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민 300명, 광화문서 음악회...유족들 "쓰러지면 손 잡아주세요"
14.08.02 21:56l최종 업데이트 14.08.03 11:09l유성애(findhope)
[기사보강 : 3일 오전 1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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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는 2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열고 수사권 등이 보장된 특별법을 제정을 촉구했다.
ⓒ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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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 앉아 있는 김영오씨(47,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는 말할 힘도 없어보였다. '괜찮으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유족들이 단식을 시작한지 20일째.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는 가운데, 유족들의 소리없는 절규는 계속되고 있다. 애초 15명을 넘던 유족 단식농성단은 유경근씨(고 유예은 학생 아버지)와 김씨 단 두 명만이 남았다.
이날 오후 6시30분께 광화문 유가족 단식장 천막 밖으로는 '면회·인터뷰 사절'이라는 종이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계속된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광화문과 국회를 오가며 세월호 유족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 관계자는 "혈압과 심박수가 너무 낮아 말하는 게 어려울 정도"라며 "국회에 있는 유경근씨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눈을 감은 채 의자에 기대어 앉은 김씨를 지켜보던 김영현(45, 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족들을 응원하고 싶어 자녀들과 함께 농성장을 찾았다는 김씨는 "진상규명도 안 된 상황에서 저렇게 단식을 계속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선거에서 야당이 지면서 새누리당이 자꾸 보상 얘기를 꺼내는데, 유족분들께서 힘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성장 안에 있던 김영오씨는 7시께 힘겹게 몸을 일으켜 농성장 뒤에 있는 세종대왕상 쪽으로 걸어갔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가수 강허달림, 평화의 나무 합창단, 정희성 시인 등이 함께 한 이날 음악회에는 유가족 10여명을 비롯해 시민 3000여명(대책회의 집계)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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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는 2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열고 수사권 등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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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경주야... 네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엄마는 울지 않을게"
"사랑하는 우리 딸 애물단지 경주에게. (…중략)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행복이자 희망이었던, 우리에게 첫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했던 네가 지금은 엄마 곁에 없구나. 이것이 정녕 현실이라면 나는 거부한다. 아니 의미를 잃은 것이다. …경주야, 엄마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힘들고 아프지 않을 거야. 엄마가 반드시 경주 눈물을 닦아줄게."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에 다니던 딸 김경주 양을 잃은 유병화 씨가 단상에 올라 딸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유씨는 "(세월호 사고 후) 109일째 광화문에서 보내는 것이 제게는 아주 특별한 휴가가 돼가고 있다"며 "나랏일 하시는 분들이 휴가를 가셨다고요, 아마 특별법 제정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려고 가신 것 같은데, 기다리겠습니다"라고 꼬집었다.
편지 낭독을 끝낸 유씨가 청중들을 향해 "저희가 쓰러지거나 지쳐 넘어져도 손 잡아주실 수 있으시죠"라 묻자 앉아 있던 시민들이 "네"라며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김병권 유가족 대책위원장(고 김빛나라 아버지)도 "시민분들의 따뜻한 연대가 유족들에게 너무나 힘이 된다"며 "더 나은 세상, 안전한 사회를 위한 진상규명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 날 광화문 광장에는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도 찾아와 유족들을 응원했다. 이 교육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은 정부와 사회의 의무"라며 "(새누리당이) 보상을 해주겠다고 자꾸 얘기하는데, 진상을 규명해야 보상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니냐"며 진상 규명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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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유족들이 단식을 시작한지 20일째.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유족들의 소리없는 절규는 계속되고 있다.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 앉아 있는 김영오씨(47,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는 말할 힘도 없어보였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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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린 가운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맨 왼쪽)과 20일째 단식중인 김영오씨(가운데,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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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어씨는 지난 31일 <미디어오늘>을 통해 밝힌 단식 일기에서 "일부 주장처럼 정말 우리는 유가족충인가, 광화문에서 언제 쓰러질지 몰라 저도 두렵다"고 썼다. 그는 또 "그래도 우리 유민이와, 공포와 두려움에 몸서리치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다 죽었을 아이들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이 왜 억울하게 생매장 당했는지 밝혀내려면 나라도 광화문을 지켜야죠"라고 밝혔다.
한편 이 날 음악회를 주최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측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하는 '아주 특별한 휴가'를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태풍 예보로 3일은 광화문 농성장 잠시 철수). 자세한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오는 9일과 15일에는 문화제와 범국민대회가 각각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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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는 2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열고 수사권 등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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