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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7일 목요일

김주언 “이정현 의원직 사퇴하고 박대통령 사과해야”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72] 김주언 전 KBS 이사
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지난달 30일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의 2014년 세월호 참사 초기 통화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이 공개되어 국민은 충격을 받았고 야당은 청문회를 열겠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홍보수석의 통상적인 업무일 뿐 보도 통제가 아니라고 사건을 축소하려 애쓰고 있다.
30년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했고 이번 녹취록 공개를 주도한 김주언 전 KBS 이사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여 지난 4일 서대문역 근처에서 만나 녹취록 공개 뒷이야기를 들었다.
김 전 이사는 “이번에 나온 녹취록 내용은 청와대가 공영방송을 시시콜콜하게 간섭하고 지시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서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언론 통제가 자행된다는 점에 대해서 커다란 놀라움을 줬다”면서 “당시에 언론 통제 상황이 지금 하고도 다를 바 없다는 점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씁쓸해했다.
녹취록 공개 배경에 대해 김 전 이사는 “특조위가 정부에 의해 강제 종료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김 전 국장에게 ‘어차피 특조위에 제출했는데 다른 방식으로 공개되는 것보다 직접 공개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설득해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내용에 대해 김 전 이사는 “비망록에 보면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때도 이 의원이 전화한 사살이 있다”면서 “대통령을 널리 홍보하고 알리기에 하는 건 과거 시보가 울리면 ‘전두환 대통령은’과 유사한 형태의 보도 통제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야당의 대응이 중요할 것 같다. 이에 대해 김 전 이사는 “뭐가 되었든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통제 내역을 밝혀야 하고 검찰은 정확히 수사해서 이 의원을 처벌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되고 또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 않고 유야무야 끝나면 나중에 야당의원을 비롯한 국회가 국민적인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김 전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주언 전 KBS 이사 ⓒ 이영광 기자
“정부의 특조위 강제해산이 계기…김시곤 ‘언론단체 통해 공개하겠다’”
- 지난달 30일 2014년 4월에 있었던 새누리당 의원인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과의 녹취록이 공개되어 충격을 주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번에 나온 녹취록 내용은 청와대가 공영방송을 시시콜콜하게 간섭하고 지시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서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언론 통제가 자행된다는 점에 대해서 커다란 놀라움을 줬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시에 언론 통제 상황이 지금 하고도 다를 바 없다는 점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을 통제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이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잖아요. 그리고 거짓말의 확실한 증거가 과거에도 논란이 되긴 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드러났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과거와 차이가 없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과거엔 직접 통제했어요. 예를 들어 보도지침을 내려서 그걸 지키지 않으면 안기부나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사람을 때렸어요. 그리고 언론사를 폐간시키겠다고 하고 그걸 제도적으로 되어 있었어요.
물론 최근엔 그런 것까지는 없죠. 하지만 통제 수법은 그대로 닮아 있어요. 어떻게 보면 과거엔 직접 대놓고 했지만, 지금은 은밀하게 사적인 관계를 통해서 보도통제가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 어떻게 공개하게 되었나요?
“녹취록을 받는 건 3~4개월 정도 됐어요. 제가 KBS 야당 추천 이사 시절부터 김시곤 국장을 알았어요. 세월호 참사 때 김 국장의 교통사고 비유 발언으로 시작된 KBS사태가 길환영 사장의 해임까지 진행되었고 김 국장도 KBS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이란 징계를 받아요.
길 사장은 KBS와 정부를 상대로 해임제청 무효 소송을 냈고 김 국장은 징계 무효 소송을 냈어요. 자기가 가진 비망록과 녹음 파일을 어떻게 활용해야 자기 소송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저와 상의를 많이 해 했어요, 때문에 전 녹음 파일과 비망록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 길환영(왼쪽) KBS사장이 2014년 5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김시곤 KBS보도국장의 발언과 관련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최근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사했는데 그때도 길 사장이 가서 자기는 보도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식의 증언을 했어요. 그러니 김 국장이 특조위에 가서 이번에 공개된 녹음 파일하고 비망록을 제출했어요. 그래서 특조위에서는 그걸 토대로 길 사장과 이 전 수석을 고발했어요.
6월 30일 정부에서는 특조위를 강제해산하려고 했잖아요. 그러나 그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김 국장에게 이미 특조위에 제출한 것이니 다른 방법을 통해 공개되는 것보다 김 국장이 공개하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을 했거든요. 그래서 김 국장은 언론 시민 단체를 통해 공개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공개하게 된 겁니다.”
“이정현, 선장‧선원에 책임전가, 정부는 책임없다 발뺌, 적나라하게 드러나”
-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이명박 정부 들어 지속해서 언론통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있었는데 확실한 증거로 나온 것이잖아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방송 장악과 언론 통제의 실상이 낱낱이 공개되면 그걸 토대로 지금 문제가 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나 보도 제작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에 초석이 될 것이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서는 김 국장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계신 분이에요.”
- 통화 내용을 요약하자면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는 것이잖아요. 그것도 대통령이 봤기 때문이란 것인데.
“김시곤 비망록에 의하면 2013년부터 보도 통제한 사실이 기술 되어 있는데 이번에 공개된 녹음 파일에는 세월호 참사만 있죠. 그전 것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초대 대변인이었던 윤창중 씨가 미국 가서 했던 성추행 사건 있잖아요. 그걸 보도하지 말라거나 뒤에 보도하라는 얘기가 있고 또 하나는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크게 보도 하라는 얘기 등이 있었어요. 그런 식으로 대통령을 널리 홍보하고 알리기에 하는 건 과거 시보가 울리면 ‘전두환 대통령은’과 유사한 형태의 보도 통제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번째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문제를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거나 축소하라고 하죠. 이 수석이 한 얘기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선장과 청해진 해운 소속 선원들에게 있고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려고 하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어요. 정부가 그 책임을 일개 선원이나 선장에게 돌리려 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고 하는 책무를 포기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죠.”
  
▲ <사진출처=미디어몽구 영상 화면캡처>
- 이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은 오보라서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얘기를 해요. 그러나 비망록을 보면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오보가 아니잖아요. 근데 그걸 앞에 말고 뒤에 보도하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해경 비판 자제해달라는 건 오보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없잖아요. 그것은 자기들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 언론을 통제하려는 속셈으로 밖에 볼 수 없어요.
또 하나 자기가 오보를 정정해달라고 하려면 정정당당하게 이건 오보니 제대로 보도해달라고 얘기하면 끝이거든요. 그러나 선원들에게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퍼부으면서 읍소, 협박, 공갈하잖아요. 그런 것을 어떻게 오보에 대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나요? 잘못된 보도니까 이 부분은 바꿔 달라는 식의 통상적인 대화로 할 수 있는데 그런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대화가 아닌 협박과 공갈, 읍소까지 곁들인 전형적인 언론 통제를 하고 있다는 걸 명백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죠.”
- 이 전 수석이 당일엔 사과했지만 1일엔 “홍보 수석 역할 했을 뿐”이라고 했고 청와대도 비슷한 취지의 해명을 했어요. 그럼 이 의원과 청와대가 입을 맞춘 것일까요?
처음에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다가 그 뒤 청와대와 교감했죠.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정현 의원과 통화를 했다잖아요. 자기들끼리 대책을 만들어서 이것은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라는 것으로 말을 맞췄겠죠.
과거 전두환 시절의 보도지침을 폭로했을 때도 검사들이 뭐라고 얘기를 하냐면 ‘이건 보도지침이 아니라 보도협조 요청사항’이라고 똑같이 얘기했어요. 그래서 과거나 지금이나 그걸 변명하는 수법은 똑같이 닮았다고 볼 수밖에 없죠.”
“세계일보 ‘십상시 보도’에 대응한 것 보라…KBS 등 모든 언론 통제‧간섭”
- 이게 KBS만의 문제일까요?
“아니죠.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이 문제는 그전에 KBS뿐이 아니고 특히 자기들이 사장을 마음대로 임명하는 공영방송은 마찬가지죠. 사장이 청와대나 여당의 지시를 그대로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심지어 공영방송 외에도 정부 등에서 지속해서 전화를 하거나 통제 지시를 하는 게 노출되었어요. 예를 들어 지난번 <세계일보>가 특종 했던 ‘십상시 보도’를 보면 처음에 조금 보도하고 난 뒤에 후속보도를 하겠다고 장담했는데 정부가 통일교를 세무조사하고 <세계일보>가 꼬리를 내렸어요. 그런 사례를 보더라도 정부의 언론 통제나 간섭이 KBS에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사에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 세계일보는 2014년 11월28일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입수해 정 씨가 2013년 10월부터 청와대 핵심 비서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 등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또, 정 씨가 청와대 비서관 등을 자주 만났다고 알려진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 사진도 함께 보도했다. <사진=세계일보 제공, 뉴시스>
- 김시곤 전 보도국장과 가까운 것으로 압니다. 김 전 국장은 어떤 분인가요?
“김 국장이 진보적이거나 하진 않아요. 그러나 두 가지 신념이 있어요. 먼저 보도문제는 보도국장을 중심으로 해서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나온 게 사장이나 정부가 개입하면 안 되고 언론노조에도 간섭 받지 않고 보도국 자체 내의 독립적인 판단에 의해 해야 한다는 신념이죠,
또 하나 공영방송이 정말 독립적인 공영방송 체제로 가려면 현재 KBS의 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거예요. 현재 KBS 구조는 이사회가 있지만 여야 7:4 구조로 되어 있어서 여당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죠. 사장이 정부의 낙하신 식으로 임명되니 그런 체제에서는 절대로 보도의 중립성이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 기회에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인가를 생각하죠. 이사회 구조를 바꿔서 여야 의석 비율로 하든지 동수로 하거나 아니면 사장을 추천할 때 지금은 과반수인데 3분의 2로 하는 특별다수제로 한다든지 하는 것이 있어야 하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적으로 보도나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확고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나 더 말하면 사장이 연임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사장이 연임하게 되면 윗선의 눈치를 봐야 하잖아요, 그래서 사장은 단임제로 해야 한다는 생각하지만 자기가 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시민사회, 언론계, 정치권이 논의해서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이정현 엄벌하고 박대통령 사과, 재발방지 약속해야”
- 김 국장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자기가 잘리니 폭로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 김 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게 문제 되었잖아요. 그러나 김 국장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가 교통사고란 얘기를 한 것 같은데 그걸 세월호 참사와 연결 시켜서 얘기한 건 아니라고 해요.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한국방송공사 상대 징계무효확인 청구 소송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을 끝낸 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리고 이정현 수석이 지시를 내려도 버티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이 이 수적의 지시를 받았겠지만 그걸 통해 사표 내라고 압력을 가한 거죠. 그런데 앞서 얘기한 것처럼 그런 보도개입 내용이 세월호 참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이전에 국장 업무 일지에 다 기록했어요. 그런 것을 포함해서 보면 사표를 내라고 했기 때문에 지시사항이나 녹음파일을 공개한 건 아닌 게 분명해요.”
- 야당의 대응이 중요할 것 같아요. 청문회에 이 전 수석을 세우겠다고 하던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야당의 대응이 중요하겠죠. 뭐가 되었든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통제 내역을 밝혀야죠. 이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했잖아요. 검찰이 정확히 수사를 해야 되겠죠.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이 수석을 처벌할 뿐만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되고 또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죠.
더 중요한 건 공영방송이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KBS 지배구조개선이나 공영방송의 보도나 제작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방송법을 개정해야겠죠. 그렇게까지 제도적 장치가 이뤄지지 않고 이번 사건이 유야무야 끝나면 나중에 야당의원을 비롯한 국회가 국민적인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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