는 길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의 요청을 수용해 1999년 효성에 들어왔다. 입사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고, 2006년부터는 부사장 승진과 함께 중공업 사업그룹(PG)장을 맡았다. 중공업 사업은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좋아졌다. 조현문 부사장은 자정 무렵에 혼자서 창원공장을 불쑥 방문해 임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3년 9월 조현문 변호사(전 효성 부사장) 결혼식에 모인 효성가 사람들. 앞줄 왼쪽부터 조석래 효성 회장, 부인 송광자씨. 뒷줄 왼쪽부터 조현상 현 부사장, 조현문 변호사, 부인 이여진씨, 조현준 사장 부인 이미경씨, 조현준 사장.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 조사 이후 집 아닌 곳에서 생활 조 부사장은 중공업 사업을 맡으면서 회사 내 뿌리 깊은 부정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부정비리는 중공업뿐만 아니라 회사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조 부사장은 부정을 색출하고, 관련자들에게 엄한 책임을 물었다. 그때부터 조 부사장에 대한 내부 견제가 본격화됐다. 조 부사장은 조석래 회장에게 문제점을 보고하고 개선을 건의했다. 돌아온 말은 “형(조현준 사장)이나 잘 보필하라”는 것이었다. 그즈음 조현준 사장의 해외 부동산 불법매입 사건이 터졌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조 부사장은 형과 회사를 위해 뛰었다. 그 덕분인지 조현준 사장 사건은 2010년 12월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조 부사장은 사건 직후 형인 조 사장에게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앞으로 개인보다 회사를 위해 일한다면 평생 형 옆에서 충성하겠다. 하지만 회사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함께할 수 없다.”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실과 달리 자신을 음해하는 보고서가 만들어져 조석래 회장에게 올라갔다는 게 조현문 변호사 쪽의 주장이다. 결정적 사건은 2011년 여름에 터졌다. 조현문 부사장은 회사의 구매입찰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고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조석래 회장에게 “불법비리를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가족들 모두가 감옥에 갈 수 있습니다”라고 강력히 진언했다. 돌아온 답은 차가웠다. “내 회사 내 뜻대로 경영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형의 자리를 다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이냐? 차라리 (회사를) 나가라.” 사실상 파문 선언이었다. 조 부사장은 2011년 9월 회사를 떠났다. 효성은 이에 대해 “(조 부사장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이 문제가 있었다.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 등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비정상 행태’를 보였다. 조석래 회장도 그런 둘째에 대해 점점 기대를 접었다”고 해명했다. 조 변호사는 2013년 2월 갖고 있던 효성 주식 대부분을 팔았다. 변호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임직원들에게는 “그룹이 잘되길 바란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세간에서는 후계자 다툼 과정에서의 갈등설 등의 소문이 난무했다. 일부 언론은 조 회장이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에 반발해 나갔다는 추측성 보도까지 실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이미 2011년 말부터 조 변호사와 효성의 관계는 끝났고, 주식만 1년여 뒤에 정리한 것이다. 조 변호사와 효성 간의 갈등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아니 더욱 증폭됐다. 조 변호사의 지분 매각 뒤 효성과 조석래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5월 이후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9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국내 및 해외에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수천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드러났다. 검찰은 조석래 회장 등 5명을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지난 6월부터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조 회장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몇년 전 치료했던 암이 재발했다. 효성은 국세청 조사와 검찰 수사에 조 변호사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당사자인 조 변호사는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뛴다. 조 변호사는 지난 2월 자신이 국세청과 검찰에 그룹의 불법행위를 제보한 것처럼 보도한 언론을 경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효성그룹 임원과 한 인터넷언론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확인하고 지난 7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조 변호사는 이메일에서 효성이 자신에게 불법행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 쪽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수년 전 미국 펀드에 불법투자한 사건을 조 변호사가 한 짓으로 돌리려고, 효성 사람들이 입을 맞춰서 사실과 달리 증언을 했다. 내가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해 혐의를 벗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또 이메일에서 자신의 진의를 음해하고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한 인터넷 매체는 지난달 조석래 회장이 지난해 조 변호사의 집을 3번이나 찾아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조 변호사 쪽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조석래 회장이 방문했을 당시 조 변호사는 집에 없었다. 지난해 검찰 조사 이후 집에서 나와 다른 곳에서 생활했다.” 조 변호사는 이 매체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조 변호사의 부인이 바람을 피웠다거나, 조 변호사의 재산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조 변호사는 이런 소문들의 배경에 효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조현문이 지분을 매각한 뒤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조사로 효성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제보자로 조현문을 지목했지만 그는 자신의 무관함 입증했다며… 숱한 재벌개혁론 나왔지만, 재벌 안에서 개혁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사람은 재벌 50년사에서 조현문 변호사가 처음이다 효성도 반론을 제기했다 “조현문은 부사장 시절 정상적 마케팅 활동 등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이의 제기 조석래 회장이 기대 접을 정도” “별나라 사는 재벌 3세”…정의선은 높이 평가 효성은 1966년 설립된 동양나이론(현재의 효성)이 모체다. 창업자인 조홍제 회장의 장남인 조석래 회장은 1982년 효성의 2대 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은 돌다리도 두드릴 정도의 신중한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를 바탕으로 타이어코드지, 나일론, 스판덱스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2007년에는 재계의 수장으로 불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았다. 조 회장은 조현준·현문·현상 3형제에게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효성의 주식을 골고루 나눠 주었다. 세 아들은 각기 국내외 유명 대학을 졸업한 뒤 10년 이상 효성에서 근무하며 효성의 핵심사업인 무역과 섬유, 중공업, 산업자재 등을 나눠 맡았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효성은 일찍부터 장남인 조현준 사장 중심의 승계구도가 명확히 정리돼 있었다고 한다. 세간에서 제기하는 경영권 승계 경쟁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조 변호사는 “형제들이 어릴 때부터 (부친으로부터) 형을 잘 보필해야 한다는 말을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돈이나 경영권 장악 목적이 아니라면 조현문 변호사가 그룹 내 불법행위를 들추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우선 조 변호사의 성향에서 답을 찾는다. 하버드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조 변호사는 평소 불법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고, 심지어 가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조 변호사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조 변호사는 보유중이던 효성 계열의 두미종합개발 지분(49%)을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 무상으로 증여하기도 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재벌에 대한 조 변호사의 문제의식이 꼽힌다. 조 변호사는 지금껏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재벌 체제가 어느덧 3세 체제로 접어들면서 수명(유효성)을 다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바깥에서 보면 대부분의 재벌 3세들이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경영수업을 받아 유능한 경영자가 될 자격을 갖춘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와 달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업가정신이나 헌신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마디로 온실 속의 화초 같아서 위험을 감수하려는 생각이 없다.” 재벌 3세들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나 부동산 투자, 외제차 수입 같은 손쉬운 돈벌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편법과 불법까지 마다 않는다. 또 새로운 파이를 만들지 못하니까, 가족 간에 서로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한다.” 조 변호사는 효성뿐만 아니라 다른 재벌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조 변호사는 또래의 다른 재벌 3세들과 폭넓은 교분을 갖고 있다. “이런 재벌 3세들이 총수를 맡는 재벌 체제는 미래가 없다.” 조현문 변호사는 재벌 3세들의 행태도 냉정하게 평한다. “재벌 3세들은 별나라에 사는 황태자다. 선악이나 질서는 남들 얘기일 뿐이다. 내가 곧 법이라고 생각한다. 회삿돈과 내 돈을 구분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조현준 사장은 해외 부동산 불법매입 사건이 터진 뒤 “많은 기업들이 하는데, 나만 억울하게 됐다”고 불만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변호사가 드물게 높이 평가하는 재벌 3세가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다. “경영자로서 제대로 훈련을 받고, 겸손하며, (경영능력을) 검증까지 받았다”는 게 이유다. 정 부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현대그룹 창업자이자 조부인 정주영 회장과 일대일 맞상으로 식사를 하며 엄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재벌가의 패륜아인가, 재벌개혁의 순교자인가 조현문 변호사는 재벌 체제의 위기요인으로 전문경영인 문제를 함께 꼽는다. “이른바 가신으로 불리는 전문경영인의 진실 왜곡과 잘못된 의사결정이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그룹 회장이 회사의 문제점을 가장 늦게 알게 된다.” 재벌 창업주와 2세 시절에는 기업 규모가 작아, 총수 1인에게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이 집중되고, 총수의 직접적인 조직장악이 가능했다. 규모가 수십배 커지고 사업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총수 1인지배 체제가 불가능해지고, 효율적이지도 않게 됐다. “자연스럽게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문경영인들이 사익을 추구하고, 심지어 총수 가족 간의 갈등을 조장하기까지 한다.” 재벌개혁을 주창해온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기업지배구조에 정답은 없지만 지금의 기업 구조와 규모, 변화된 환경 등을 종합할 때 종전의 총수 1인지배 체제로 계속 재벌의 장점을 유지하고 발휘하길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다. 기업 내부의 체크 앤 밸런스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가 다시 효성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있을까? 조 변호사는 “내가 원하는 것은 효성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효성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조 변호사는 자신의 외아들도 결코 재벌로 키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조 변호사는 앞으로 효성의 불법행위를 밝혀내고, 자신은 불법과 관련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조 변호사는 트리니티와 신동진 외에 또 다른 효성 계열사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고발장을 이번달 안에 추가 접수할 계획이다. 역사는 조현문을 어떻게 평가할까? 일부의 시각처럼 재벌가의 패륜아로 볼까, 아니면 한국 재벌의 개혁을 위한 순교자로 평할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동안 숱한 재벌개혁론이 나왔지만 정작 재벌 안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주창하고 나선 사람은 조현문 변호사가 재벌의 50년 역사에서 처음이라는 점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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